<김삼기의 시사펀치> ‘회상’에 대한 모순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2.11.29 15:43:25
  • 호수 1403호
  • 댓글 1개

오래전부터 모든 드라마 PD에게 극중 ‘회상’에 대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극중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관해서다. 대부분의 회상(기억)이 극중 인물 시점이 아닌 시청자 시점에서 이뤄진 회상이 된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회상의 주체는 시청자가 아닌 극중 인물인데,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핑계로 시청자 관점에서 회상을 연출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1개월 후 영희가 당시를 회상한다면, 당연히 철수의 눈빛이나 행동 등 영희 시점에서 바라본 철수의 표정만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철수와 영희 두 명이 꽃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청자 관점으로 영희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대본에 1개월 후 기억 장면이 나온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면,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 촬영 시, 시청자가 바라보는 3인칭 관점이 아닌 영희가 철수를 바라보는 1인칭 관점으로 촬영하고, 나중에 영희의 기억 장면을 방영할 때, 영희의 1인칭 관점의 장면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드라마는 1인칭 관점의 기억 장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3인칭 관점으로 방영된 장면을 1인칭 관점의 기억 장면으로 사용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바로 필자가 PD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안타까운 건 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과 사회도 회상에 대한 모순에 빠져 있어 개인의 생각, 즉 기억이 틀리지 않지만 여론이 그렇게 여기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다.


특히 기억에 대한 답변을 할 때, 기억 당사자가 1인칭 관점의 기억을 말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자꾸 3인칭 관점의 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기억 당사자가 엄청난 고통 속에서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기도 한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출석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기억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는데도 질문하는 의원들은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답만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정의가 실천돼야 하는 법원이나 검찰에서조차 판사와 검사는 피의자 개인의 기억보다 제3자의 기억을 잣대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검찰이 대장동 비리와 이태원 참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자신의 기억을 말하는데도 이를 믿지 않고 제3자의 기억만을 요구하다 급기야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사회가 모순된 기억의 잣대로 인해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기억은 3인칭 관점의 기억도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다중시대 속 현대인에게 당사자인 1인칭 관점에서의 기억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가 3인칭 관점만 방영했다가 극중 인물의 기억 장면에 1인칭 관점의 기억 대신 3인칭 시점의 기억을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와 너무 닮은 것 같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도 이미 회상(기억)에 대한 모순 속에 빠져 있다. 문제는 극중 회상에 대한 모순에 익숙하다 보니 현실에서도 회상에 관해서 자신도 모르게 모순된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모순된 사고는 결국 과거를 회상하면서 바로 착각 현상으로 나타나 치명적인 피해로 연결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2022년을 회상하면서 나 자신이 바라본 과거를 회상하지 않고, 내 주변에서 평가되어지는 나 자신의 행적을 짜깁기해서 회상하는 우를 범할 경우, 우리에게 닥칠 혼선을 생각하면 잘못된 회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22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온 2022년 인생 드라마 중 회상하고 싶은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만약 누군가 나를 2022년 한 해 동안 따라다니면서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촬영했다면, 그 드라마가 나의 2022년을 가장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인생 드라마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와 1년 동안 계속 동행하면서 나의 행적을 촬영해도 나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해줄 수는 없다. 제3자의 눈에 비친 나의 2022년이 객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2022년이 아니라, 제3자의 과거 속의 타인으로 존재하는 나의 2022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2022년은 나 자신의 오감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그래서 2022년의 회상이 나 자신을 통해 바라본 2022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속의 회상에 대한 모순을 이제라도 드라마 PD가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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