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 무료급식소 밥퍼의 항변

“문제 삼는 이유 모르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밥퍼’의 건물 증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밥퍼 건물을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고 각종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시에서 마련하고 구에서 증축해준 건물을 별안간 철거하라니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새로 취임한 구청장은 수 차례 면담 요청에도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다일복지재단은 1989년 최일도 목사가 설립한 기독교 사회복지 단체다. ‘나눔과 섬김의 이웃사랑 실천’이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사회복지·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밥퍼나눔운동 역시 그 일환이다. 이들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왔다. 

태도 돌변

매일 적어도 500명, 많게는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아 끼니를 때운다. 배식 시간이 다가오면 본부 인근 굴다리 아래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사회취약계층을 꾸준히, 큰 규모로 돕다 보니 재단은 점차 유명해졌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응원이 잇따라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33년간 이어온 밥퍼나눔운동은 최근 큰 부침을 겪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동대문구와 건물 철거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동대문구는 지난 9월 말 재단이 시유지에서 불법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며 재단에 무허가 건물 시정명령을 발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만일 시정명령 기한 안에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각종 행정 처분 동원을 적극 검토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재단이 철거 명령에 불응할 때 건축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대표자를 형사 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는 지난달 재단 측에 시정명령을 발송했다. <일요시사>가 직접 재단 측에 확인한 결과, 재단은 이달 초까지 동대문구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 3회·원상복구 명령 1회를 전달받았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행강제금 납부를 명령할 수 있다는 경고 역시 전해졌다. 

동대문구는 종전에 재단이 제출한 건축허가 신청과 실제 건축 방식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구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6월 ‘식당 및 식자재 저장공간으로 활용할 3층 규모 건물 2동을 짓겠다’는 취지의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때 기존 건물이 건축법에 저촉되므로, 재단이 모두 철거한 후 건축법에 맞게 신축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에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전제로 허가를 내렸는데, 재단 측이 신청 내용과 달리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무단 증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동대문구 측 입장이다.

구는 “밥퍼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확보와 인근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재단이 당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대로 적법하게 건축할 수 있도록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일복지재단-동대문구 증축·재건축 놓고 갈등 
재단 “앞뒤 맥락 들어보고 판단해야…억울” 호소


재단의 건물 증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재단 대표인 최 목사를 시유지 불법 증축 공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고발 직후 “사회적 약자들이 찾는 무료급식소에 행정 제재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당시 서울시청에는 시정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최 목사를 만나 사태를 수습했다. 양측은 재단이 건물 준공 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한다는 조건으로 시가 토지 사용을 승인하기로 합의했다. 재단은 이 합의에 기초해 동대문구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단순히 ‘법대로 하자’면 동대문구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재단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전후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하루아침에 뒤바뀐 지자체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단은 서울시·동대문구 등 지자체에 땅이나 건물 등을 지원해달라고 먼저 요구한 적 없다.

재단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재단 ‘지원사격’을 자청했다. 당시 서울시가 앞장서 청량리 지하차도 인근에 배식 공간을 마련해줬고, 6년 뒤엔 현재 자리한 시유지에 다시 건물을 세워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동대문구도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4선 구청장이었던 유덕열 전 구청장은 재임 중 수시로 봉사 현장을 방문했다. 유 전 구청장은 재단에 먼저 건물 증축을 제안하고, 여건을 마련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서울시가 건축법에 어긋나는 건물을 재단에 제공했고, 동대문구는 건축법에 어긋나는 건물 증축을 도운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는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찾는 대부분 독거노인인데…
하필 복지 공백 커진 이때?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 7월 이필형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이 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사에서 밥퍼를 언급했다. 당시 이 구청장은 “밥퍼 배식을 배달 서비스 방식 등으로 전환해 더 나은 밥퍼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밥퍼 주변환경 정리에 힘쓰고, 배식 시간 중 안심보안관을 운영해 구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두 달여 만에 칼을 빼 들었다.

재단 관계자는 “서울시가 새 건물을 짓는 걸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예산 확보 등 절차가 미진한 상황”이라며 “지자체 사업이라는 게 계획이 있어도 실행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것 아니냐. 건물을 당장 철거하고 나면 기약 없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지원한 건물을 서울시에서 다시 짓게 도와줄 때까지만 더 쓰겠다는 것인데 이걸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단은 해결책 모색을 위해 동대문구 측에 거듭 대화를 요청했지만, 동대문구의 일방적 거부로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 구청장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시찰 일정이 많아 당장은 어렵다’는 구청 답변 이후로는 쭉 무대응 상태”라며 “이후 실무자들이 찾아와 법대로 하겠다는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재단은 밥퍼 활동을 바라보는 일각의 혐오 시선에도 우려를 표했다. 재단 설명에 따르면 최근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의 독거노인들이다. 일부 주민들이 우려하는 ‘노숙인 배회로 인한 불안감 조성’은 없다. 길게 줄을 서는 수백 명 중 노숙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행정 대응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일요시사>에 “동대문구의 대응이 원칙상 맞는 것 아니냐. 안전상의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걸 지금 시기에 강행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가뜩이나 복지 사각지대가 우려되는 요즘인데, 이때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복지단체를 압박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 지적대로 최근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 커지는 반면, 복지활동은 점차 위축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실조로 진료받은 사람은 1만1115명이다. 코로나 유행 이후 2배로 늘었다. 60~70세 이상 노인이 많고, 의료 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의 비율도 16%에 달한다.


왜 지금?

게다가 코로나 유행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울 곳곳에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에만 서울에서 운영 중인 민간 급식소 3곳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았다. 기부된 식품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도 한때 전체의 절반이 운영을 중단했었다. 동대문구의 결단에 “하필 이때?”라는 의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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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