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 무료급식소 밥퍼의 항변

“문제 삼는 이유 모르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밥퍼’의 건물 증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밥퍼 건물을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고 각종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시에서 마련하고 구에서 증축해준 건물을 별안간 철거하라니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새로 취임한 구청장은 수 차례 면담 요청에도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다일복지재단은 1989년 최일도 목사가 설립한 기독교 사회복지 단체다. ‘나눔과 섬김의 이웃사랑 실천’이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사회복지·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밥퍼나눔운동 역시 그 일환이다. 이들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왔다. 

태도 돌변

매일 적어도 500명, 많게는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아 끼니를 때운다. 배식 시간이 다가오면 본부 인근 굴다리 아래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사회취약계층을 꾸준히, 큰 규모로 돕다 보니 재단은 점차 유명해졌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응원이 잇따라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33년간 이어온 밥퍼나눔운동은 최근 큰 부침을 겪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동대문구와 건물 철거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동대문구는 지난 9월 말 재단이 시유지에서 불법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며 재단에 무허가 건물 시정명령을 발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만일 시정명령 기한 안에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각종 행정 처분 동원을 적극 검토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재단이 철거 명령에 불응할 때 건축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대표자를 형사 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는 지난달 재단 측에 시정명령을 발송했다. <일요시사>가 직접 재단 측에 확인한 결과, 재단은 이달 초까지 동대문구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 3회·원상복구 명령 1회를 전달받았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행강제금 납부를 명령할 수 있다는 경고 역시 전해졌다. 

동대문구는 종전에 재단이 제출한 건축허가 신청과 실제 건축 방식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구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6월 ‘식당 및 식자재 저장공간으로 활용할 3층 규모 건물 2동을 짓겠다’는 취지의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때 기존 건물이 건축법에 저촉되므로, 재단이 모두 철거한 후 건축법에 맞게 신축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에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전제로 허가를 내렸는데, 재단 측이 신청 내용과 달리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무단 증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동대문구 측 입장이다.

구는 “밥퍼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확보와 인근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재단이 당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대로 적법하게 건축할 수 있도록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일복지재단-동대문구 증축·재건축 놓고 갈등 
재단 “앞뒤 맥락 들어보고 판단해야…억울” 호소


재단의 건물 증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재단 대표인 최 목사를 시유지 불법 증축 공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고발 직후 “사회적 약자들이 찾는 무료급식소에 행정 제재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당시 서울시청에는 시정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최 목사를 만나 사태를 수습했다. 양측은 재단이 건물 준공 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한다는 조건으로 시가 토지 사용을 승인하기로 합의했다. 재단은 이 합의에 기초해 동대문구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단순히 ‘법대로 하자’면 동대문구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재단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전후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하루아침에 뒤바뀐 지자체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단은 서울시·동대문구 등 지자체에 땅이나 건물 등을 지원해달라고 먼저 요구한 적 없다.

재단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재단 ‘지원사격’을 자청했다. 당시 서울시가 앞장서 청량리 지하차도 인근에 배식 공간을 마련해줬고, 6년 뒤엔 현재 자리한 시유지에 다시 건물을 세워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동대문구도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4선 구청장이었던 유덕열 전 구청장은 재임 중 수시로 봉사 현장을 방문했다. 유 전 구청장은 재단에 먼저 건물 증축을 제안하고, 여건을 마련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서울시가 건축법에 어긋나는 건물을 재단에 제공했고, 동대문구는 건축법에 어긋나는 건물 증축을 도운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는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찾는 대부분 독거노인인데…
하필 복지 공백 커진 이때?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 7월 이필형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이 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사에서 밥퍼를 언급했다. 당시 이 구청장은 “밥퍼 배식을 배달 서비스 방식 등으로 전환해 더 나은 밥퍼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밥퍼 주변환경 정리에 힘쓰고, 배식 시간 중 안심보안관을 운영해 구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두 달여 만에 칼을 빼 들었다.

재단 관계자는 “서울시가 새 건물을 짓는 걸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예산 확보 등 절차가 미진한 상황”이라며 “지자체 사업이라는 게 계획이 있어도 실행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것 아니냐. 건물을 당장 철거하고 나면 기약 없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지원한 건물을 서울시에서 다시 짓게 도와줄 때까지만 더 쓰겠다는 것인데 이걸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단은 해결책 모색을 위해 동대문구 측에 거듭 대화를 요청했지만, 동대문구의 일방적 거부로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 구청장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시찰 일정이 많아 당장은 어렵다’는 구청 답변 이후로는 쭉 무대응 상태”라며 “이후 실무자들이 찾아와 법대로 하겠다는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재단은 밥퍼 활동을 바라보는 일각의 혐오 시선에도 우려를 표했다. 재단 설명에 따르면 최근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의 독거노인들이다. 일부 주민들이 우려하는 ‘노숙인 배회로 인한 불안감 조성’은 없다. 길게 줄을 서는 수백 명 중 노숙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행정 대응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일요시사>에 “동대문구의 대응이 원칙상 맞는 것 아니냐. 안전상의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걸 지금 시기에 강행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가뜩이나 복지 사각지대가 우려되는 요즘인데, 이때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복지단체를 압박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 지적대로 최근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 커지는 반면, 복지활동은 점차 위축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실조로 진료받은 사람은 1만1115명이다. 코로나 유행 이후 2배로 늘었다. 60~70세 이상 노인이 많고, 의료 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의 비율도 16%에 달한다.


왜 지금?

게다가 코로나 유행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울 곳곳에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에만 서울에서 운영 중인 민간 급식소 3곳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았다. 기부된 식품으로 운영되는 푸드뱅크도 한때 전체의 절반이 운영을 중단했었다. 동대문구의 결단에 “하필 이때?”라는 의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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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