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뜯어먹기?’ 세대 갈라치는 국민연금 딜레마

누가 내는데?
얼마 낸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누구를 위한 연금인가. 국민연금 재원 고갈이 예견되면서 청년층 사이 ‘국민연금 불신론’이 만연하다. “돈은 돈대로 내고, 제대로 받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반면, 정부는 이를 불식할만한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주택·주식시장에 이어 연금제도 아래에서도 ‘벼락거지’가 되진 않을지 연일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제도다. 국민연금 가입은 법적 의무다. 그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납부 대상이자 수혜 대상이다. 10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낸다는 전제 아래, 만 65세 이후부터 평생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많이, 그리고 오래 낼수록 지급액이 커진다.

갈등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정책인 만큼, 국민연금의 혜택은 여타 민간 연금보다 월등히 앞선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덕에 관리비와 운영비 지출이 적고, 지급액에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이점에도 청년층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0년부터 고갈된다는 전망 탓이다.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현재 국민연금 체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그대로 유지하면 2055년 수급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연은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운영방식을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기금 고갈로 미래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39년 적자 전환되는 데 이어 2055년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 이어지자 2030세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2055년에 이제 막 연금을 받거나, 심지어 아직 받지 못할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 사이에선 연금 수령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청년세대는 노동인구의 주축으로서 국민연금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연령층이다. 이들의 불신은 국민연금 운용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공단은 일각의 비관적 전망을 겨냥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기금이 고갈돼도 연금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돈 내고 못 받는다’ 우려…사실 아니다?
최소 ‘더 내고 덜 받는다’ 정설로 굳어져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회의론’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공단은 기금 소진 이후 연금 지급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공단 측 주장대로 연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해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미 “지급액 규모가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9%)을 곱해 책정되고, 지급액은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한다. 예컨대 월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은 매달 27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한다. 만일 이 사람이 올해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꼬박꼬박 보험료를 낸다면 그는 20년 뒤에 월 67만6940원, 30년 뒤 월 85만9710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최소한의 노후생활도 보장할 수 없는 액수다.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이 실시한 ‘국민 노후보장패널’ 8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노년에 최저 생활을 유지하는 데 드는 ‘최소 노후생활비’로는 116만6000원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를 온전히 충당하기 위해서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을 유지하면서 30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연금으로 월 116만2340원을 수령할 수 있다. 연봉 6000만원을 상회하는 고소득자도 최저 생계 수준을 겨우 충족하는 셈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4세 노동자의 올해 평균 연봉은 2826만6000원에 불과하다. 35~39세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4941만6000원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 입장에서는 회의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실효성이 떨어진 건 지속적인 소득대체율 하락 탓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에 대비해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이 연금으로 월 45만원을 받는다면, 소득대체율이 45%인 셈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제도 도입 때 70%에 달했지만 현재는 4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연 0.5%p씩 하락해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지급 연령 상향·보험 요율 증가 등이 거론되다 보니, 청년층들은 기대수명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더 내고 덜 받는’ 상황을 면하기 어렵다.

주택·주식에 연금까지
“별안간 가난” 벼락거지론

세대별로 받는 혜택 수준이 다른 점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를 향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편이다. 사회 ‘주변인’으로 내몰린 청년세대는 ‘벼락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벼락거지란 벼락부자에 대응되는 용어로,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국민연금은 현재 납부자(청년세대)가 과거 납부자(기성세대)의 지급액 재원 마련을 지탱하는 구조인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청년층 사이에선 국민연금 지급액이 적은 것을 비꼬아 ‘국민용돈’이라고 부르거나, 강제로 납부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금’으로 치부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적은 액수를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민연금 지급액이 ‘푼돈’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연금 무용론·폐지론 대신 개혁론에 힘을 실을 뿐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은 국민연금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특위 구성 3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내년 3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토대로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중 연금 개편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개편안에 현 문제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얼마나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위원회가 청년세대를 비롯한 시민 의견 반영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연금개혁 특위 운영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7월 거대 양당이 발표한 합의안에는 특위가 민간자문위원회를 둔다는 조항만 포함했을 뿐, 그 구성안과 목적뿐만 아니라 기능조차 명시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한 논의 없이 첫 연금특위가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신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에서 청년세대의 의견수렴은 필수요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지난달 13일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인들의 재원 대책 없는 복지폭주와 악화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방치는 풍요로운 부모 세대가 미래의 어려운 자녀 세대가 사용할 재원을 약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를 채무자인 MZ세대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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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