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뜯어먹기?’ 세대 갈라치는 국민연금 딜레마

누가 내는데?
얼마 낸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누구를 위한 연금인가. 국민연금 재원 고갈이 예견되면서 청년층 사이 ‘국민연금 불신론’이 만연하다. “돈은 돈대로 내고, 제대로 받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반면, 정부는 이를 불식할만한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주택·주식시장에 이어 연금제도 아래에서도 ‘벼락거지’가 되진 않을지 연일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제도다. 국민연금 가입은 법적 의무다. 그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납부 대상이자 수혜 대상이다. 10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낸다는 전제 아래, 만 65세 이후부터 평생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많이, 그리고 오래 낼수록 지급액이 커진다.

갈등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정책인 만큼, 국민연금의 혜택은 여타 민간 연금보다 월등히 앞선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덕에 관리비와 운영비 지출이 적고, 지급액에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이점에도 청년층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0년부터 고갈된다는 전망 탓이다.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현재 국민연금 체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그대로 유지하면 2055년 수급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연은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운영방식을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기금 고갈로 미래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39년 적자 전환되는 데 이어 2055년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 이어지자 2030세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2055년에 이제 막 연금을 받거나, 심지어 아직 받지 못할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 사이에선 연금 수령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청년세대는 노동인구의 주축으로서 국민연금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연령층이다. 이들의 불신은 국민연금 운용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공단은 일각의 비관적 전망을 겨냥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기금이 고갈돼도 연금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돈 내고 못 받는다’ 우려…사실 아니다?
최소 ‘더 내고 덜 받는다’ 정설로 굳어져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회의론’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공단은 기금 소진 이후 연금 지급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공단 측 주장대로 연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해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미 “지급액 규모가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9%)을 곱해 책정되고, 지급액은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한다. 예컨대 월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은 매달 27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한다. 만일 이 사람이 올해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꼬박꼬박 보험료를 낸다면 그는 20년 뒤에 월 67만6940원, 30년 뒤 월 85만9710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최소한의 노후생활도 보장할 수 없는 액수다.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이 실시한 ‘국민 노후보장패널’ 8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노년에 최저 생활을 유지하는 데 드는 ‘최소 노후생활비’로는 116만6000원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를 온전히 충당하기 위해서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을 유지하면서 30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연금으로 월 116만2340원을 수령할 수 있다. 연봉 6000만원을 상회하는 고소득자도 최저 생계 수준을 겨우 충족하는 셈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4세 노동자의 올해 평균 연봉은 2826만6000원에 불과하다. 35~39세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4941만6000원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 입장에서는 회의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실효성이 떨어진 건 지속적인 소득대체율 하락 탓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에 대비해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이 연금으로 월 45만원을 받는다면, 소득대체율이 45%인 셈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제도 도입 때 70%에 달했지만 현재는 4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연 0.5%p씩 하락해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지급 연령 상향·보험 요율 증가 등이 거론되다 보니, 청년층들은 기대수명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더 내고 덜 받는’ 상황을 면하기 어렵다.

주택·주식에 연금까지
“별안간 가난” 벼락거지론

세대별로 받는 혜택 수준이 다른 점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를 향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편이다. 사회 ‘주변인’으로 내몰린 청년세대는 ‘벼락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벼락거지란 벼락부자에 대응되는 용어로,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국민연금은 현재 납부자(청년세대)가 과거 납부자(기성세대)의 지급액 재원 마련을 지탱하는 구조인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청년층 사이에선 국민연금 지급액이 적은 것을 비꼬아 ‘국민용돈’이라고 부르거나, 강제로 납부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금’으로 치부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적은 액수를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민연금 지급액이 ‘푼돈’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연금 무용론·폐지론 대신 개혁론에 힘을 실을 뿐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은 국민연금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특위 구성 3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내년 3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토대로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중 연금 개편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개편안에 현 문제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얼마나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위원회가 청년세대를 비롯한 시민 의견 반영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연금개혁 특위 운영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7월 거대 양당이 발표한 합의안에는 특위가 민간자문위원회를 둔다는 조항만 포함했을 뿐, 그 구성안과 목적뿐만 아니라 기능조차 명시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한 논의 없이 첫 연금특위가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신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에서 청년세대의 의견수렴은 필수요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지난달 13일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인들의 재원 대책 없는 복지폭주와 악화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방치는 풍요로운 부모 세대가 미래의 어려운 자녀 세대가 사용할 재원을 약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를 채무자인 MZ세대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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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