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선회? 이재명 “정부여당 유예…강행 맞나 의문”

금투세 ‘부자 감세’로 내년 도입해야
당내 찬반 엇갈려 지도부 교통정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불거진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해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우리는 야당이어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주체가 아니지 않느냐. 정부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가 강행하고자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은 ‘야당이 정부여당의 정책에 발맞출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자신이 지난 대선서 대통령으로 당선돼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더라면 유예하겠지만 야당이니 ‘어깃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주식양도세와 함께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2년 늦춘 2025년으로 유예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시행 5개월을 남긴 시점에서 ‘금융시장 리스크’를 우려해 연기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정부의 ‘부자 감세’라며 내년 도입 강행을 주장해왔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날 최고위 발언은 기존 민주당의 유예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당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강행에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서 “현재 증권거래세가 0.23%인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0.15% 낮출 수 있어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더 이익이 되는 제도로 설계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개미투자자 이익’ 발언은 그간의 금투세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김 정책위의장 외에도 같은 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예정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정책위의장은 이튿날(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비공개로 기획재정위,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날 논의는 1시간30분가량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회의 직후 그는 취재진과 만나 “제도를 예정대로 도입하자는 의견과, 그래도 여전히 실물시장 등이 불안정하니 유예하는 게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오늘 결론은 안 냈고 상임위 차원의 결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에 당 방침을 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유예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하셨고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하진 않았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을 열어놨다. 어떤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날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김병욱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금투세 유예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른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부정 여론이 확산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 및 리더십에도 상처가 불가피한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및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높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회 예산 처리일(12월2일) 등 물리적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이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반드시 유예해줄 것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 전시환씨는 “지금 한국증시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권은 지난 대선서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해 당선됐고 우선적으로 금투세 2년 유예를 방침으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증시 활성화, 개인투자자 보호, 1% 미만의 부자들만 해당된다는 논리로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폐지가 과연 개인투자자를 위한 법안이겠느냐”며 “금투세는 외국계과 기관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독박 과세며 거래세 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계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 이내의 부자들만 해당된다는 야당의 주장과는 다르게, 같은 세금이면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비율이 더 늘어날 텐데 어떻게 한국 증시가 더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 나머지 99%의 주식을 사줄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혹시 금투세 도입은 한국주식 활성화가 아니라 미국주식 활성화 법안이냐?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불확실성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 세계서 가장 큰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 증시와 비슷한 수준의 폭락으로 지금 한국시장이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한국 주식은 중증환자라고 볼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는 지금 숨넘어가게 생겼다. 인근 나라들에선 증시 방어를 위한 조치들이 나오는 반면, 한국 국회와 야당은 이런 중증환자한테 금투세라는 임상실험까지 해야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청원인은 “여야의 정치적인 논쟁서 금투세는 제외해달라. 금투세는 1000만 개인투자자의 재산이 걸린 민생문제”라며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무작정 금투세 도입을 위해 유예를 반대한다면 1000만 개인투자자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잘못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전 세계 최악의 거버넌스, 전 세계서 가장 저평가라는 주식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소중한 재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자산시장을 정상화하고 회복시킨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 그게 정의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시점서 금투세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며, 정부정책에 따라 2년 유예에 국회가 적극 협조할 것을 청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6일, 동의자 수 5만명을 넘기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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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