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중국에 줄 서는 반미 공동전선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2.09.26 16:04:22
  • 호수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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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14개 회원국 모두 참석한 장관회의를 통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5월 출범한 IPEF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신호탄이었다.

같은 달 15~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러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가 8개 회원국과 4개 준회원국 모두 참석한 정상회의를 통해 테러 방지와 경제협력 강화 등을 담은 ‘사마르칸트 선언문’을 채택했다.

시진핑은 내달 16일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안보동맹 영역을 확대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동맹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IPEF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을 느낀 시진핑이 해외순방 계획을 서둘러 전국대표대회 전 SCO를 첫 무대로 삼은 것이다.

이는 SCO에서 NATO와 IPEF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의 푸틴과 중·러 정상회담을 먼저 한 후, G20이나 APEC에서 바이든과 미·중 정상회담을 나중에 하겠다는 속내다.

시진핑이 20일부터 총 6일간 185개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장인 제77차 유엔총회를 해외 순방 첫 무대로 삼지 않은 것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땅에서 바이든과 만나는 것이 싫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앙아시아에서 탄탄한 외교를 다진 후, 미·중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시진핑의 전략 때문일 것이다.


3년 만에 칩거를 끝낸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러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상대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공조 의지를 다졌다.

한편, 중국은 IPEF 장관회의가 열리는 9일부터 인도와 핵심 국경 분쟁지인 라다크 지역 고그라-핫 스프링스에서 군대를 4일 만에 철수했다. 시진핑 주석과 인도 모디 총리가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고, 지금까지도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선 상황에서 한 합의라, 이번 합의가 양국 정상의 통 큰 결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을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QUAR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에 이어 IPEF에서도 미온적이나마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은 인도를 회유하기 위해 SCO 정상회의 직전 접경지역 철군에 합의했을 것이다.

시진핑은 SCO에서 인도와도 협력을 다진 후, 미국과 상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시진핑은 미국 바이든의 눈치도 봐야 하는 인도 모디의 입장을 고려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SCO 정상회의 기간 중 공식적인 중·인 정상회담을 추진하진 않았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육상 경계를, 6개 국가와 해상 경계를 맞대고 있는 세계에서 국경선이 가장 긴 국가다. 이런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도 인접국가와 국경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국경선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1년 출범한 SCO는 중·러를 중심으로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현재 8개 회원국과 4개 준회원국이 참여하는 정치·경제·안보협의체다.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한다.

현재 몇몇 국가들이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중앙아시아 주요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ATO 같은 적극적 방위를 위한 안보협력체제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SCO지만, 2012년 이후 SCO가 NATO에 준하는 형태로 기구의 협력 모델안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NATO의 대항마적 역할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회원국 모두 개발도상국이고,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SCO는 회원국 간의 정치적 이해와 입장이 상당히 다른 기구인데다 앞서 언급했듯이 SCO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을 중심으로 인접한 국가들로 구성돼있어 영토분쟁 같은 갈등의 불씨를 계속 안고 있다. SCO가 지금까지 NATO 같은 강력한 안보협력체제가 될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국) 국가들과 대미·대서방 견제전략을 함께 하면서 앞으로 SCO를 통해 어떤 힘을 보여줄지에 따라 SCO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면 북한과 북키프로스도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이번 SCO 정상회의애서 정식 회원국 가입에 서명했고, NATO 회원국인 터키도 미국, 유럽연합과 갈등을 겪으면서 SCO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동아시아 안보협력기구를 내세우며 한국과 일본도 SCO에 가입하거나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어서 가입은커녕 협력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SCO가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시진핑은 SCO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러시아와 인도를 우군으로 만들고 난 후, 미국과 미국 주도의 국제기구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대치하면서도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있는 러시아와 미·소 냉전시대의 비동맹 외교에 이어 미·중 신냉전시대에도 다동맹 외교로 마이웨이 중인 인도를 끌어안겠다는 시진핑의 SCO 돌파구가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NATO, IPEF, QUARD,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에 맞서 싸우겠다는 시진핑의 SCO 돌파구도 좀 더 지켜봐야 그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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