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①> 시민들과 머리 맞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다

“10년간 후진, 이제야 바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4번이나 서울시민의 부름을 받은 ‘최다선’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1.5선의 시장이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정을 제대로 운영해본 기간이 6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일’하고 싶은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4선에 성공해 다시 4년을 보장받았고, 시의회의 구성도 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이다. 이제 오 시장은 본인의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장 선거는 유독 여러 번 치러졌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전임 시장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무상급식 파동으로 그 전 시장이 사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시장직에 4번이나 도전해 당선된 사람이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파동으로 스스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보궐선거와 이번 해 지방선거에 연이어 당선되며 서울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요시사>는 추석을 맞아 오 시장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시정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역대 최다선 서울시장이 되셨습니다. 초선, 재선, 3선, 그리고 지금 중 어떤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총 4번 당선된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일한 기간으로 따지면 이제 6년을 좀 넘겼습니다. 사실상 1.5선이라는 시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시기마다 중요한 사업이나 이슈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들이 다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한 지난해 여름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께서 서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10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서울시와 시민을 위해 진심으로 분골쇄신해서 시민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유례없는 전폭적인 지지였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25개 자치구, 426개 동에서 모두 승리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에서까지 승리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체적으로 분석해 봤는데요, 제1호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 덕분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처럼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대물림 문제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경우는 그동안 많이 없었습니다. 그 진정성을 공감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제 표를 위한 구호가 아닌 서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정표라는 것을 증명해내겠습니다.

-‘식물시장’으로 1년을 보내셨는데..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난 1년은 과거로 역주행하던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다지는 새로운 출발의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민주당 1당 독제체제였던 시의회에 의해 서울시의 미래구상이 번번이 제동 걸렸던 점입니다.

과거 시의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울 미래사업’이나 ‘서울시 바로 세우기’에 ‘오세훈 치적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삭감을 계속 시도했어요. 결국 ‘반의 반’ 성과로 끝났죠. 서울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내재된 문제를 뿌리 뽑고 흔들림 없는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시의회 과반을 가져오면서 동력이 생겼습니다. 어떤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행하실 건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협력할 땐 협력하고 견제가 필요할 땐 견제할 수 있는 균형구도가 회복됐습니다. 저는 시급한 민생과 안전 현안 해결을 위해 ‘동행·매력특별시’ 구현에 힘을 쏟으려합니다. 지금은 밑그림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인데요.

생계·교육·주거·의료 등에 대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미래공간기획관과 디자인정착관도 신설하겠습니다. 누구나 살고, 일하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 거에요.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합니다. 민간위탁 사업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져온 ‘끼리끼리 채용’을 차단하고 특정 기관 독점, 장기 수탁 방지를 위해 동일 기관이 10년을 초과해 장기 수탁할 수 없게 하는 지침도 마련하겠습니다. 

4번 임기 중 작년 기억 남아…분골쇄신 다짐
물난리, 11년 전 제안한 정책 시행됐더라면…

-이번 물난리로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나요?

▲전임 시장 시절, 비용과 진영논리를 핑계로 2011년 제가 발표한 ‘빗물 터널’ 설치 구상을 철회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봐요. 빗물 터널만 철회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빗물 터널이요?

▲네, 제가 2011년 강남 등 7곳에 빗물 터널을 만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계획이 변경돼 신월 시설만 완료됐더라고요. 전임 시장님께서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와 함께 이 계획을 ‘토목공사’로 치부한 결과죠.

빗물 배수 터널은 지하 50m 깊이에 홍수기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시설입니다. 신월의 경우 시간당 95~100mm의 폭우가 왔는데도 감당이 가능했습니다.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갖고 있거든요. “이걸 7곳 모두 실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시의회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순조롭게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며 서울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습니다. 많아질 관광객에 대한 대처방안은 준비해놓으셨는지?

▲코로나로 멈췄던 관광시장이 재개되면서 서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K-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부상한 점도요. 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울의 보물 같은 매력을 계속 발굴해낼 생각입니다.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이미 착수 중입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일본·대만·마카오 대상 무비자 입국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고요.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한층 다채로워진 한강,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열 문화역사 랜드마크를 준비하려 합니다.

-준비 중이신 것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예를 들어, 한강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잖아요?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을 세계적 석양 명소로 만들 생각입니다. 매일 저녁 황금빛 물결을 만드는 낙조를 뷰포인트로 만들겠습니다. 여기에 세계적 규모의 대관람차, 수상 공연장, ‘노들섬 선셋랜드마크’까지 조성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폭락까지 우려하는데?

▲현재 서울시 집값이 기대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5년 서울 집값이 두 배 이상 뛴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폭락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안정세를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에 재건축과 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서울시내 신규 주택이 지역별, 시기별로 안배돼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와 시그널을 주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 계획은?

▲서울시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2026년까지 53만호의 신규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택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골자로한 정부의 ‘8·16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기초로 국토부와 정책 정합성을 맞춰가며 서울 집값의 연착륙을 이끌겠습니다.

-TBS의 기능 전환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왜 전환해야 하나요?

▲TBS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쇠퇴한 것 같아요. 이미 교통정보를 얻기 위해 TBS를 켜는 시민이 없고, 다가온 미래인 ‘자율주행시대’에서는 교통방송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TBS의 기능 전환은 시민의 신뢰와 사랑받는 방송으로 자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 걱정 없어 ‘만반의 준비’
“TBS 소임은 끝났다…지금부터 기능 전환해야”

-현재 구체화된 계획은 있나요? ‘교육방송’으로의 전환도 얘기하셨던데?

▲TBS의 구체적 개편 방향은 향후 시의회와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제가 당초 제안한 ‘교육방송’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교육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 직업교육, 교양방송 등 외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는 등 자립과 존립 요구를 이미하는 중이고 TBS 자체적으로 기능 전환을 비롯한 주체적인 자구책 논의가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TBS 내부는 이미 진행자 교체 및 출연료 삭감 등 프로그램의 개편을 통한 자립 노력을 개시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인연이 많으십니다. 이번에 유치원까지 확대하셨던데?

▲그동안 학교 급식법에 적용받는 초중고교는 2011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해온 데 반해, 유치원 급식은 별도의 제도적 지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별 급식단가에 편차도 생기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도 어린이집 급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의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에 서울시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서울시는 교육청의 제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시는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성장기 아이들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영양 높은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어린이집 급식비를 유치원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도 시가 먼저 제안한 거구요.

올해부터 시비를 추가 책정해 어린이집 급식비 단가를 인상, 유치원 급식비 단가와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과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시와 교육청 모두 한 마음입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 필요성에 동감하시는 걸로 압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는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정 전반에 청년의 창조적 역량을 수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청년참여제도는 확대·개선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참여 채널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들과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나요?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각 분야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친화위원회를 확대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 중 10% 이상은 반드시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해놨습니다.

청년정책 콘테스트 ‘내가 청년 서울시장이다’ 등 참여 채널도 다양화했고,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도 지속해서 운영 중입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원 중입니다.

-끝으로, 서울시민과 독자분들에게 추석인사 한마디 해주신다면.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풍성한 결실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민생경기와 치솟은 밥상물가로 추석을 앞둔 우리 주변의 풍경이 예년처럼 활기차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크고 환한 보름달의 빛이 모든 시민을 고르게 비춰주듯이 서울시 역시 한가위의 풍요로움이 서울시민 모두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동행·매력 특별시’를 힘차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며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