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②> 상처 투성 국민의힘 4선 김기현의 처방전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픕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마음같아선 고함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김기현 의원의 불만 섞인 토로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지만 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뷰 내내 김 의원은 걱정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대선 기간 원내대표직을 맡아 국민의힘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그는 판사, 국회의원, 울산광역시장 등을 통해 사법, 입법,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이 김 의원이 당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국민의힘 혼란의 처방책,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방안, 여야 협치,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의미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내용이 인용돼 혼란 속에 빠졌습니다

▲가처분을 인용한 재판부의 판결은 터무니없습니다. 판사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겠다는 사법 지상주의 아니고서는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비상 상황이 맞습니다. 당 지지율이 하락했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란 때문에 국민한테 야단을 맞고 있고, 지지자들도 비판 중입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해 우리 당을 새롭게 일으켜야 합니다. 판사가 비상 상태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모순입니다. 비상 상태 여부는 당에서 판단합니다. 

-직전 원내대표를 하면서 선거를 지휘하고 하셨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문제점은?

▲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1년 기간은 국민의힘 암흑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야당이었고, 지방 권력을 민주당에 70%정도 빼앗긴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예산권도 없었고, 정책 개발권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도 같은 당이 아니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105석이 전부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대선 분란까지 있어서 대선후보와 당 대표 둘 다 가출했고, 어려운 여건 가운데 대선을 치렀습니다.

상당히 쪼개지고, 찌그러진 상태였습니다. 당시 저는 원내대표로서 쪼개진 곳을 다시 붙이고 봉합했습니다. 통합을 통해 대선을 이겨냈습니다. 사막에 장미꽃을 피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리더십 문제입니다. 리더십을 가지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수습해야 합니다. 금이 갈 때는 미리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설까지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뿐 아닙니다. 저도 문제고 국민의힘 전체가 다 문제입니다. 다만 원내대표는 책임이 더 큰 자리입니다. 권 원내대표가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나와 다른 자세는 잘못됐다고 하면 안 됩니다. 책임을 가진 위치의 사람이 당신 책임이야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그 집안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처분 인용 사법지상주의
“나 포함 당 전체 다 문제”

-비대위 체제 말고는 혼란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 지 궁금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선당후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이 전 대표는 생각을 달리해 윤 대통령과 당을 공격합니다. 그래서 지도체제를 개편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기간 터졌던 갈등을 중재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중재 시도를 몇 번 하려고 했습니다. 당이 시끄러워질 때쯤입니다. 그러나 잘 안 됐습니다. 중재하는 게 중단됐는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습니다. 

-혼란을 장기화하면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비칩니다

▲갈등을 겪는 인물은 모두 같은 당입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면 안 됩니다. 이 전 대표와 다수 의원의 생각이 다릅니다. 이 전 대표가 계속 고집을 피워선 곤란합니다. 그게 공인의 책무입니다. 국민의힘은 사당이 아닙니다. 당 대표는 자기 마음대로 전횡하도록 권한을 부여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윤정부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앞으로 난관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비서실도, 행정부도 사고를 많이 쳤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함을 지르고 싶습니다. 정신차려야 할 사람이 많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윤 대통령이 정비해보자 생각하는 것으로 압니다. 하루빨리 잘 돌아가도록 노력해 국민이 윤정부를 믿을 수 있구나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윤핵관 라인을 솎아내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누굴 솎아내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역할을 하고, 대통령실 직원 중 호흡이 잘 맞는 사람으로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인사를 검찰 라인이 꽉 잡고 있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과거 문재인정부 때는 더 심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셀프로 자신을 검증하지 않았습니까. 문정부 시절에 민정수석실 인사팀은 문제입니다. 문정부는 야당이 반대했는데 임명한 경우가 30건이 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현재의 검증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문 등 논란을 확인하는 게 공무원이 하는 일입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파악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갈 길이 멉니다. 그래서 국민의힘도 비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비대위를 만든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드시 당이 시스템을 갖춰서 정책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민생문제를 빨리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현재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정당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다른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당은 민생현장으로 나가서 국민을 만나고 예산 투입하고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현재 내부에서 혼란이 가중되니 당력도 모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오릅니다. 살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과제입니다. 그렇게 하라고 대통령이 된 겁니다.

-의원님께서는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고 자신하셨습니다

▲보통 당 대표 등이 선거에 나와 자기가 나오면 반드시 당의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공약합니다. 다 그럽니다. 당 대표에 나오는 인물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그걸 봐야 합니다. 제가 원내대표에 취임한 게 지난해 4월 말입니다. 당시 우리 당의 지지율은 20% 후반대였습니다.

저도 원내대표에 나오면서 당 지지율을 연말에 40%까지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조롱도 받았고, 민주당처럼 이재명, 이낙연 같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난관을 헤쳐나갔고, 실제로 지지율을 올려놨습니다. 결국 잠재적 에너지를 가장 좋은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1년 후 우리 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총선에서도 국민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전당대회를 빨리하면 좋다고 언급하셨습니다

▲간단합니다. 아픈 사람은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아픈 게 더 심해집니다. 조기 전당대회는 당연한 겁니다. 우리 당은 많이 아픕니다. 온몸이 몸살이 나서 빨리 치료하고 정상화해야 합니다. 

이준석 결단 시급…선당후사 자세 필요
당대표 도전 “대통령도 지지율 오를 것”

-조기 전당대회를 두고 안철수 의원과 주장하는 시기가 다릅니다

▲안철수 의원이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떨 때는 올해 말인 12월에 해야 한다고 했다가 어떨 때는 내년 1월에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헷갈리게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이재명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저는 우리가 야당 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니네 당이나 정신 차려라. 여당 형편이나 돌봐라” 할 텐데 그래도 복이 있는 게 맞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표현이 있듯이 우리 당을 단단한 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뽑고 최고위원 5명 중 4명을 전부 친명(친 이재명)계로 뽑았습니다.

이러면 당이 2년 동안 안 바뀝니다. 국민의힘은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한테 다가갈 텐데, 민주당은 자멸의 길을 걷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 세력에 민주당이 완전히 포위된 것입니다. 극도로 편향된 목소리만 듣고 당원이 동원된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투표율을 보면 형편이 없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본거지 격인 호남 투표율은 더 낮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호남 지역 투표율은 낮았습니다. 민주당이 이렇게 개딸같은 그룹에 포위돼가는 순간 다른 전통 당원은 지도부를 인정 못 한다는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거의 낭떠러지로 가는 꼴과 뭐가 다릅니까. 

-우려스러운 점은 민주당이 당 대표가 선출돼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국민의힘에 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딱히 타격받을 일이 없습니다. 선수로 따지면 제가 이 대표보다 더 높습니다. 저는 4선에 광역단체장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에 처음 들어온 초선 의원입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니 존중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부도덕한 인물의 몸통 아닙니까.

아직도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성남FC,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있습니다. 존중은 별개 문제입니다. 저는 대선 기간 이 대표하고 최일선에서 싸운 사람입니다. 원내대표를 했고, 총괄 지휘관이었습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의혹을 제기한 제가 얼마나 미웠겠습니까. 이 대표가 과거 저를 위리안치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아마 제가 무서워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야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사실 걱정됩니다. 국회가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좌파·우파·진보·보수 어느 쪽이든 건강해야 합니다. 한쪽이 병들어 있고 한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수레가 두 바퀴로 굴러가면 얼마 못 갑니다. 좌파도 우파도 건전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이고 삶의 질이 증진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함께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양당 모두 자중지란인데 민생에 신경 좀 쓰라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뽑아놨더니 하는 짓거리봐라”는 저희를 제대로 본 시각이 맞습니다. 다만 작금의 사태는 빨리 잘못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몸부림치는 과정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당 역시 민생을 챙기려면 정상상태가 되도록 다 협조해야 합니다.

-곧 민족 대명절인 추석입니다. <일요시사> 구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국민이 추석 같지 않은 추석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예년보다는 조금 더 풍성한 추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물가가 올라가고, 경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고민스럽지만 빨리 경제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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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