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②> 상처 투성 국민의힘 4선 김기현의 처방전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픕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마음같아선 고함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김기현 의원의 불만 섞인 토로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지만 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뷰 내내 김 의원은 걱정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대선 기간 원내대표직을 맡아 국민의힘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그는 판사, 국회의원, 울산광역시장 등을 통해 사법, 입법,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이 김 의원이 당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국민의힘 혼란의 처방책,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방안, 여야 협치,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의미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내용이 인용돼 혼란 속에 빠졌습니다

▲가처분을 인용한 재판부의 판결은 터무니없습니다. 판사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겠다는 사법 지상주의 아니고서는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비상 상황이 맞습니다. 당 지지율이 하락했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란 때문에 국민한테 야단을 맞고 있고, 지지자들도 비판 중입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해 우리 당을 새롭게 일으켜야 합니다. 판사가 비상 상태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모순입니다. 비상 상태 여부는 당에서 판단합니다. 

-직전 원내대표를 하면서 선거를 지휘하고 하셨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문제점은?


▲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1년 기간은 국민의힘 암흑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야당이었고, 지방 권력을 민주당에 70%정도 빼앗긴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예산권도 없었고, 정책 개발권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도 같은 당이 아니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105석이 전부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대선 분란까지 있어서 대선후보와 당 대표 둘 다 가출했고, 어려운 여건 가운데 대선을 치렀습니다.

상당히 쪼개지고, 찌그러진 상태였습니다. 당시 저는 원내대표로서 쪼개진 곳을 다시 붙이고 봉합했습니다. 통합을 통해 대선을 이겨냈습니다. 사막에 장미꽃을 피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리더십 문제입니다. 리더십을 가지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수습해야 합니다. 금이 갈 때는 미리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설까지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뿐 아닙니다. 저도 문제고 국민의힘 전체가 다 문제입니다. 다만 원내대표는 책임이 더 큰 자리입니다. 권 원내대표가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나와 다른 자세는 잘못됐다고 하면 안 됩니다. 책임을 가진 위치의 사람이 당신 책임이야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그 집안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처분 인용 사법지상주의
“나 포함 당 전체 다 문제”

-비대위 체제 말고는 혼란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 지 궁금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선당후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이 전 대표는 생각을 달리해 윤 대통령과 당을 공격합니다. 그래서 지도체제를 개편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기간 터졌던 갈등을 중재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중재 시도를 몇 번 하려고 했습니다. 당이 시끄러워질 때쯤입니다. 그러나 잘 안 됐습니다. 중재하는 게 중단됐는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습니다. 

-혼란을 장기화하면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비칩니다

▲갈등을 겪는 인물은 모두 같은 당입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면 안 됩니다. 이 전 대표와 다수 의원의 생각이 다릅니다. 이 전 대표가 계속 고집을 피워선 곤란합니다. 그게 공인의 책무입니다. 국민의힘은 사당이 아닙니다. 당 대표는 자기 마음대로 전횡하도록 권한을 부여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윤정부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앞으로 난관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비서실도, 행정부도 사고를 많이 쳤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고함을 지르고 싶습니다. 정신차려야 할 사람이 많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윤 대통령이 정비해보자 생각하는 것으로 압니다. 하루빨리 잘 돌아가도록 노력해 국민이 윤정부를 믿을 수 있구나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윤핵관 라인을 솎아내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누굴 솎아내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역할을 하고, 대통령실 직원 중 호흡이 잘 맞는 사람으로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인사를 검찰 라인이 꽉 잡고 있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과거 문재인정부 때는 더 심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셀프로 자신을 검증하지 않았습니까. 문정부 시절에 민정수석실 인사팀은 문제입니다. 문정부는 야당이 반대했는데 임명한 경우가 30건이 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현재의 검증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문 등 논란을 확인하는 게 공무원이 하는 일입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파악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갈 길이 멉니다. 그래서 국민의힘도 비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비대위를 만든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드시 당이 시스템을 갖춰서 정책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민생문제를 빨리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현재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정당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다른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당은 민생현장으로 나가서 국민을 만나고 예산 투입하고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현재 내부에서 혼란이 가중되니 당력도 모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오릅니다. 살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과제입니다. 그렇게 하라고 대통령이 된 겁니다.

-의원님께서는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고 자신하셨습니다

▲보통 당 대표 등이 선거에 나와 자기가 나오면 반드시 당의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공약합니다. 다 그럽니다. 당 대표에 나오는 인물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그걸 봐야 합니다. 제가 원내대표에 취임한 게 지난해 4월 말입니다. 당시 우리 당의 지지율은 20% 후반대였습니다.

저도 원내대표에 나오면서 당 지지율을 연말에 40%까지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조롱도 받았고, 민주당처럼 이재명, 이낙연 같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난관을 헤쳐나갔고, 실제로 지지율을 올려놨습니다. 결국 잠재적 에너지를 가장 좋은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1년 후 우리 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총선에서도 국민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전당대회를 빨리하면 좋다고 언급하셨습니다

▲간단합니다. 아픈 사람은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아픈 게 더 심해집니다. 조기 전당대회는 당연한 겁니다. 우리 당은 많이 아픕니다. 온몸이 몸살이 나서 빨리 치료하고 정상화해야 합니다. 

이준석 결단 시급…선당후사 자세 필요
당대표 도전 “대통령도 지지율 오를 것”

-조기 전당대회를 두고 안철수 의원과 주장하는 시기가 다릅니다

▲안철수 의원이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떨 때는 올해 말인 12월에 해야 한다고 했다가 어떨 때는 내년 1월에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헷갈리게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이재명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저는 우리가 야당 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니네 당이나 정신 차려라. 여당 형편이나 돌봐라” 할 텐데 그래도 복이 있는 게 맞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표현이 있듯이 우리 당을 단단한 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뽑고 최고위원 5명 중 4명을 전부 친명(친 이재명)계로 뽑았습니다.

이러면 당이 2년 동안 안 바뀝니다. 국민의힘은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한테 다가갈 텐데, 민주당은 자멸의 길을 걷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 세력에 민주당이 완전히 포위된 것입니다. 극도로 편향된 목소리만 듣고 당원이 동원된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투표율을 보면 형편이 없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본거지 격인 호남 투표율은 더 낮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호남 지역 투표율은 낮았습니다. 민주당이 이렇게 개딸같은 그룹에 포위돼가는 순간 다른 전통 당원은 지도부를 인정 못 한다는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거의 낭떠러지로 가는 꼴과 뭐가 다릅니까. 

-우려스러운 점은 민주당이 당 대표가 선출돼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국민의힘에 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딱히 타격받을 일이 없습니다. 선수로 따지면 제가 이 대표보다 더 높습니다. 저는 4선에 광역단체장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에 처음 들어온 초선 의원입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니 존중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부도덕한 인물의 몸통 아닙니까.

아직도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성남FC,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있습니다. 존중은 별개 문제입니다. 저는 대선 기간 이 대표하고 최일선에서 싸운 사람입니다. 원내대표를 했고, 총괄 지휘관이었습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의혹을 제기한 제가 얼마나 미웠겠습니까. 이 대표가 과거 저를 위리안치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아마 제가 무서워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야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사실 걱정됩니다. 국회가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좌파·우파·진보·보수 어느 쪽이든 건강해야 합니다. 한쪽이 병들어 있고 한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수레가 두 바퀴로 굴러가면 얼마 못 갑니다. 좌파도 우파도 건전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이고 삶의 질이 증진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함께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양당 모두 자중지란인데 민생에 신경 좀 쓰라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뽑아놨더니 하는 짓거리봐라”는 저희를 제대로 본 시각이 맞습니다. 다만 작금의 사태는 빨리 잘못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몸부림치는 과정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당 역시 민생을 챙기려면 정상상태가 되도록 다 협조해야 합니다.

-곧 민족 대명절인 추석입니다. <일요시사> 구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국민이 추석 같지 않은 추석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예년보다는 조금 더 풍성한 추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물가가 올라가고, 경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고민스럽지만 빨리 경제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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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