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냐 공천이냐 ‘이재명발’ 민주당 분당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내 헌정사상 분당을 통해 성공한 정치세력은 드물었다. 기존 당에 ‘배신’했다는 이미지는 정치인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한 당은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아 자주 홀대받는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웬만하면’ 분당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본인의 공천권이 불투명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신 이미지와 정치적 명분은 본인의 공천 앞에서 매우 사소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 진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의 당선 뉴스가 전해지면서다. 지난 27일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 최종 발표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는 ‘당 대표 당선인’으로 호명됐다.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고, 비명계 의원들의 얼굴엔 썩은 미소가 번졌다. 

꽃놀이패
쥐고 골탕?

당 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민주당 지도부 자리 대부분을 가져오게된 친명계는 이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를 손에 쥐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비명계다. 지난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부터 친명계와 갈등을 빚어온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와 당 대표 출마 때도 지속해서 싸웠다.

계속 싸우긴 했지만, 계속해서 패배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앞길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는 물론, 당 대표 선거마저도 승리했다. 자연스레 외로운 싸움을 하던 그를 지켜온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당선의 ‘공신’으로 떠올랐고, 출마를 반대했던 의원들은 ‘역적’으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 

후자 쪽은 정세균계와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들로 당초 이들 좌장격 의원들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 대표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다. 당내 계파 싸움이 치열하니 양 계파에서 후보를 아예 내지 말자며 설득에 나선 것이다. 시작은 홍영표 의원이었다.

지난 6월24일 충남의 한 리조트에서 민주당은 워크숍을 연 바 있다. 당시 친문계 의원들은 하나둘 이 대표에게 찾아가 불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홍 의원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연 이재명 후보나 내가 출마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우리가 판단해 보자고 (이 의원에게)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후에 홍 의원은 불출마를 실천했고,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또 다른 의원인 전해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문계에서는 최종적으로 아무 후보도 내지 않았다. 

두 의원이 불출마로 이 대표를 막으려 했다면, 설훈 의원은 직접 출마해 그의 당권 도전을 막으려 했다. 설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출마의 이유를 ‘분당될까 봐’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분당은 막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분당의 위험성이 커진다”며 “지금도 이 의원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강성 팬덤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고 있다. 이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설 의원 말대로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은 비명계 의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들은 문자폭탄과 팩스 돌리기, 댓글 테러 등의 수단으로 이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을 공격했다.

강성 팬덤의 공격을 경험한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안 쓰이기도 하고 반반이다. 그러나 의원실 직원들이 힘들어 할 때는 조금 위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친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지도부 완전 장악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설 자리 없는 비명계

이 대표의 팬덤이 의원들의 언로를 막고 있다는 지적에는 민주당 내 대부분의 인사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은 친문 의원들의 지지자들과 본질적으로 결합할 수 없는 세력이다. 이들은 ‘개혁’을 위해서 이 대표가 필요하고, 친문 의원들은 구태 세력이라 생각해 적으로 인식한다.

‘구태’에 ‘적’이 돼버린 친문 의원들은 어떤 행보를 해도 이 대표의 팬들에게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의 출마를 말린 것은 친문계 좌장들뿐만 아니다. 지난 6월22일 재선 의원 34인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 발표를 맡은 송갑석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간 세력 싸움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들은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입장문에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당시 언론은 친문의 핵심인 홍영표·전해철 의원 및 86세대의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 등과 함께 이 대표에 대한 불출마 요구로 풀이했다. 

이렇게 많은 반대를 이겨내고 나온 이 대표에게 이제 칼자루가 쥐어졌다. 공천권이라는 칼이다. 대표가 된 이 의원은 친명계로 가득찬 최고위원들과 함께 본인의 입맛대로 민주당을 구성할 권리가 생겼다.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인사 대부분 이 대표가 ‘뒤끝’이 있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겉으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결국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의원들을 ‘용서하지 않을’ 성격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 비명계 의원실의 보좌관은 “이 의원은 대선 때 적극적으로 도왔던 의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지역구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딱히 비명계에 대한 견제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대표가 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일요시사>에 귀띔했다. 

그러나 분당의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 대표의 ‘견제 행보’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분당까지 가기에는 동력도, 명분도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기존 정당을 이탈한 정치세력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기란 쉽지도 않다.

그간 국내 헌정 역사에는 이해관계가 틀어져 분당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방아쇠
당기나

3당 합당 당시 쪼개졌던 민주당이 그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의 열린우리당이 그랬으며 2009년 친이(친 이명박)계의 공천 학살로 떨어져 나왔던 ‘친박연대’가 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새누리당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다.

그간 정당 역사상 분당에는 ‘명분’과 ‘리더’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보통 분당한 정당은 성공을 이루진 못했지만 몇몇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신한국당에서 쪼개져 나왔던 ‘한나라당’이 대표적이다.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YS의 영향력 아래에서 자연스레 상도동계 의원들 또한 신한국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심판하고 금융실명제 등을 실시해 인기가 높았던 YS 덕분에 신한국당의 상도동계 의원들은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이들의 영화는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며 끝이 났다.

국가가 부도나며 생활에 큰 타격을 입자 국민들이 비난의 화살을 일제히 대통령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이때 YS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심한 레임덕을 앓았다고 평가받는다.

대통령의 추락과 함께 신한국당 내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상도동계 의원들이 중심이 된 지도부는 힘을 잃어갔고, 다음 총선에 대한 대비도 전무한 상태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신한국당 내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던 이 전 총재는 YS의 인기가 떨어지자 보수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의 슬로건도 ‘삼김 청산’이었고, YS를 포함한 기존의 ‘구태 보수’를 개혁하자는 뜻을 신한국당과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썩소와 
박수갈채

이런 강력한 리더가 등장하자 ‘신한국당 분당설’이 점차 힘을 받게 된다. YS의 영향력이 강한 당을 해체하고 이 전 총재를 중심으로 새판을 그리자는 전략이 의원들에게 먹혀들어 갔다.

당시 보수당에 몸담던 의원들 또한 본인의 다음 공천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천 자체도 받기 힘들뿐더러 공천을 받는다하더라도 인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한국당을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전 총재는 결국 ‘한나라당’을 창당하게 된다.

그가 창당한 한나라당은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전성기를 누린 보수정당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의 국민의힘 역시 이때 이 전 총재가 창당한 한나라당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창당을 단행하며 YS 계파인 상도동계를 적으로 돌리고 강경보수 세력인 공화계, 민정계와 손을 잡았다.

이런 탓에 기존의 기치였던 ‘보수 개혁’에 대한 명분은 약해졌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승승장구했다. 4회 지방선거와 17대 총선, 그리고 4년 뒤 18대 총선까지 한나라당은 내리 3연승을 기록했다. 한때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과 30~40%가량 꾸준히 차이를 벌리며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염원으로 여겨졌던 정권교체도 이뤄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내리 패하며 10년간 정권을 잃은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내세우며 정권을 되찾아오려 노력했다.

당장 리더 있어야 하는데…
이낙연 전 대표 귀국 주목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선거 구호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 갔고 경제위기와 북핵 문제 등이 겹치며 보수정당이 호재를 탔다. 결국 이 후보는 당시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을 보수 지지자들에게 돌려줬다.

이는 한나라당의 성공적인 분당 사례로 남아있다. 당시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당을 가능케 했던 것은 역시 이회창의 ‘존재감’과 다음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두려움’이었다.

현재 민주당은 현재 공천 학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자 공격을 한번이라도 받은 친문 의원은 본인이 ‘개혁 대상’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고, 대립각을 깊게 세운 의원들은 ‘확신’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던 의원이 대다수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분당을 이끌 ‘이회창’과 같은 리더는 찾아볼 수 없다. 친문계의 리더라고 인식되는 이낙연 전 대표는 현재 미국에 가 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분당을 이끌만한 리더들이 모두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분당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5년까지여서 2024년 총선 전에 분당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전 대표의 귀국 시점은 내년으로 잡혀 있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세력 싸움이 한창일 무렵, 이 전 대표의 복귀가 예정돼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세가 약해진 조직이지만 분명한 리더 한 명이 나타날 경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됐든, 다른 새로운 리더가 됐든 공천 학살이 일어나는 시점이 분당의 시점이 될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의 말대로 비명계는 상황을 뒤집을만한 힘이 다분하다. 민주당 내 헤게모니를 차지한 기간이 무척 길었던 점이 있고, 아직도 민주당 의원의 과반 이상이 비명계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모델은 
한나라당?

민주당은 그동안 네 번이나 분당을 경험한 바 있다. 그때마다 진보정당의 입지는 줄었고 선거에서 늘 불리한 조건으로 보수정당을 상대해야만 했다. 이 대표는 본인이 민주당의 리더가 되면 그간의 계파 갈등을 모두 청산하고 의원들을 하나로 품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이제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국민의힘 분당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전면전 선포로 일각에서 국민의힘 측에도 분당설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말,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사적 대화가 언론 카메라에 공개되며 한차례 고역을 치룬 바 있다.

유출된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전했다.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고 잠행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는 해당 문자가 보도되자마자 잠행을 깨고 다시 내부 총질을 시작했다.

지난 22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을 행해 ‘이XX 저XX’하던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려고 부단히 뛰었던 제 심정이 진정한 선당후사”라며 장제원, 권성동 등 윤핵관을 향해 다음 총선에서 험지로 출마해 당선해오라는 주문을 했다. 그것이 자신과 국민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선당후사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국민의힘에서 입지가 좁아진 이 전 대표가 본인 중심의 새로운 보수정당을 출범시켜 아예 새 판을 짤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측근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이미 한 번 새 보수정당을 출범했다가 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확실시 되자 유승민·장제원 의원 등과 함께 바른정당을 만들어 새 정치를 꿈꿨던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른정당을 외면했다. 기존 보수 지지층은 여전히 새누리당을 더 지지했고, 중도 지지층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급격히 쏠려갔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분당이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로 이 전 대표의 ‘리더십 상실’을 들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 당심은 이 전 대표에게 좋지 못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물러간 후 ‘이핵관’이라 불렸던 그의 세력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