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가는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 두 얼굴

무단침입에 주먹질 대책 없는 ‘완장질’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동물권 보호단체 ‘케어’ 소속의 한 활동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개 농장 인근에서 농장주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일흔을 앞둔 노인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고막이 파열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활동가의 불법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알고 있다. 개 농장 철폐 활동 현장에서 충돌과 갈등은 흔한 일이다. 생존과 생계, 합법과 불법이 뒤엉킨 ‘투쟁’이 반복된다. 동물권 보호 활동가는 자진해 투쟁의 최일선으로 향한다. 개 농장의 비도덕·불법성을 고발하겠다는 목표다. 

때린 적 
없다더니…

다만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 불법을 동원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에는 이 사실을 경시한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지난 5월, 충청북도 음성군의 한 개 농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는 한 노인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농장주였다. 결국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갈비뼈 네 대 골절과 고막 파열을 진단받았다. 특히 고막은 영구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요시사>는 수소문 끝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던 노인은 지인들과 산에서 나무를 하던 중, 농장 주변을 배회하는 활동가 일행을 발견했다. 그는 얼마 전 누군가의 신고로 지자체 행정 지도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들’이 다시 온 것을 직감한 노인은 급히 산 아래로 향했다.


한참 실랑이가 벌어졌다. 노인은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라고 요구했고, 활동가는 이를 거부했다. 노인은 그냥 현장을 떠나려는 활동가 A씨를 붙잡고 늘어졌다. 결국 실랑이가 몸싸움으로 번졌다.

일흔을 앞둔 노인은 키가 16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했다. 반면 중년에 불과한 A씨는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노인은 넘어졌고, A씨는 그 위에 올라타 그를 짓눌렀다. 마을 주민이 이들을 말리러 왔을 때, 노인은 A씨 아래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이 A씨를 제지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그는 주민에게 “노인을 제압하지 않으면 나를 폭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동은 경찰이 오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노인은 꼬박 한 달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반면 A씨는 목 뒤쪽의 찰과상 이외에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이윽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처음에는 “노인을 때린 적 없다. 몸을 눌러 제압하기만 했다”더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주먹으로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는 ‘폭행 과정에서 발까지 사용했다’는 노인 측 주장을 끝까지 부인했다.

현장 나가 개 농장주 때려 중상해 
다른 지역서도 사정당국 조사 대상

경찰은 두 달간의 조사 끝에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그런데 A씨뿐만 아니라 농장주도 ‘상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양쪽 모두 경찰에 상해진단서를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갈비뼈 골절과 고막 파열 소견이 담긴 ‘전치 4주’ 진단서를, A씨는 찰과상이 적힌 ‘전치 2주’짜리 진단서를 냈다.

노인 측은 A씨와 같은 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눈치다. 노인 측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찰 측 판단이 아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 법에서는 사람 몸에 손만 대도 ‘폭행’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지하는 과정이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상해 혐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찰이 상해(죄)로 기소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인이 속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협회 관계자는 “체격이나 나이를 보면 쌍방이라 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차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폭행당하고 있었다. 몸이 깔려 숨도 잘 못 쉬고 있었다”며 “이때 노인이 매달리면서 A씨에게 상처를 입힌 거라면, 그건 정당방위 등으로 참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사람의 혐의는 같아도,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치 2주 정도면 경우에 따라 선고 유예도 가능해보인다”며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A씨에 대해서는 “전치 4주는 중상해로 볼 수도 있다. 합의가 없다면 제법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며 “기존에 폭력 전과가 있었다면 집행유예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치 2주
전치 4주

사건 발생 후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 측은 민사소송도 예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노인이) 퇴원 후에도 회복이 더뎌 한동안 일을 못했다”며 “수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그리고 대신 일한 인부 고용비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씨는 자신을 ‘와치독’의 기획자로 소개한다. 와치독은 케어 산하 개 농장 철폐조직으로, 지난해 조직됐다. 2019년 불법 안락사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박소연 케어 전 대표도 이 곳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개 농장 수를 개 농장 금지법 제정의 걸림돌로 지목한다. 개 농장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이들에 대한 보상안 마련이 어려워 관련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논리다. 이에 이들은 개 구출·구조보다도 개 농장 철폐에 활동 초점을 맞춘다.

A씨는 SNS 게시글에 “내 이름 석 자가 있는 명함을 주면 저항하지 말고(농장을) 자진 철거하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후원 독려용이었다. 그는 케어 외부에서 별도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케어가 구조하고, ○○(보호소 명)이 보호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동물보호단체는 일반적으로 불법 개 농장 적발 및 철폐를 목표로 활동한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개 농장은 불법 운영 시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농장이 음성군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 사육에 관한 제재는 아니었다.

위법 사항은 콘크리트 매설, 컨테이너 사용 등 농장 시설물에 한정됐다. 더군다나 A씨가 다시 농장을 찾은 지난 5월에는 그마저도 시정된 상황이었다.


당시 농장에서 불법 도살 등 ‘긴급 상황’은 없었던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A씨의 과격한 행동은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자가
사람 잡네

또 A씨는 이곳 이외에서도 여러 불법행위를 자행하다 고발당한 상태다. 제보에 따르면 A씨는 강원도 강릉·양구 등지에서 공동 건조물 무단침입·수색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양구 사건은 조만간 검찰 처분이 결정될 예정이고, 강릉 사건도 경찰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와치독은)개 농장을 발견하면 온갖 사유를 들어 국민신문고로 신고한다. 그러면 이를 접한 지자체는 각종 부서를 동원해 ‘이 잡듯이’ 뒤질 수밖에 없다”며 “‘어쨌든 하나라도 걸려보라’는 식이다. 명확한 불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해도, 일단 신고부터 한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사건에 대한 케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케어 관계자와의 첫 통화는 지난 5월이었다. 사실관계 상호 확인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케어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케어 관계자는 당시 통화에서 “농장주 상태는 모르겠고 우리 활동가가 다쳤다. 직접 보진 못하고 사진만 받아봤는데 목에 상처가 있더라”며 “(우리 활동가가)그쪽을 폭행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게 기삿거리나 되냐. 그쪽에서 맞았든, 우리 활동가가 다쳤든 수많은 동물이 잔인한 고통에서 죽어나가는데 그런 건 왜 기사화하지 않느냐”며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이런 게 이슈 되는 것 자체를 못 견디겠다”고 날을 세웠다.

‘추가 입장이 있다면 연락 달라’고 요청했지만, 케어 측은 석 달 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이달 초, 케어 측에 재차 연락을 취했다. 관계자는 “당사자(A씨)한테 직접 확인해보라”며 “취재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불법 엄단한다던 본인이 사고?
노인 갈비뼈 부러지고 고막 파열

이에 <일요시사>는 관계자를 통해 A씨에게 연락처와 간단한 질의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로 어떠한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케어의 ‘과격 활동’이 되레 개 농장 철폐에 방해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 식용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괜시리 개 식용 업계를 자극해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합의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케어의 행보는 협상 명분을 떨어트릴 우려가 크다.

합의에 나선 단체 모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동물보호단체와 개 식용 업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모았다. 일명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조직한 것이다. 개 식용 폐지 여부를 논의하고, 폐지 시한·농장주 지원 방안 등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담당 정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참여 단체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참여 단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의 대표 격인 몇몇 단체가 논의에 참여 중이었다. 하지만 케어는 논의기구에 속해 있지 않았다.

‘개 농장 즉각 폐지’가 목표인 케어의 활동 기조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조직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사회적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모양새다.

과격 활동
또다른 논란

퇴원 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노인은 이달에 들어서야 겨우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노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어르신이 치매 있는 부인을 데리고 운영하는 농장”이라며 “가방끈도 짧고, 나이도 많으신데 이제 와 다른 일을 배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분들 농장은 국가적으로 자연 소멸을 기다리거나, 명확한 대안을 마련해주고 건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 식용 논란 언제 결판날까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올해 상반기 합의안 도출 예정이었던 기구의 협상 상황이 공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본 기구는 지난 6월 활동 종료 시한을 앞두고 ‘활동 무기한 연장’을 발표했다.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 달 반이 지났지만, 기구 내외에서는 ‘오히려 합의가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 식용 업계 측 집행부 교체가 변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교체된 집행부는 기존 집행부가 합의했던 사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달 회의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전면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논의 종료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의가 또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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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