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가는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 두 얼굴

무단침입에 주먹질 대책 없는 ‘완장질’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동물권 보호단체 ‘케어’ 소속의 한 활동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개 농장 인근에서 농장주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일흔을 앞둔 노인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고막이 파열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활동가의 불법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알고 있다. 개 농장 철폐 활동 현장에서 충돌과 갈등은 흔한 일이다. 생존과 생계, 합법과 불법이 뒤엉킨 ‘투쟁’이 반복된다. 동물권 보호 활동가는 자진해 투쟁의 최일선으로 향한다. 개 농장의 비도덕·불법성을 고발하겠다는 목표다. 

때린 적 
없다더니…

다만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 불법을 동원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에는 이 사실을 경시한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지난 5월, 충청북도 음성군의 한 개 농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는 한 노인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농장주였다. 결국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갈비뼈 네 대 골절과 고막 파열을 진단받았다. 특히 고막은 영구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요시사>는 수소문 끝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던 노인은 지인들과 산에서 나무를 하던 중, 농장 주변을 배회하는 활동가 일행을 발견했다. 그는 얼마 전 누군가의 신고로 지자체 행정 지도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들’이 다시 온 것을 직감한 노인은 급히 산 아래로 향했다.


한참 실랑이가 벌어졌다. 노인은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라고 요구했고, 활동가는 이를 거부했다. 노인은 그냥 현장을 떠나려는 활동가 A씨를 붙잡고 늘어졌다. 결국 실랑이가 몸싸움으로 번졌다.

일흔을 앞둔 노인은 키가 16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했다. 반면 중년에 불과한 A씨는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노인은 넘어졌고, A씨는 그 위에 올라타 그를 짓눌렀다. 마을 주민이 이들을 말리러 왔을 때, 노인은 A씨 아래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이 A씨를 제지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그는 주민에게 “노인을 제압하지 않으면 나를 폭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동은 경찰이 오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노인은 꼬박 한 달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반면 A씨는 목 뒤쪽의 찰과상 이외에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이윽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처음에는 “노인을 때린 적 없다. 몸을 눌러 제압하기만 했다”더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주먹으로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는 ‘폭행 과정에서 발까지 사용했다’는 노인 측 주장을 끝까지 부인했다.

현장 나가 개 농장주 때려 중상해 
다른 지역서도 사정당국 조사 대상

경찰은 두 달간의 조사 끝에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그런데 A씨뿐만 아니라 농장주도 ‘상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양쪽 모두 경찰에 상해진단서를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갈비뼈 골절과 고막 파열 소견이 담긴 ‘전치 4주’ 진단서를, A씨는 찰과상이 적힌 ‘전치 2주’짜리 진단서를 냈다.

노인 측은 A씨와 같은 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눈치다. 노인 측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찰 측 판단이 아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 법에서는 사람 몸에 손만 대도 ‘폭행’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지하는 과정이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상해 혐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찰이 상해(죄)로 기소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인이 속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협회 관계자는 “체격이나 나이를 보면 쌍방이라 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차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폭행당하고 있었다. 몸이 깔려 숨도 잘 못 쉬고 있었다”며 “이때 노인이 매달리면서 A씨에게 상처를 입힌 거라면, 그건 정당방위 등으로 참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사람의 혐의는 같아도,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치 2주 정도면 경우에 따라 선고 유예도 가능해보인다”며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A씨에 대해서는 “전치 4주는 중상해로 볼 수도 있다. 합의가 없다면 제법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며 “기존에 폭력 전과가 있었다면 집행유예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치 2주
전치 4주

사건 발생 후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 측은 민사소송도 예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노인이) 퇴원 후에도 회복이 더뎌 한동안 일을 못했다”며 “수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그리고 대신 일한 인부 고용비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씨는 자신을 ‘와치독’의 기획자로 소개한다. 와치독은 케어 산하 개 농장 철폐조직으로, 지난해 조직됐다. 2019년 불법 안락사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박소연 케어 전 대표도 이 곳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개 농장 수를 개 농장 금지법 제정의 걸림돌로 지목한다. 개 농장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이들에 대한 보상안 마련이 어려워 관련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논리다. 이에 이들은 개 구출·구조보다도 개 농장 철폐에 활동 초점을 맞춘다.

A씨는 SNS 게시글에 “내 이름 석 자가 있는 명함을 주면 저항하지 말고(농장을) 자진 철거하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후원 독려용이었다. 그는 케어 외부에서 별도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케어가 구조하고, ○○(보호소 명)이 보호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동물보호단체는 일반적으로 불법 개 농장 적발 및 철폐를 목표로 활동한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개 농장은 불법 운영 시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농장이 음성군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 사육에 관한 제재는 아니었다.

위법 사항은 콘크리트 매설, 컨테이너 사용 등 농장 시설물에 한정됐다. 더군다나 A씨가 다시 농장을 찾은 지난 5월에는 그마저도 시정된 상황이었다.


당시 농장에서 불법 도살 등 ‘긴급 상황’은 없었던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A씨의 과격한 행동은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자가
사람 잡네

또 A씨는 이곳 이외에서도 여러 불법행위를 자행하다 고발당한 상태다. 제보에 따르면 A씨는 강원도 강릉·양구 등지에서 공동 건조물 무단침입·수색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양구 사건은 조만간 검찰 처분이 결정될 예정이고, 강릉 사건도 경찰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와치독은)개 농장을 발견하면 온갖 사유를 들어 국민신문고로 신고한다. 그러면 이를 접한 지자체는 각종 부서를 동원해 ‘이 잡듯이’ 뒤질 수밖에 없다”며 “‘어쨌든 하나라도 걸려보라’는 식이다. 명확한 불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해도, 일단 신고부터 한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사건에 대한 케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케어 관계자와의 첫 통화는 지난 5월이었다. 사실관계 상호 확인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케어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케어 관계자는 당시 통화에서 “농장주 상태는 모르겠고 우리 활동가가 다쳤다. 직접 보진 못하고 사진만 받아봤는데 목에 상처가 있더라”며 “(우리 활동가가)그쪽을 폭행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게 기삿거리나 되냐. 그쪽에서 맞았든, 우리 활동가가 다쳤든 수많은 동물이 잔인한 고통에서 죽어나가는데 그런 건 왜 기사화하지 않느냐”며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이런 게 이슈 되는 것 자체를 못 견디겠다”고 날을 세웠다.

‘추가 입장이 있다면 연락 달라’고 요청했지만, 케어 측은 석 달 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이달 초, 케어 측에 재차 연락을 취했다. 관계자는 “당사자(A씨)한테 직접 확인해보라”며 “취재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불법 엄단한다던 본인이 사고?
노인 갈비뼈 부러지고 고막 파열

이에 <일요시사>는 관계자를 통해 A씨에게 연락처와 간단한 질의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로 어떠한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케어의 ‘과격 활동’이 되레 개 농장 철폐에 방해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 식용 폐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괜시리 개 식용 업계를 자극해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합의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케어의 행보는 협상 명분을 떨어트릴 우려가 크다.

합의에 나선 단체 모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동물보호단체와 개 식용 업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모았다. 일명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조직한 것이다. 개 식용 폐지 여부를 논의하고, 폐지 시한·농장주 지원 방안 등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담당 정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참여 단체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참여 단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의 대표 격인 몇몇 단체가 논의에 참여 중이었다. 하지만 케어는 논의기구에 속해 있지 않았다.

‘개 농장 즉각 폐지’가 목표인 케어의 활동 기조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조직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사회적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모양새다.

과격 활동
또다른 논란

퇴원 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노인은 이달에 들어서야 겨우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노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어르신이 치매 있는 부인을 데리고 운영하는 농장”이라며 “가방끈도 짧고, 나이도 많으신데 이제 와 다른 일을 배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분들 농장은 국가적으로 자연 소멸을 기다리거나, 명확한 대안을 마련해주고 건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 식용 논란 언제 결판날까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올해 상반기 합의안 도출 예정이었던 기구의 협상 상황이 공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본 기구는 지난 6월 활동 종료 시한을 앞두고 ‘활동 무기한 연장’을 발표했다.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 달 반이 지났지만, 기구 내외에서는 ‘오히려 합의가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 식용 업계 측 집행부 교체가 변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교체된 집행부는 기존 집행부가 합의했던 사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달 회의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전면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논의 종료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의가 또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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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