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기견 대모’ 박소연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37:57
  • 호수 1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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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조하더만 결국 돈 때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소연 케어 대표가 수년간 구조한 동물을 안락사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동물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의혹과 반려인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구조의 여왕’인가 ‘안락사의 여왕’인가. 
 

“케어의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서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듣지 못한 채 근무했다. 내부 고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동물 80마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2015년부터 
250마리 작업

지난 12일 오후 2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 직원들도 몰랐다”며 “케어 직원도 속인 박소연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전직 케어 직원이 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한 동물들을 무더기로 안락사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직후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2002년도에 동물을 사랑하는 연합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으로 알려진 토리가 케어서 입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 서천 등 특정 지역의 개 농장서 성공적으로 동물을 구조했으며,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케어의 핵심은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단체다. 그런데 케어서 수년간 안락사가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1일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 안락사시켰다”며 “안락사의 기준이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구조한 투견을 입양 보냈다고 속인 뒤 안락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7년 2월 KBS <추적 60분>은 ‘죽음을 향한 게임 투견’ 편을 방영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 케어의 박 대표가 참여했다. 이날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경찰서가 서산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중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 중 미국으로 입양간 개는 한 마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고발자는 당시 보도와 달리 서산경찰서에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은 12마리였고, 이 중 6마리가 안락사당했다고 주장했다.

안락사 된 투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다른 투견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안락사 논란 ‘케어’ 보호소에 무슨 일?
센터 후원금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탐사보도 언론 <셜록>이 입수한 통화 음성파일에는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표는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는 서산경찰서의 전화를 받은 뒤 내부 직원에게 연락했다. 박 대표는 “어떤 기자가 형사한테 전화해서 서산경찰서에서 케어로 인계한 투견이 안락사 당했다고 말했다더라”며 A씨에게 “투견이 몇 마리가 남았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이 직원에게 “한 곳에서 한꺼번에 (투견을) 데려오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데려오자. 주둥이는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두 마리는 그렇게 해보고”라고 말했다.
 

▲ 박소연 케어 대표

케어는 2015년부터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에 달하는데,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박 대표가)안락사한 명단을 입양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많은 동물을 구조할 경우 보호소가 과밀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시키게 된다”며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겐 케어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박 대표가 후원금을 변호사 비용과 실손 의료 보험료 지급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2017년 하반기 박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쓰려 하니 3300만원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가 달라고 해서 줬을 뿐 어디에 사용했는지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없었다더니…
거짓말 들통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근무시간 외 직접 작성한 글을 토대로 모금한 금액의 일부다. 케어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케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방해 세력’은 박 대표와 함께 동물보호 활동을 하다 의견 충돌로 사이가 틀어진 전·현직 활동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 개인 보험료를 단체 후원금으로 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전직 직원은 “매월 5만원 정도씩 박 대표의 실손 보험료가 후원금에서 지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후생 복지 차원서 직원들에게 단체로 보험을 가입시켜줬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퇴사하고 2016년 이후 박 대표 보험료만 계속 후원금서 빠져나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후원금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표 관련 의혹 제보를 여럿 받았다고 밝힌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가 사단법인 케어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케어가 충주에 동물보호소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과정서 수상한 내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케어는 경기도 포천의 내촌 보호소 등이 꽉 찼다는 이유로 새로운 보호소 건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해 2012년 2억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이후 2016년 9월경 1억8000만원을 들여 충북 충주시에 있는 토지를 매입했다. 

손 변호사는 보호소 설립에 쓰겠다고 구매한 땅이 박씨 명의인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박씨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착복했을 가능성, 또 현행법상 법인 명의로 농지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박씨가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편의상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다면 그 자체가 ‘명의신탁’으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소 지을 땅이 전국에 그곳뿐이었는가’ ‘굳이 왜 법인 이름으로 살 수 없는 땅을 샀는가’ ‘이건 혹시 보호소를 세울 수 없는 땅을 산 것 아닌가’ 등 여러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 돈으로
부동산 샀나

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대표가 되면서부터다. 그는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육견단체와의 마찰이나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개 농장서 식용견을 구출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구조 작업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안락사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박 대표와 동사실의 역사는 곧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동사실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호소를 운영했다. 당시 동물보호소로 들어온 ‘주인 없는 동물’은 열흘 뒤면 안락사가 가능했다. 공립 보호소 입찰에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보호소를 운영하며 직접 약물주사를 투여해 안락사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때 박 대표는 구조한 동물 수를 허위로 보고하고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사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재개발 지역에 방치된 개들을 구조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구조된 개 상당수를 안락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 3월에도 그는 안락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대표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동물보호소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인이 있는 위탁견 2마리 등 안락사 대상이 아닌 개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연평도서의 반려동물 구조활동도 논란이 됐다. 해당 사실은 2010년 12월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떠난 연평도서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벌였다. 주인 없이 방치돼있던 고양이 ‘노랑둥이’를 발견해 서울로 데려왔으나 고양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자 안락사시켰다. 이를 두고 동물단체는 불필요한 구조로 고양이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구조 방식도 논란거리였다.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야산에 있는 동물 우리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했으나 특수절도죄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동물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후원금 더 모으려고?
개체 조절하기 위해?

는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서 “동물보호소 내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전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이 확산하는가 하면, 서열 다툼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동물의 복지 상태가 나빠진다”며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면, 우리 단체는 앞으로 어떤 동물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고 소수의 선택된 동물만을 보호하는 곳일 수는 없으므로 더 많은 동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안락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어는 동물 학대 의혹이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단체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해당 병원 원장이 직접 한 행위는 아니었고 직원들이 한 일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의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기회를 주는 측면서 그를 고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2010년 전까지는 소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안락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어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2015년부터 200여마리가 넘는 동물을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며 후원금을 모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박 대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케어가 휘청이고 있다. 케어 홈페이지에는 후원을 중단하고, 탈퇴하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또 불신이 다른 단체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케어와 함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로 꼽히는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 카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회원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카라는 지난 15일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생명 존중 원칙을 어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구조된 동물을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입양, 사후 관리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잇단 후원 중단
다른 단체 불똥

케어 직원은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직원은 박소연 대표를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발적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15일 밤 페이스북에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사퇴 문제를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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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