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표류하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대로 침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부처에서 장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장관의 성향, 가치관, 이력 등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장관의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역으로 말하면 장관에게 흠결이 발견되면 부처의 동력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1월7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했다. 당내 갈등으로 하락세를 타던 지지율이 ‘7글자’ 공약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여가부 폐지와 존치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육부도
개혁 대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부처는 폐지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전한 윤 대통령은 내친 김에 ‘교육부 폐지’도 언급했다. 이 또한 당선인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다. 여가부에 가려졌을 뿐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교육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설, 축소설, 통폐합설 등이 흘러 나왔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교육부의 기능 축소, 폐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전국 학생과 교사, 학부모 9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분야 정부 조직개편 교육주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1월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조사에서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65.6%에 달했다.


학부모 응답층에서 69.2%로 평균을 웃돌았고, 교원(63.3%), 학생(52.1%) 순으로 나타났다. 

가라앉는 듯했던 논란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강력히 주문했다”고 전했다. 

앞서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현안으로 연금, 노동과 함께 교육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후보자 이어 두 번째
청문회 안 거치고 임명 강행

대통령이 직접 교육개혁에 대해 말한 만큼 교육부 내부의 조직 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대통령의 철학에 발맞출 교육부 장관으로 어떤 인물이 지명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 지명, 임명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13일 윤석열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지명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교육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부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교육의 다양성을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줄곧 ‘대학 자율화’에 대해 소리 내온 만큼 대학을 둘러싼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윤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김 전 총장은 부인과 두 자녀가 장학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남편‧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을 받았고,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도 불거졌다. 여기에 술집에서 접대를 받으면서 논문을 심사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김 전 총장은 지난 5월3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되돌려드리고 싶지만 많이 부족했다.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지명 20일 만에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윤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윤정부 내각
첫 낙마자?

이후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교육부 장관)를 지명했다. 그러면서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윤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박 전 교수가 행정 전문가인 만큼 교육부 내부의 폭넓은 조직 개편이 점쳐졌다. 

하지만 박 장관 역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음주운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이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은 인사청문회 요청안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2001년 12월 음주운전 당시 박 장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0.251%)를 웃돌았다.

논문과 관련한 연구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박 장관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장관과 함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당시 후보자)은 자기 논문표절과 연구실적 부풀리기,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각종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본인 연구용역에 남편을 포함했다는 의혹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한 데 반해 박 장관은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해도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뉴스토마토>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박 장관의 임명 강행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7명(68.7%)은 부정적으로 답했다. 


교육계도
반발 크다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장관은 물론 교육부, 나아가 윤정부의 국정동력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박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박 장관의 자녀가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생활기록부 첨삭 등의 불법 컨설팅을 받았다는 의혹을 던졌다. 박 장관은 “저는 (컨설팅 학원에)간 기억이 없고 바빠서 애들 학원을 챙긴 적이 없었다”며 “자녀에게 확인해보니 컨설팅을 받았다곤 밝혔으나 별 것 없었다고 했다. 알려진 내용도 본인 교과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논문 중복 게재가 확인돼 한국행정학회(2011년)와 한국정치학회(2012년)에서 잇달아 ‘투고 금지’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된 논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구윤리위원회가 확립되지 이전의 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관행으로 치부하는 등 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교육부가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계도 반발하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여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가 박 장관의 임명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박 장관은)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도덕성·비전문성 논란
산적한 현안 해결할까?

보수적 성향을 띠는 교총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교총은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비전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장관은 그동안 “비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제가 교육현장에 뛰어든 지가 20년이 넘었다”며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이나 정책에 대해 표명하지 않았을 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충분히 교육부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다”고 피력했다. 

우려 속에 취임한 박 장관은 취임식에서 “제가 적절한 사람인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건 알고 있다. 국민이 보는 눈높이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학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기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장관 앞에는 자율형 사립고 존치,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교육교부금 문제 등 교육계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떨어진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크게 약진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보 교육감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뇌관으로 여겨진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 ‘반값 등록금’ 도입 이후 사실상 동결됐다. 그동안 교육계는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 문제는 일단 박 장관이 브레이크를 건 상태다. 박 장관은 “등록금 인상은 당장은 없는 걸로 안다”며 “다만 사립대에 과중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내부 직원도
말 안 듣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순애호’가 표류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관이 도덕성, 비전문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조직 장악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책을 펼치고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해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고 있다는 반응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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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