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표류하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대로 침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부처에서 장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장관의 성향, 가치관, 이력 등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장관의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역으로 말하면 장관에게 흠결이 발견되면 부처의 동력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1월7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했다. 당내 갈등으로 하락세를 타던 지지율이 ‘7글자’ 공약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여가부 폐지와 존치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육부도
개혁 대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부처는 폐지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전한 윤 대통령은 내친 김에 ‘교육부 폐지’도 언급했다. 이 또한 당선인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다. 여가부에 가려졌을 뿐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교육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설, 축소설, 통폐합설 등이 흘러 나왔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교육부의 기능 축소, 폐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전국 학생과 교사, 학부모 9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분야 정부 조직개편 교육주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1월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조사에서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65.6%에 달했다.


학부모 응답층에서 69.2%로 평균을 웃돌았고, 교원(63.3%), 학생(52.1%) 순으로 나타났다. 

가라앉는 듯했던 논란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강력히 주문했다”고 전했다. 

앞서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현안으로 연금, 노동과 함께 교육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후보자 이어 두 번째
청문회 안 거치고 임명 강행

대통령이 직접 교육개혁에 대해 말한 만큼 교육부 내부의 조직 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대통령의 철학에 발맞출 교육부 장관으로 어떤 인물이 지명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 지명, 임명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13일 윤석열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지명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교육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부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교육의 다양성을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줄곧 ‘대학 자율화’에 대해 소리 내온 만큼 대학을 둘러싼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윤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김 전 총장은 부인과 두 자녀가 장학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남편‧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을 받았고,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도 불거졌다. 여기에 술집에서 접대를 받으면서 논문을 심사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김 전 총장은 지난 5월3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되돌려드리고 싶지만 많이 부족했다.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지명 20일 만에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윤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윤정부 내각
첫 낙마자?

이후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교육부 장관)를 지명했다. 그러면서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윤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박 전 교수가 행정 전문가인 만큼 교육부 내부의 폭넓은 조직 개편이 점쳐졌다. 

하지만 박 장관 역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음주운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이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은 인사청문회 요청안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2001년 12월 음주운전 당시 박 장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0.251%)를 웃돌았다.

논문과 관련한 연구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박 장관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장관과 함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당시 후보자)은 자기 논문표절과 연구실적 부풀리기,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각종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본인 연구용역에 남편을 포함했다는 의혹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한 데 반해 박 장관은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해도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뉴스토마토>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박 장관의 임명 강행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7명(68.7%)은 부정적으로 답했다. 


교육계도
반발 크다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장관은 물론 교육부, 나아가 윤정부의 국정동력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박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박 장관의 자녀가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생활기록부 첨삭 등의 불법 컨설팅을 받았다는 의혹을 던졌다. 박 장관은 “저는 (컨설팅 학원에)간 기억이 없고 바빠서 애들 학원을 챙긴 적이 없었다”며 “자녀에게 확인해보니 컨설팅을 받았다곤 밝혔으나 별 것 없었다고 했다. 알려진 내용도 본인 교과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논문 중복 게재가 확인돼 한국행정학회(2011년)와 한국정치학회(2012년)에서 잇달아 ‘투고 금지’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된 논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구윤리위원회가 확립되지 이전의 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관행으로 치부하는 등 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교육부가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계도 반발하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여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가 박 장관의 임명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박 장관은)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도덕성·비전문성 논란
산적한 현안 해결할까?

보수적 성향을 띠는 교총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교총은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비전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장관은 그동안 “비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제가 교육현장에 뛰어든 지가 20년이 넘었다”며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이나 정책에 대해 표명하지 않았을 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충분히 교육부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다”고 피력했다. 

우려 속에 취임한 박 장관은 취임식에서 “제가 적절한 사람인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건 알고 있다. 국민이 보는 눈높이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학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기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장관 앞에는 자율형 사립고 존치,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교육교부금 문제 등 교육계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떨어진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크게 약진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보 교육감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뇌관으로 여겨진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 ‘반값 등록금’ 도입 이후 사실상 동결됐다. 그동안 교육계는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 문제는 일단 박 장관이 브레이크를 건 상태다. 박 장관은 “등록금 인상은 당장은 없는 걸로 안다”며 “다만 사립대에 과중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내부 직원도
말 안 듣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순애호’가 표류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관이 도덕성, 비전문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조직 장악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책을 펼치고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해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고 있다는 반응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