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풍의 눈 'LIV 시리즈'

돈 앞에 장사 없는 냉혹한 현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LIV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개막을 알렸다. 시작부터 천문학적인 돈 잔치가 펼쳐졌고, 유명 선수들의 연이은 합류가 예고된 상태. 하지만 골프계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찰 슈워젤(남아공)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자본(PIF)이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이하 LIV 시리즈)’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슈워젤은 지난달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 세인트 올번의 센추리온 클럽(파70)에서 열린 런던 대회에서 54홀 최종합계 7언더파 203타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돈잔치

이번 대회는 총상금 2500만달러가 걸린 초특급 대회다. 지금까지 프로골퍼 대회 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렸고, 개인전 우승상금만 400만달러, 4명이 팀을 이뤄 대결하는 단체전 우승상금도 300만 달러에 이른다.

슈워젤은 이날 개인전 우승으로 400만달러, 그리고 헤니 두 플레이, 루이 우스트히즌, 브랜든 그레이스(이상 남아공)과 함께 한 팀 경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75만달러의 상금을 추가했다. 475만달러(약 61억원)의 초대박을 터뜨린 슈워젤은 지난 4년 동안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 394만달러보다 더 많은 상금을 이번 한 대회에서 챙겼다.

준우승한 헨니 두 플레시(남아공)도 287만5000달러(약 36억8000만원)를 받았다. 그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유럽 투어에서 번 상금은 50만154유로에 불과하다. 이날 하루 동안 5배 이상을 번 셈이다.

 

 


LIV 시리즈는 48명이 12개 팀으로 나눠 샷 건 방식으로 치러진다. 개인전과 팀전을 함께하는 방식은 긴박하게 순위가 바뀌면서 다이내믹하게 진행된다. 경기 시간이 5시간 이내라는 점은 방송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장점이다.

하지만 출전 선수의 기량을 향상시켜야 하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일반 대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8명의 선수가 3일간 컷오프 없이 경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3일간의 경기 결과 언더파를 친 선수는 9명이고, 10오버파 이상이 15명이다. 최하위인 앤디 올기트리(미국)는 24오버파로 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47위를 한 이니팟 부라나탄야랏(태국)도 23오버파를 쳐서 우승자와는 30타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유명 골퍼들의 추가 합류가 이어질 경우 LIV 시리즈의 경기력은 향후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2018년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가 대표적이다.

개막전부터 통 큰 현금 다발
기존 무대 버리고 갈아타기

디섐보는 LIV 시리즈 창설 얘기가 나온 직후부터 이적 소문이 돌았다. 디섐보는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2020년 US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최근 손목 수술로 인해 경기를 나서진 못한 바 있다.

패트릭 리드도 리브 골프 시리즈 합류를 결정했다. 리드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지만 마스터스를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9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디섐보와 리드의 리브 골프 합류는 PGA 투어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40대 ‘톱 랭커’뿐 아니라 20~30대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들마저 LIV 시리즈를 선택한 것이어서 파장이 크다.


하지만 모든 PGA 투어 선수가 LIV 시리즈 합류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지난달 15일 매킬로이는 US 오픈 개막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LIV 시리즈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매킬로이는 투어 선수 중 LIV 시리즈 개최에 가장 반발했던 선수다. 매킬로이는 “PGA 투어는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와 같은 선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보다 앞서 노력한 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싫었다”고 말했다.

 

 

PGA 투어 잔류를 선택한 욘 람(스페인)도 LIV 시리즈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욘 람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의 방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3일간 샷건 방식으로 컷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은 내겐 대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수백년간 이어온 경기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LIV 시리즈의 제안을 거절했다. LIV 시리즈를 이끄는 그레그 노먼은 지난달 6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우즈와 접촉했고 앞자리가 높은 억 단위(high 9 digits) 숫자를 금액으로 제시했다”며 “(그가 거절한 금액은)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돈”이라고 밝혔다.

이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를 뜻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먼의 발언 이후 야후 스포츠 등에선 LIV 시리즈가 우즈에게 1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제안했다고 해석했다. 노먼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우즈는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1억 2000만달러(약 1510억원)의 8배가 넘는 유혹을 뿌리친 셈이다.

하지만 우즈는 LIV 시리즈의 제안을 거절하고 PGA 투어 잔류는 물론 평생 ‘PGA 맨’으로 남겠다는 확고한 뜻을 밝혔다. 우즈는 지난 5월 PGA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골프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이해하지만, 투어의 유산과 메이저대회를 믿는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반발 심리 커져 
PGA 주도권 수성 절치부심

이런 가운데 PGA 투어는 LIV 시리즈에 대항해 상금을 대폭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2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는 “PGA 투어는 향후 8개 이상 대회의 총상금을 2000만달러 이상 올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PGA 투어의 이번 결정은 톱랭커들이 LIV 시리즈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증액을 고려 중인 대회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이다. 이들 대회의 현재 총상금액은 600만~1500만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60명만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총상금만 2500만달러에 이르는 특급 대회 3개를 신설할 계획도 밝혔다. 증액 상금은 PGA 투어의 유보금에서 충당하거나 타이틀 스폰서가 더 내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투어 일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가을에 시작해 2년에 걸치는 현행 시즌 방식에서는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다. 이에 따라 예전처럼 1월 시작해 9월 또는 10월에 시즌을 종료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PGA 투어는 개선 방안을 선수들에게 설명한 뒤 선수 분과위원회와 정책 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선수들은 PGA 투어의 대응책과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판도 바뀌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인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는 “가을 시리즈가 힘들다고 여기는 선수가 많아 경기 출전을 줄이고 싶어한다”며 “이번 대응책은 선수들이 LIV 시리즈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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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