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 최연소 우승 피아니스트 임윤찬

압도적 연주에 세계가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곡을 선택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우승 소감은 의외로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된다”였다. 정점에 서고도 스스로 부족함을 찾는 사람. 그가 ‘이뤄낸 것’보다 ‘이뤄낼 것’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임윤찬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1위)과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상금 10만달러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 외에도 3년간 연주 기회·예술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388명 참가
특별상까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962년부터 반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올가 케른·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곳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2009년 손열음이 2위에 올랐고, 선우예권이 직전 대회(2017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만에 개최됐다. 이 때문에 참가자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에 이어 6명이 두 차례 협주곡을 연주하는 결선을 거쳐 순위가 결정됐다. 


18세인 임윤찬은 결선 진출자 6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임윤찬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였다. 결선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와 준결선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이 콩쿠르 계정의 연주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그는 우승 직후 진행한 SBS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전했다.

임윤찬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심란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이 콩쿠르를 통해 깊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에 제 음악이 가닿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이 콩쿠르를 통해 피아노를 우승하기 위해 피아노를 잘 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은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가 목표였다”며 “아직 너무 준비가 안 된, 너무 부족한 음악가인데 이런 상을 받아서 심란한 마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콩쿠르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냐’는 질문에는 “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다. 전 세계 많은 이가 콩쿠르를 보니, 음악을 더 공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 싶은 라운드가 있냐’는 물음에는 “그런 순간이 되면 위험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은 항상 만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윤찬은 2004년 3월20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났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예술의전당 음악 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등 금세 음악 영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서해초등학교와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예종 음악원으로 진학했다.

국제적 권위 콩쿠르서 최연소 금메달
‘초절기교 연습곡’ 선택해 기량 과시


임윤찬은 2015년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세였다. 이후로도 예원음악콩쿠르·음악춘추 콩쿠르·모차르트한국콩쿠르 1위 수상 등 이미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그는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018년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참가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하며 세브란스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19년에는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가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인정하는 28개 국제음악경연대회 중 하나다. 국내 개최 대회 중에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제주국제관악콩쿠르와 더불어 셋 뿐이다.

피아노 전공자로서는 유이한 국내 병역 대체 콩쿠르이기에 명문 음대생들도 활발히 참가하는 대회다. 임윤찬은 이 대회에서 대학생들을 모두 제치며 중학생 때 이미 병역 혜택을 따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조성진을 이을 ‘괴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2019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진행했다.

깊은 생각
음악 사랑

2020년에는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 독주회·EBS <스페이스 공감>·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대구콘서트하우스) 참여·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명동대성당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 등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 초청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 KBS가 주관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녹음에 참여해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식 데뷔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임윤찬은 여러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원받았다. 그는 2017년부터 KT&G 장학재단 메세나 음악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9년까지 지원받았다. 대원문화재단 장학생을 거친 뒤에는 2020년부터는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임윤찬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러셀 셔먼·이그나츠 프리드만·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콰르테토 이탈리아노 등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 쇼팽, 스크랴빈이다.


현재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 교수는 “윤찬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내는 마음을 존경한다”며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전혀 예상 못 해…당황스럽고 심란”
“음악에 더 몰두하는 음악가 될 것”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도 깊다. 2020년 10월 열린 금호아트홀연세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베토벤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베토벤을 만난다면 ‘월광 소나타 1악장’에서 페달을 내내 사용하도록 표기한 걸 고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현대 피아노로 그렇게 치면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린다”고 답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현대 피아노는 지난 수세기 동안 기술적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18세기 베토벤 시대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울림을 갖게 됐다.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월광’ 1악장을 꼽았다. 그는 “‘월광’은 템포가 빠르지 않고 셋잇단음표로 계속 흘러가는 곡”이라며 “이걸 일정한 톤으로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화려하다기보다 학구적이고 정갈하다. 아직 10대인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원석이 깎이는 모습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조각 작품을 계속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다. 악보에 표기된 강도와 분절을 칼같이 준수하려고 애쓰는 성격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는 “좋은 연주를 위해선 설계를 잘해야 한다. 구조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며 “또 곡을 작곡할 당시 작곡가의 상태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악보에 있는 말들을 지키면서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폭발적 인기
또래와 달라

임윤찬은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0대 연주자답지 않은 면모다. 

그는 “비슷한 세대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를 존경한다. 콩쿠르 이후에도 계속 레퍼토리를 늘리며 바로크음악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한 유일한 연주자”라며 “바흐 ‘푸가’ 전곡을 연주하더니, 현대곡으로만 리사이틀을 하기도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부연했다.

임윤찬은 쉴 때도 여느 10대와는 다르다. 휴식 중에는 이미 종영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고 알려졌다. 인기 TV드라마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유행과 담쌓은 삶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임윤찬은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포기할 게 많아졌다. 모든 걸 다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또래들이 하는 걸 못한다고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변 몇몇 친구들이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의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정된 국내 공연들의 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문화재단에 따르면 <클래식 레볼루션 2022> 공연 티켓은 지난 19일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소식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석 매진됐다. 그가 참여하는 해당 공연은 오는 8월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학구적이고 정갈한 연주법
소식 전해지자 공연 매진

임윤찬은 이 공연에서 지휘자 김선욱·KBS교향악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공연 좌석은 임윤찬이 지난 13일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60석가량 남아있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아침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오는 8월10일 예정된 클래식음악 기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6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 티켓 역시 전석 매진됐다. <바흐 플러스>는 임윤찬의 소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 기획 공연이다. 임윤찬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김재영·김영욱, 피아니스트 손민수·이효주,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 등 회사 소속 연주자가 대거 출연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임윤찬이 12세 때부터 지도받은 ‘스승’이다. 임윤찬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를 “한국에 있는 위대하신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윤찬이 스승과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인 만큼,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예상된다.

목프로덕션 측은 “임윤찬의 국내 독주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협연 일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남아있던 표가 우승 직후 빠르게 팔려나가 추가 오픈 여부를 공연장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진 코로나 유행 상황을 감안해 띄어 앉기 좌석을 적용했지만,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빛나는 지금
기대되는 미래

현재 미국 현지서 일정을 소화 중인 임윤찬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9월28·29일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콩쿠르 측이 개최하는 <2022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연주회가 예정돼있다. 오는 10월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 공연은 다음 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윤찬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비하인드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은 결선곡으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골랐다.

65분 길이의 이 곡은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곡을 연습하면서 “연습을 많이 해도 다음 날 연주하면 이상하게 잘 늘지 않는다. 자주 나오는 옥타브 도약 등은 오래 연주해야 무르익는데 짧은 시간에 하느라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진행한 전국 투어 리사이틀 2부에서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다.

휴식 없이 연결되는 1부 곡까지 합치면, 총연주 시간이 90분을 넘겼다.

임윤찬은 연습 당시 “12개 연습곡 전곡은 하나의 대서사시인데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했다”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그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절기교 전곡 연주에 관한 꿈을 처음 품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5번 ‘도깨비불’을 들으며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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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