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수’ 박지원의 큰 그림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 술렁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 9단’ ‘정치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변하는 수식어다. 몸풀기에 나선 박 전 원장은 등장과 동시에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민주당이 분열한 틈을 타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는 중이다. 박 전 원장이 던진 메시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016년 주류 세력으로 불리던 친문(친 문재인)계와 갈등 끝에 민주당을 뛰쳐나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몸담았던 국민의당에 합류한 바 있는 4선 중진인 그는 2018년 국민의당을 탈당했고, 2020년에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치 9단
컴백 초읽기

지난달까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일하다가 새 정부가 박 전 원장에게 사퇴를 통보하며 국정원장직에서 내려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그는 곧바로 SNS를 통해 정치 복귀 신호탄을 쏴 올렸다. 

본격적인 시작은 호남 지역 방문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호남행 이후 최근에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I’m back”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박 전 원장의 발언은 정치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에 대한 X파일을 만들어 보관 중”이라고 발언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당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은 정치인이 돈을 버는 방식, 연예인과의 관계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제정해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발언으로 여권과 국정원에서는 박 전 원장을 향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직전까지 몸담았던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향해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취지는 동의하나 박 전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원장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X파일 발언으로 몰매를 맞고 죽을 지경이라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과를 했음에도 여전히 억울한 게 남은 모양새다. X파일을 띄운 이유가 국정원이 과거 정보수집 등을 할 때 관련 문서가 정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의 X파일 발언을 두고 의도된 실수라는 시각이다. 

최근 민주당 복당을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위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초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은연 중에 자신이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는 것이다. 

전격 본격 복귀 선언
1선 아니고 2선서만?

호남을 방문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정치적 기반이 호남에 있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려오고 있는 박 전 원장은 목포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인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띄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분석한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박 전 원장이 정치 재개를 시작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내부 분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계파 문제로 유례없는 내홍을 겪는 중이다.

민주당 세력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 등으로 갈라져 있다. 내분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한 상황이다. 

3·9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급하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물러났다.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계파색이 옅은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고삐를 잡았지만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짧은 탓에 무언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이 틈을 재빨리 간파한 인물이 박 전 원장이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 선언을 하며 최근 민주당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일찍부터 포석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데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본인 입으로는 대표로 나서지 않고 2선에서 당을 돕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직접 친명과 친문 계파 싸움에 뛰어들겠다는 액션으로 읽힌다. 박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당 대표 도전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을 선언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내에서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당이 민주당이고, 과거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이념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는 게 이유다.

입만 열면
폭탄급 파장

그는 “현재까지는 1선에 나서서 하지 않겠다. 민주당에 복당하더라도 2선에서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병풍 역할만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복당 후 당 편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협력할 사안에 대해 협력을 요구하고, 잘못해나가는 부분은 야권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가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제시한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대선 등 선거에서 연패한 후로 민주당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목포서 낙선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탓에 자신의 과거 결과와 민주당의 현 상황 역시 비슷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민들레, 수박 등 계파 전쟁을 끝내고, 싸움보다는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한 후 머리를 맞대고 대책 논의해야 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주장이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도 부담을 느끼면서도 정치 원로, 정치 9단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 민주당 당 대표 경선 과정이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한 바 있다. 아침에 눈 뜨면 쓴소리를 해대는 탓에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쓴소리를 멈췄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주도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현재 민주당에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이유도 과거와 비슷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정치 재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다르다.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당 선언 자체가 민주당 당권잡기 경쟁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행을 택해 친문, DJ계, 친노 세력을 묶을만한 리더가 딱히 없다. 이들 세력을 통합할 인물로 몇몇 인사가 거론되긴 하지만, 현재 친문 세력인 초금회(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금요일 모임) 역시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탓에 박 전 원장이 친명 세력을 견제할 카드로 DJ계, 친노계, 친문계를 통합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박 전 원장의 정치 재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과거 민주당은 젊은 이미지가 강했다. 현재는 너무 고루한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젊고, 역동적인 본연의 민주당으로 복원돼야 하는데 그의 참전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젠 정치원로로서 막후에서만 지원할 때라는 말로 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전 원장이 띄운 586 용퇴론도 쉽게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의 등판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아직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인사들에게 자기 세일즈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재자 역할은 가능
내부선 부담 목소리

아직까진 박 전 원장 본인이 당권을 잡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당 대표 등 큰 역할에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의견과 비슷하다. 민주당에서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최소한 비대위원장 혹은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 대표 및 지도부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은 10명에 이른다. 친명계에서는 단연 이재명 의원 본인이 거론된다. 현재 친명계에서 당권에 도전할만한 인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인물은 없다.

친문계에서는 설훈·홍영표·전해철 의원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3선 이상이지만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중량감을 가진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인지도가 민주당 내 거론 인사들 중에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의 지도부, 차기 당 대표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박 전 원장에 비해 급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급되는 인물들이 정치력도 부족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게 이유다. 또 자신의 몸값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읽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그에게 역할을 제시하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등판만 한다면 당내서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명 세력과도 DJ 계열인 박 전 원장이 척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민주당 내 대세가 이 의원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과 박 전 원장의 물밑 접촉은 활발하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 전 원장 카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박 전 원장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닌 탓이다.

박 전 원장이 완벽한 민주당 편이라는 분위기도 크지 않다. 정치 9단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하게 될 경우 국민적 신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장 국정원장직을 마무리한 뒤 정치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박 전 원장이 민주당의 빈틈을 파고든 이유는 민주당 지도 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나름의 역할론을 제시해 구심점 역할을 하고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탄탄했다면 박 전 원장의 역할론 자체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심점 
역할론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 스스로는 당 대표설 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원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노욕”이라며 “본인 스스로 말하긴 어렵고, 민주당에서 등 떠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도부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 복귀와 악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복귀를 선언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공수처 수사2부는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해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윤 전 총장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의 발언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봤다. 

최근에는 국정원 X파일과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하 의원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 국민과의 신뢰에 흠집이 났다. 국가 기밀을 언론 관심 끌기용으로 이용한 행위”라며 박 전 원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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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