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던 김효주(27)가 문턱에서 좌절한 후 이에 개의치 않고 팬서비스로 보답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였다.
김효주는 올 시즌 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제44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최종 4라운드에서 9개 홀을 남기고 무너지고 말았다. 4라운드에서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쏟아내 7오버파 79타를 치고 만 것.
사흘 내내 선두를 달렸던 김효주는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하고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통산 5승째를 따낸 뒤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샷 감각이 올라온 데다가 일주일 간 휴식까지 취해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김효주는 “이 대회 우승이 없어 도전하는 마음으로 출전했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월드 클래스답게 1라운드부터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에 오른 김효주는 2·3라운드에서 3타씩 더 줄이며, 퍼펙트한 우승을 이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종라운드 후반 14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고, 벙커 샷이 너무 길어 그린 뒤 벙커에 또다시 빠졌다. 네 번째 샷으로도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한 김효주는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가 2m 더블보기 퍼트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실력만큼 빛나는 팬서비스
팬 사인 요구 일일이 응해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김효주는 16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이날만 7타를 잃었다. 시속 20~25㎞의 강풍이 분 데다, 핀 위치마저 까다로워 선두권의 선수 대다수가 타수를 잃고 고전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문 캐디를 구하지 못해 친언니에게 백을 맡겼는데, 캐디를 처음 해보는 언니가 어려운 기상 상황을 파악해 선수에게 전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한 라운드에서 7오버파를 기록한 건 KLPGA 투어에서는 2013년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1라운드 후 8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LPGA 투어에서도 7오버파보다는 7언더파를 친 일이 더 많을 정도로 김효주에게는 드문 스코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김효주는 대회장을 찾아준 팬들을 먼저 챙겼다. 경기가 끝난 뒤 기다리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100명 가까운 팬의 사인 요구에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다 응한 것. 30분 넘게 걸린 팬서비스를 마치고서 클럽 하우스에 들어선 김효주는 “골프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며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김효주는 이날 경기 후 자신의 SNS에 동료 이정민(30), 트레이너와 함께 체육관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분노의 헬스! 저 괜찮아요 아주아주. 걱정 마세요”라고 적어 팬들을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