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병석 의장 “편 가르기 및 증오정치 청산해야“

“침묵하는 다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개헌 필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편 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며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통합으로 나가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고,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협치하게끔 개혁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장은 “우리는 전환기적 시련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감염병과 기후위기, 공급망 혼란, 남북 갈등을 비롯한 숱한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으로 이미 식민지배와 전쟁, 가난을 이겨냈다. 짧은 시간 안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퇴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박병석입니다.

오늘 저의 의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 기자 간담회를 갖습니다. 아직은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비로소 소중한 일상을 하나씩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와 싸우느라 고통을 겪으신 국민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눈물겨운 헌신으로 코로나를 막아 내신 방역 당국과 의료진 한 분 한 분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년 전 6월, 의장직을 맡은 첫날의 다짐을 새겨봅니다.

저는 ‘소통’을 으뜸으로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마음 깊숙이 새겼습니다. 정치는 배, 국민은 강물과 같습니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을 지키는 국회’,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직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를 꽃피우고자 했습니다.

21대 국회는 거의 모든 법안들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20년 가까이 논란이 됐던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법을 여야가 한마음으로 처리했습니다.

여야의 의견이 다른 법안들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중재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최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이었습니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도 받았습니다.

새 정부 인수위에서도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고, 당시 대통령은 잘된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습니다.


국민투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입니다.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21대 국회는 정부 예산안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등 민생 관련 법안들을 최우선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자영업자들, 일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노동자들,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을 위해 여야는 5차례 추경을 신속하게 통과시켰습니다.

예산안도 2년 연속 여야합의로 법정시한 내에 통과시켰습니다.

아주 드문 좋은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 간 외교 공백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의회 외교에 팔을 걷었습니다.

의회 외교와 정부 외교는 씨줄과 날줄의 관계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각종 회의에서 67개국의 국회의장과 23개국의 대통령, 국왕, 총리 등 최고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한반도평화 외교’와 ‘코리아 세일즈 외교’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시아태평양의회포럼(APPF) 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관련국 대통령의 적극적 협력을 얻어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과 우리를 도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을 무사히 탈출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소수 파동 때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바레인 등을 직접 접촉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입국 제한이 엄격할 때 여러 나라에서 우리 기업인들의 특별 입국 절차에 관한 협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즉 WHO를 직접 방문해 한국이 백신-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받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와 국회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5년 단임 정부로서는 다루기 힘든, 세 명의 대통령 시대를 감안한 15년간의 미래비전을 다듬었습니다.

국회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분야 석학들이 참여한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는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회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장인 저의 입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지향했습니다.

국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국회가 멈추지 않도록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과 투표까지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갖췄습니다.

21대 국회는 지난 2년 동안 본회의에서 역대 최다인 4355건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상임위 법안 소위는 이전 국회 대비 37%(36.6%) 증가한 470회를 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노력과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도 있었습니다.

때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그 장애물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합니다.

자기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지 돌아봅시다.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합시다.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왔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제도적으로 협치를 하게끔 개혁해야 합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전환기적 시련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감염병과 기후 위기, 공급망 혼란, 남북갈등을 비롯한 숱한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습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이미 식민지배와 전쟁과 가난을 이겨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떤 위기도 다시 이겨내고 전진할 것입니다.

의회민주주의의 이정표를 남기기 위해 성심으로 노력했습니다.

부족함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회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의회정치가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함께 노력해주신 국회의원과 국회 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후대의 국회 지도자들이 저의 부족함을 거울삼아 아름다운 의회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더불어 일했던 지난 2년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며칠 후면 평의원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국익을 위한 헌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저는 매일 기도를 합니다.

열심히만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세상, 인생에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세상,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세상, 어느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꿈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 나라, 남과 북이 화해와 평화의 강을 함께 노 젓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해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국민통합과 한반도평화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치에 뛰어들 때 지녔던 초심을 되새기며 헌신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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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