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무리 봐도 똑같은 인물들뿐이다. 새롭게 구성된 정의당 지도부 이야기다. 존재감이 한없이 추락하면서 가진 것만이라도 지키자며 돌려 막아온 탓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가졌던 것들도 다 내려놓을 판이다.
정의당은 과거 진보정당으로 주목받았다. 2012년 진보정의당이라는 당명으로 대중 정당을 지향하며 원내에 진출한 정당 중 가장 오랜 기간 생존해왔다. 고 노회찬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묵묵히 자기 길을 걸었다.
캐스팅 보트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며 ‘캐스팅보트’로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 19대 대선에서는 심블리로 불린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나서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6%를 득표해 제3지대의 저력을 입증했다고 평가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 영광과 달리 최근 정의당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한 모양새다. 21대 총선 즈음부터 정의당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 당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자 정의당을 향한 여론도 점차 등을 돌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도 정의당을 크게 휘청거리게 된 계기다.
총선 결과 정의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고작 6석이다. 결국 다당제를 통해 교섭단체를 희망하던 미래도 무위로 돌아갔다. 심 전 대표가 단식까지 하며 결기했지만 결국 자충수가 된 셈이다.
20대 대선에서도 정의당은 100만표도 채 득표하지 못했다. 수치상으로 2%를 간신히 넘긴 정도다. 낮은 주목도는 정의당이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20대 대선에서 정의당은 페미니즘으로 노선을 갈아탄 바 있다.
대선 당시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내걸었던 심 전 대표는 진보층과 여성층의 결집을 꾀했으나 오히려 반감만 샀다. 정치권에서는 잘못된 갈아타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선 이후 정의당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지지율도 고작 3%~4%에 불과하다. 정의당 아이콘으로 불렸던 심 전 대표는 현재 후방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정의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검수완박에 대한 태도를 두고선 정치권 안팎으로 정의당의 태도에 갈지자 행보라는 타격도 가해진다. 당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월 정의당에 복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의당 의원들을 향해 “징그럽다”고 직격했을 정도다.
과거와 달리 정의당은 ‘정의당스러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물난 등 여러 위기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새로 구성한 지도부 역시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당내에서 있던 사람을 돌려막기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잘못된 노선으로 존재감 실종
2년 뒤 총선에선 존폐 위기?
이번 정의당 지도부는 검수완박 당시 회기 쪼개기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던졌던 인물로 구성됐다. 현재 세 인물은 모두 현역 여성 의원이다.
여성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은주 원내대표가 당내 지휘봉을 잡았고, 수석부대표는 장혜영 의원, 원내대변인은 류호정 의원이 뽑혔다. 나름 소신을 가진 인물로 지도부를 구성한 셈이다.
원내 지휘봉을 잡은 이 원내대표는 노동계 출신이다. 정계에 입문한 뒤, 원내부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에서 활동해왔다.
이들이 원내 사령탑으로서 노동계와 재차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이 원내대표에게는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의당 내에서도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원외에서의 이 원내대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의당의 존재감 실종 원인은 대중성 부재도 한몫 차지한다. 노·심 전 대표 이후 정의당의 차기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국회 내에서 체급과 대중성을 함께 겸비했었다. 과거의 정의당이 작지만 강한 당이라고 불렸던 이유는 간판급 스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선한 인물을 찾아 나섰지만 띄우고 보자는 식의 인물 영입으로 뒤통수를 맞는 일도 잦았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도 씻어야 한다. 중요한 대목에서 정의당은 늘 고민이 길었던 탓에 정의당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또 다른 지도부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장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게 된다. 정의당 내에서 원내대변인,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정의당이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노선을 탄 시점도 장 의원이 정의당에 발을 들인 이후다. 류 의원은 지난해 원내 수석부대표를, 이번에는 원내대변인직을 맡았다.
일각에선 향후 민생정당, 노동정당의 정체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장 의원과 류 의원의 정체성이 당 전체에 영향을 가해질 것을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정의당의 향후 세 확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지도부 구성이 새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이 돌려막기를 멈추고, 새 인물을 찾아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장 의원과 류 의원의 당내 입지를 생각한다면 새 인물을 찾아 나서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장 의원과 류 의원은 입지가 당내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이런 탓에 정의당 입장에서 두 인물을 쉽게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의당은 여전히 대선 참패의 상처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다. 인천시장에 이정미 전 대표, 경남도지사에 여영국 대표 등 당내 입지가 상당한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심지어 충남도지사 후보는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홍이 불거진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정의당에게 재차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멍 난 보트?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나마 가진 표심 때문에 정의당이 새 인물을 내세우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당이 돌려막기식으로만 당을 이끌어간다면 지방선거 참패는 물론이고, 2년 뒤 총선에서는 정의당 존폐 위기까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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