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돌입한 스릭슨 투어

절대 강자 없는 혼돈의 필드

5회 대회까지 진행된 스릭슨 투어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매 대회 우승자가 바뀌는 건 물론이고, 연장 승부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선수들은 우승을 계기로 KPGA 투어 복귀를 꿈꾸고 있다.

 

정도원(27)이 올 시즌 ‘스릭슨 투어’개막전인 ‘2022 KPGA 스릭슨 투어 1회 대회(총상금 8000만원, 우승상금 1600만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1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박희성이 보기를 범한 사이 정도원이 파로 막아내 프로 데뷔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3월29일부터 이틀간 충남 태안 소재 솔라고컨트리클럽 솔코스(파72, 7295야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135타로 박희성(22)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매 순간 명승부

12세에 골프를 시작한 정도원은 2012년 KPGA 프로(준회원), 2014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각각 입회한 뒤 2015년 ‘KP GA 코리안투어 QT’에 응시해 수석 합격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해 시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고 시즌이 끝난 뒤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군 전역 후 정도원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년간 ‘PGA투어 차이나’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드라이버 입스를 겪었고 투어 생활을 잠시 접은 채 레슨을 병행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기 후 정도원은 “올 시즌을 우승으로 시작하게 돼 기쁘다. 프로 데뷔 첫 우승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 어프로치샷이 이틀간 원하는 대로 맞아 떨어졌던 것이 우승에 주효했다”고 밝혔다.

정지웅(28)은 지난 3월31일부터 이틀간 충남 태안 소재 솔라고CC 솔코스(파72, 7295야드)에서 열린 ‘KPGA 스릭슨 투어 2회 대회(총상금 8000만원, 우승상금 1600만원)’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13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지웅은 절정의 샷을 선보였다. 둘째 날 1번 홀(파4)부터 3번 홀(파4)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낚은 데 이어, 6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거칠 것 없었다. 11번 홀(파5),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냈고, 16번 홀(파4)부터 18번 홀(파5)까지 또다시 3개 홀 연속 버디를 적어냈다.

정지호가 보여준 ‘관록’
김학형이 연출한 대역전극

15세 때 중학교 특기 적성 수업으로 골프를 접하게 된 정지웅은 그전까지 수영 선수로 활동하며 여러 전국 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 하지만 골프채를 손에 잡은 이후 골프의 매력에 빠져 골프 선수로 전향했다.

정지웅은 2012년 KPGA 프로(준회원), 2013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각각 입회했고, ‘KPGA 코리안 투어 QT’에서 공동 9위의 성적으로 2014년 KPGA 투어에 데뷔했다. 출전한 10개 대회 중 2개 대회서만 컷 통과해 시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PGA 투어 차이나로 무대를 옮기기도 했던 정지웅은 2017년 당시 2부 투어였던 ‘스릭슨 KPGA 챌린지 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또한 그해 ‘KPGA 코리안 투어 QT’를 공동 33위로 통과해 2018년 투어에 재진입을 했지만 아쉽게 큰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스릭슨 투어에서 활동하던 정지웅은 지난해 ‘KPGA 코리안 투어 QT’에서 공동 4위의 성적으로 2022시즌 KPGA 투어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정지웅은 “KPGA 투어 개막전을 앞두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거둬 기쁘다. 더 열심히 준비해 앞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목표는 KPGA 투어에서 제네시스 포인트 50위 이내 진입하는 것”이라고 밝혓다.

정지호(38)는‘KPGA 스릭슨 투어 3회 대회(총상금 8000만원, 우승상금 1600만원)’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지호는 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양일간 전북 군산 소재 군산CC 김제, 정읍코스(파70, 6782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째 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5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대회 최종일 1번 홀(파5)부터 경기를 시작한 정지호는 5번 홀(파4)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6번 홀(파4)에서 이날의 첫 버디를 잡아냈다. 7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정지호는 8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솎아냈다.

정도원 연장 끝 개막전 정상
정지웅 환상적 버디쇼 절정

최종합계 8언더파 132타를 기록했다. 강덕훈(28)과 동타를 이룬 정지호는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17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강덕훈이 파를 범한 사이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정지호는 2006년 ‘KPGA 코리안 투어 QT’에서 수석 합격을 차지해 2007년 KPGA 투어에 데뷔했다. 이후 2021시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5년 연속으로 투어에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메리츠 솔모로 오픈’과 2018년 ‘골프존·DYB교육 투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2020년 KPGA 코리안 투어 스폐셜 이벤트 대회 ‘동아제약·동아ST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제네시스 포인트 96위에 자리해 시드를 잃었고, 올해부터 KPGA 스릭슨 투어로 무대를 옮겨 활동했다.

 

정지호는 “지난해 경기력이 원하는 만큼 따라주지 않아 고생을 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지만 주변에서 ‘한 번만 더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승을 하게 돼 정말 행복하고 감회가 새롭다. 여러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라고 전했다.

박형욱(23)은 ‘KPGA 스릭슨 투어 4회 대회(총상금 8000만원, 우승상금 1600만원)’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형욱은 지난달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전북 군산 소재 군산CC 김제, 정읍코스(파70. 6,782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째 날 매서운 샷감을 발휘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기록해 6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대회 최종일 1번 홀(파5)부터 경기를 시작한 박형욱은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냈다. 3번 홀(파4)과 4번 홀(파3)을 파로 막아낸 박형욱은 5번 홀(파4)에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범했지만 8번 홀(파5), 9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솎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박형욱은 후반 첫 홀인 10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으나 11번 홀(파3)부터 14번 홀(파4)까지 파로 막아냈다. 이후 15번 홀(파3)에서 또 한 번 버디를 낚은 박형욱은 18번 홀(파4)까지 타수를 잃지 않았고, 최종합계 8언더파 132타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각양각색 우승

초등학교 5학년인 12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박형욱은 2016년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고, 2019년 ‘허정구배 제66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후 박형욱은 2020년 9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입회한 뒤 지난해부터 ‘KPGA 스릭슨 투어’서 활동하고 있다. KPGA 투어 역대 최고 성적은 추천 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20 19 DGB금융그룹 VOLVIK 대구경북 오픈’ 공동 43위다.

박형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샷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 적극적인 스윙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치열한 접전

김학형(30)은 4타 차를 극복하고 ‘KPGA 스릭슨 투어 5회 대회(총상금 8000만원, 우승 상금 1600만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학형은 지난달 22일 강원도 원주 소재 오크힐스CC 힐-브릿지코스(파71, 687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136타를 기록한 김학형은 김상현(28)과 최효진(39)의 추격을 1타 차 공동 2위(최종합계 5언더파 137타)로 따돌리고 우승을 거뒀다.

대회 최종일 김학형의 샷감은 매서웠다. 1번 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학형은 2번 홀(파4)과 4번 홀(파4), 5번 홀(파3), 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후반 세 번째 홀인 12번 홀(파3)에서 이날 첫 번째 보기를 범했지만, 15번 홀(파5)과 16번 홀(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냈다. 17번 홀(파3)에서 또다시 보기를 했으나 마지막 홀인 18번 홀(파5)을 버디로 장식한 김학형은 하루에만 5타를 줄여 최종합계 6언더파 136타로 1타 차 우승을 이뤄냈다.

김학형은 “최근 2~3년간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 경기를 하는 재미도 못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골프를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학형은 2009년 KPGA 프로(준회원), 2010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입회했다. 2014년 당시 2부 투어였던 ‘KPGA 챌린지 투어 2회 대회’ 우승을 바탕으로 통합 포인트 2위에 올라 2015년 KPGA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김학형은 9개 대회에 출전해 6개 대회서 컷 통과했다. 그해 페어웨이 안착률 부문에서는 1위(77.43%)를 기록했다. 2016년까지 투어에서 활동한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군 복무를 한 뒤 2019년 투어에 복귀했고, 그해 13개 대회에 나와 9개 대회서 컷 통과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020년과 지난해는 제네시스 포인트 100위권 밖으로 밀리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2020년과 지난해 페어웨이 안착률 부문에서 각각 1위(73.13%)와 2위(82.75%)를 적어 내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반등의 계기

지난해 ‘KPGA 코리안 투어 QT’에 응시한 김학형은 공동 10위에 올라 올 시즌 K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개막전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도 나서 컷 탈락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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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