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기도지사 소름 돋는 평행이론

‘승부는 이미 끝났다?’ 소문은 현실이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올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기묘한 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의 아픔을 떨치기 전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씻어내기 전에 또 다른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두 당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지사 선거로, 이를 두고 요즘 정계에는 재미있는 소문이 떠돈다. 경기도지사와 대통령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소문이다. 이 소문은 과연 현실이 될까. 현실이 된다면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정계만큼 징크스를 신경 쓰는 곳도 많지 않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한 번 지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기 때문에 당선에 사활을 건다. 선거의 파이가 크면 클수록 패배의 타격은 커진다. 이 때문에 몇몇 정치인은 거액을 주고 정치 컨설턴트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무속인에게 미래를 점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가장 ‘첨예’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에 정치인은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정치권에 떠도는 징크스는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 탓에 그동안 징크스는 어떤 후보에게는 ‘믿을 구석’으로, 또 다른 후보에게는 ‘불안요소’로 작용해왔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여의도에서는 이번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이 주목할만한 징크스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바로 대통령과 경기도지사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지방선거 판세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 정치 컨설턴트들은 일찌감치 경기도지사 선거에 주목한 바 있다.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걸린 선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기도 지역에서 민주당이 유리할지, 국민의힘이 유리할지 계산에 들어갔고, 각 당의 후보로 나온 인물들의 경쟁력과 홍보 방법 등을 분석해 이런저런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분석은 역대 도지사들의 정당과 대통령의 정당 간의 상관관계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로, 경기도지사들은 대부분 대통령과 같은 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의 유권자들은 보통선거를 지방선거가 시작될 때 당시 대통령과 같은 당의 경기도지사를 선택해왔다.

다만 같은 당이라고는 해도 대통령과의 관계는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다른 계파의 사람이 후보여도, 혹은 직접적으로 대통령과 대립한 인물이어도, 경기도민들은 대통령의 ‘당 사람’에게 표를 찍어줬다.

경기도민들은 아무리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후보여도 ‘여당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후보를 주로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8년 도지사에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온 민주당은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대세 속에서 이 고문이 도지사로 당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그의 승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가 문 대통령과 상당히 대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의 민주당 내 영향력은 매우 컸다.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견인한 문 대통령에게 민주당 인사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와 가까워지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고문은 그런 문 대통령과 법정 시비까지 가는 등 극한의 대립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나치게 공격했던 탓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거세게 문 대통령을 공격했던 이 고문은 경선 패배 후 ‘친문’파의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고, 이는 곧 ‘친문’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당내 갈등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봉합됐다. 그는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선고를 받는 등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정권 따라’ 여당에 우호적인 경기도민
역대 경기지사는 대부분 대통령과 대립

당선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성남시장을 10년간 지냈던 이 고문에게 경기도지사 선거가 매우 ‘쉬운’ 선거였음에도 문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못했던 탓에 경선 통과와 본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도지사에 당선된 이 고문을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여당’이었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 이전의 예는 남경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있다.

이 고문 직전의 경기도지사였던 남 전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당이었다. 이른바 ‘소장파’로 소신 있는 정치를 해오던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을 일컫는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 전 지사는 경남여객을 소유한 집안을 배경으로 수원에서 ‘유지’로 인식되고 있었고, 경기도민들은 한 평생을 경기도에서 보낸 남 전 지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15~19대까지 수원 팔달구와 수원병 등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한 남 전 지사에게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매우 쉬운 선거처럼 보였다.

그는 결국 본인의 탄탄한 입지에 힘입어 지사까지 당선됐다. 당선 후에 뚜렷한 성과물도 내놨는데 임기 2년 동안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해냈다.

그러나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이 터지면서 그의 정치 여정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정 농단에 책임지지 않는 박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 전 지사는 두 번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하며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았다.

남 전 지사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당선은 되지 않았고, 재임 중에도 그의 덕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당에 반발해 재임 중 ‘여당’ 타이틀을 내려놓기에 이르렀고, 재선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당시 민주당의 이 고문과 싸우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이 고문과 남 전 지사처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또한 당시 같은 당 소속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극한의 대립을 펼친 바 있다.

사실 김 전 지사가 처음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2006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그러나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던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고, 이는 당시 여권의 단일후보였던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패배로 이어졌다.


참여정부의 반대 급부에 힘입어 당선된 김 전 지사는 당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많이 치중한 정치를 펼쳤다. 정계에선 행정과 정치 모두를 병행한 유일한 도지사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립?
여당이면 충분!

당시 여의도는 그를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지사임에도 개인에 치중한 정치 행보를 보여 ‘임기 후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졌다.

김 전 지사는 그들의 의심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대권주자로 커나가는 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는 임기를 막 시작한 이 전 대통령에게 ‘배은망덕한 정부’ ‘송산당적발상’ ‘되놈보다 더하다’는 등 정치적 비난을 퍼부으며 본격적으로 ‘적’이 될 것을 선언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어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그의 발언을 비판했다.

김 전 지사가 대립각을 세운 시기는 이명박정부의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란 지역별 균형발전 계획이 발표된 후였다.


경기도지사 입장에서 수도권의 ‘후 규제완화’는 김 전 지사의 공약을 이행시키는 데 방해되는 걸림돌이었다. 당시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과 국립종합대 설립 등 굵직한 건설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내놓은 공약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본인의 공약 때문에, 그리고 후의 대권 도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김 전 지사는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를 공격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더니 재선에 도전할 쯤인 2010년에는 사사건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청와대 측에서 “돌출 발언으로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치기가 엿보인다”며 “자중하면서 본업인 경기도 도정부터 잘 챙겨달라”고 정면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과 경기도지사는 이처럼 앙숙관계인 채로 수십년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 치러지는 경기도지사 선거는 그간의 대통령-경기도지사 관계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윤심’ 업고
‘명심’ 지고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대권후보들과 친밀한 관계에서 선거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누가 더 대권후보와 친한지를 겨루는 모양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직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으며 ‘윤심’의 대표격인 사람이었다.

초선 의원이었던 그가 경기도지사라는 무거운 자리에 출마한 것을 두고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되며 그들은 김 의원의 출마를 납득할 수 있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객’인 김 의원이 윤핵관 측으로부터 발탁돼 출마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지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어가겠다는 윤 대통령 측의 의도가 엿보이는 행보였다.

실제로 국민의힘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던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지원 아래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경선을 통과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윤 대통령이 만들어준 경기도지사 후보인 셈이다. 또 다른 거대 양당인 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 도중에 수차례 토론을 벌이며 이 고문과 친분을 쌓았다. 토론이 지난 얼마 후 이 고문과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며 그의 선거운동을 도운 바 있다. 

김-김, 대권후보들 지원사격
손학규 유일한 야권 당선 사례

지난 3월2일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이 후보는 “김 후보님의 여러 좋은 공약을 잘 엮어 내겠다. 희망과 통합의 정치에 대한 김 후보님의 강한 의지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화답했다.

이때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는 처음 출마 선언 때부터 이 고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의 선거 캠프에는 이 고문이 대선후보 시절 함께 일했던 인력이 대거 포함되어 일하고 있다. 최창민 공보팀장을 비롯, 이 고문의 측근에서 활동했던 김용 전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현재 김동연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김 후보는 ‘친이(친 이재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경선에서 압승했다. 당초 1차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 거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50.67%의 표를 얻은 것이다.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던 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의 특표를 모두 합해도 김 후보의 득표율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같이 대권후보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두고 윤 대통령과 이 고문의 2차전이라는 평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까. 선거 전문가들은 김 의원에게는 ‘유리하게’, 김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민들이 그동안 여당에 우호적인 투표를 했던 배경에는 “대통령과 같은 당이라면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 거야”라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이긴 국민의힘 측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모든 경기도지사가 여당에서만 배출된 것은 아니다. 김 전 지사의 전임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당선될 당시(2002년)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시절이었다. 같은 해에 치러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손 전 지사는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손 전 지사의 경기도지사 당선은 유일하게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를 이긴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옷 로비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지지율 하향곡선을 타고 있었고, 민주당에서도 뚜렷한 차기 대권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민주당의 좋지 못한 분위기는 현재의 국민의힘과 닮아있다. 차기 정권 치고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낮게 나오고 있는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청와대 이전 문제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의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손 전 지사는 이 틈을 잘 파고들어 당선된 전례를 남겼다. 대선이 맞물려 있으면서 여권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을 때 당선된 것이다.

김 의원의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한 한 선거 전문가는 김 후보의 선거전략이 당시 손 전 지사와 흡사하다고 지적하며 “해볼만한 승부”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여권에 호의적인 표 성향을 띠는 경기도 유권자라도 현재 분위기에서 김 의원에게 몰표를 찍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물 자체만 보더라도 30년간 관료로 일했고,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 후보가 초선의 김 의원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요즘 조사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대선 데자뷰
아무도 몰라

지난 대선 때처럼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장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경기도지사 여론조사가 대선 한 달 전에 조사됐던 여론조사 수치와 거의 흡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고작 25만표 차이로 갈린 초박빙 선거로 끝났던 것처럼, 양당은 경기도지사 선거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여권 프리미엄’과 ‘인물론’의 승부는 6월1일이 지나서야 승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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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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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