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급 830원' 군무원 주말 당직 잔혹사

민간인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결국 군무원에게 군인 역할까지 시켜 인건비를 아끼려는 것이다.” 군대 내 공무원인 ‘군무원’들이 자신들의 처우를 높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무원들은 ‘부대마다 처우가 다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당직’ 시스템은 정말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그 목소리는 힘이 없다.

군무원은 군대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복무하는 특정직 국가공무원으로 국군 조직에서 대한민국 행정 업무 및 기술 업무를 하며 군법을 적용받는다. 육군, 해군과 해병대, 공군 및 국직 부대에 배치돼있다. 국방 업무를 하는 데 기존의 장교, 부사관, 병의 체제에서 군인들만으로 효율적 수행을 할 수 없었다. 

명분 없는
국방 개혁

이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을 선발하게 됐고, 이들은 군대에서 전문성을 양성할 필요 없이 이미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로 발탁됐다.

이들의 임무는 병사들이 군 복무 중 그들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비전투 임무를 소화하는 것이다. 군무원은 ▲행정직 ▲전산직 ▲환경직 ▲건축직 ▲수사직 ▲군수직 ▲토목직으로 나누며, 각 직렬에 따라 시험과목이 다르다.

문재인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정책을 통해 군무원의 채용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다. 2020년 2월12일 국방부는 청·장년에게 지속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군무원 52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후 이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군무원 채용 확대를 위해 중증장애인이나 군 복무 중 신체 장애인이 된 군인, 전문자격 및 유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경력 경쟁 채용 시 필기시험을 면제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무원 경쟁률은 2020년까지 상승하다가 하락하는 실정이다. 2019년에는 34.8%, 2020년에는 43.5%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7.56%로 약 15% 가량 경쟁률이 하락했다.

공무원 중 면직률이 가장 높은 것도 군무원이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임용 후 3년 이내 퇴직한 근무원 수는 339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28.4%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10.5%인 98명, 2019년 18.1%인 224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군무원 정원 대비 현원 비율(운영률)도 매년 감소 추세다. 2018년 95.6%에서 2019년 92%, 2020년에는 91.8%로 매년 하락세를 보인다.

군별로는 국방부가 88.8%, 육군이 89.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급별로는 7급 이하가 84.7%, 전문경력관이 77.7%로 운영률이 저조했다.

24시간 풀 근무…식비·차비 빼면 땡
문정부 인원만 늘리고 처우는 나몰라

이런 상황에 신규 채용 미달 인원도 2018년 180명, 2019년 446명, 2020년 67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채용률은 하락세다. 

코로나19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특정직 국가공무원인 군무원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직 군무원들은 군무원들의 처우 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인원만 늘린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중에서도 당직 시스템은 모든 군무원이 입을 모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무원 당직 근무가 의무화된 시점은 2020년 7월7일부터다.

기존 군무원 당직 근무는 ‘소속한 부대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랐다면, 이날 이후 군무원은 “휴일 또는 근무시간 외의 화재·도난 또는 그 밖의 사고의 경계와 문서 처리 및 업무 연락을 하기 위해” “군무원은 모든 사고를 방지해야 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위해” 당직 근무 의무화가 시행됐다. 

군대마다 1~2시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무원들의 당직 근무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평일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 근무를 소화한 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가 당직 근무 시간이다.

주말은 오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로 총 24시간을 근무한다. 근무 시스템대로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근무시간이 길다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군무원 당직은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봐야 하며,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소파나 간이침대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군대가 격오지에 있는 경우에는 멧돼지를 피해가며 순찰을 돌아야 해서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근무 환경의 어려움보다 군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낮은 당직비다. 군무원들의 당직 근무비는 평일 1만원, 주말 2만원이다.

휴식도 없고
보상도 없어

정확하게 ‘시급’이 아닌 주말에 24시간 근무 때 2만원을 받는다. 여기에서 식사비 3500원이 공제되기 때문에 평일에 당직을 했을 때는 3000원이 남고, 주말에 3끼를 빼면 9500원이 남는다.

주말에 당직 근무한다고 평일에 대체 휴무를 주는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 군대의 상황마다 실질적으론 ‘25시간’ 근무를 하는 곳도 있다.

당직 빈도는 군대의 규모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보통 소규모 군대는 당직을 월평균 5~6회 서게 된다. 규모가 있는 군대는 군무원의 수가 많아서 2달에 1회 정도로 당직이 찾아오지만, 일반적으로는 월평균 2~3회 정도다. 

여기서 다시 의아한 것은 군무원은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연봉을 정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상황마다 다르지만 공무원의 당직 근무비는 평균 평일 3만원이고, 휴일은 6만원이다.

경찰은 기본 당직 근무비에 초과근무수당과 별도로 추가 수당도 주어진다. 또 출동 시 건당 3000원의 출동 수당도 발생하고, 하루 최대 10건으로 한정해 야간수당 이외 최대 3만원까지 더 수령한다. 여기에 더해 주말에 당직 근무를 했을 시 평일에 대체 휴무를 준다. 

그렇다면 군무원의 당직 근무비는 왜 이렇게 낮게 측정된 것일까. 우선 군인의 당직 근무비는 군무원과 같다.

그러나 군인은 군무원과 비교해 받는 수당이 훨씬 많고, 군무원은 공무원 임금체계에 따라도 매우 낮은 임금인데 당직 근무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다. 

임금을 떠나서도 당직 근무에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우선 군무원이 당직을 설 때 군대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사실상 병력 지휘권이 없는 군무원이 병사들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군무원은 민간인 신분인데,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책임까지 함께 져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 것이다. 

5년씩 이사
관사 미지급

군무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군대와 국민청원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무원 A씨는 “민원을 넣을 때마다 군무원이 아닌 ‘군인’의 보수가 다른 공무원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들과 같은 당직 근무비를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며 “공무원과 동일 임금을 받는 군무원인데 군인과 비교해서 공무원들과 같은 당직 근무비를 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군인과 하는 업무가 같으면 군인과 같은 동일보수를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군무원 B씨는 “군대는 합당한 보상 하나 없이 군무원들의 인력을 착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군무원 전체에 대한 사기를 깎아 먹고, 이로 인해 면직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냐”며 “누가 봐도 군무원들의 인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무원들에게 관사 지급이 안 되는 것은 면직률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입사 시험에 합격하면, 합격생들을 모두 불러 불러놓고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원하는 근무지역을 작성하게 한 후 성적순으로 배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근무지가 배정될 거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배정돼도 군무원은 기본적으로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최대 5년 동안 근무하면 무조건 다른 근무지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5년에 한 번씩 이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군인 관사는 ‘상시 대기, 도서벽지 근무 및 빈번한 이사 등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인복지 기본법’에 따라 군인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는 만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무원들이 관사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년마다 전국 순환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들은 지방의 경우 관사가 제공되는 편이다. 물론 시설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관사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어 자취를 선택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국내 인력 착취 논란
면직 인원 계속 늘어

그러나 국가직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이 있어 주거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공무원 임대주택은 전국 49개 단지에 1만6251세대를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있고, 입주자 선정은 분기별 퇴거 예상 세대에 맞춰 공개모집한다. 공무원 임대주택은 기본 2년 거주할 수 있고, 재계약할 시 2년을 더 살 수 있다.

결국, 순환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거주지를 구해야 하는 직업은 군무원이 유일하다. 여기에 초임 군무원 월급은 100만원 중 후반대인 군무원들이 월·전세를 구해서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군무원들이 모두 관사 지급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다. 군무원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은 ‘군인’과 ‘군무원’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미 당직 근무가 실행되면서 근무원들은 군인과 업무가 겹친다.

군무원 B씨는 “우리는 군인이 아닌 군무원이다. 연금법에서도 군무원은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고, 군인은 군인연금을 적용받고 있는데 현재 국방부에서는 군무원을 부족한 부사관 인력을 대체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며 “현재 국방부에서는 군무원에게 전투복, 총기, 장구류 등의 지급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군무원은 “이렇게 되면 군인과 군무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군무원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안 줘도 되니까, 인건비를 아끼면서 군인 역할까지 시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것이 문재인정부가 시행한 국방개혁의 현 실태”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무원 당직에 관련해서는 현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군무원들에게 전투복, 총기, 장구류 등을 지급하는 정책 역시 과정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방 분야 대표 공약으로 건 ‘병사 월급 200만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고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가성비 좋은
꿀보직 취급

이런 상황에 군무원들은 “병장 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 “군무원 7급 1호봉 실수령액이 190만원 조금 넘는데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라니” “사병 대우를 올려준다는 정치인들은 현직 군무원과 수혐생들이 보이콧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인·군무원 야간근무 제외 대상은?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군무원은 앞으로 야간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방부는 “모성 보호를 위한 야간근무 제한과 함께 보육여건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개정 훈령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군무원에겐 지휘관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근무를 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 임산부 본인이 신청한 경우엔 야간근무가 가능하다.

임신 기간이 14주 미만인 경우 유·사산한 날로부터 3개월, 14주 이상 28주 미만은 6개월, 28주 이상은 1년이다.

그러나 인공 임신중절 수술에 따른 유산은 야간근무 제한 대상이 아니다.

또 난임 치료 시술을 받을 때마다 최대 4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 훈령에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여성 군인·군무원이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 시술을 받을 땐 4일, 동결 보존된 배아를 이식하는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경우엔 3일,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땐 2일의 휴가를 부여하도록 했다.

남성은 정자채취일 당일 휴가를 쓸 수 있다.

국방부는 또 비상근무, 상황 발생 등으로 부대 일과 시간에 출퇴근해 양육에 공백이 생길 경우엔 지휘관이 부부 군인·군무원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 훈령에 담았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