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영국 ‘골프 박물관’을 가다

인류가 골프를 시작한 이래 600여년이 흘렀지만 다행스럽게도 수백년 전의 여러 유물이 현존해 있다. 골프 관련 골동품을 보려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브리티시골프뮤지엄’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시 올드코스 1번 홀에 인접한 영국 골프 박물관, 2층 건물로 조성된 이곳 1층에는 기념품점과 박물관이, 2층에는 카페겸 식당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의 입구와 통로, 천정 높이가 그다지 넓고 높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지만 그 안에 진열돼 있는 골프 골동품들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일목요연

오래전 조우하기로 했던 박물관장인 ‘안젤라 하우’와 필자는 144회 디 오픈이 치러지는 2015년에야 비로소 이곳 박물관 입구에서 만났다. 필자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하기로 했던지 어언 5년이 흘렀던가. “약속을 한 뒤로 너무 늦게 찾아 미안하다”는 필자의 사과에 손사래를 치면서 안젤라 관장은 필자를 곧바로 박물관으로 안내했다.

골퍼라면 한 번쯤은 와서 봐야 할 순수한 의무이자 명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곳에 첫발을 내디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벽에 그려진 수백년 전 골프 치는 올드코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만 접하던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00년 전 골프채 8자루도 진열장 안에서 고풍스러운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으로만 봤던 최초의 골프 트로피로 영 톰 모리스가 영구 소장했던 모로코산 붉은 가죽벨트 또한 주인의 사진과 함께 가지런히 진열장 안에 보관돼있다.


옆에는 올드코스 내에서 공방을 차려놓고 골프채를 만들던 톰 모리스의 공방 사진도 함께 진열돼있다.

진열대 꽉 채운 트로피
영국 위대한 3인방 흔적

톰 모리스보다 앞선 그의 스승이자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알렌 로버트슨의 실제 크기 밀랍 인형도 인상적이다. 그 방 안에서 알렌이 페더리공을 만드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새의 깃털까지도 그대로 책상에 널어놓았다.

가죽볼을 만드는 역사의 마지막 장인이었던 그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21세기의 우리와 함께하는 느낌일 정도로 생생하다.

로얄 퍼스골프동우회의 1825년 실버컵이 말 그대로 은색으로 하얗게 자태를 빛내는가 하면 셀 수도 없는 많은 영국의 트로피가 빛을 발하고 있다. 1754년 일명 22인의 세인트앤드루스 젠틀맨들이 개최한 최초의 골프대회 트로피인 ‘실버클럽’도 비록 복사본이긴 하지만 위용을 보이고 있다.

옆에는 영국의 위대한 3인방이 사용했던 골프채, 공, 총 16번의 디 오픈 우승에 대한 기록이 여러 사진과 함께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맞은편에는 사람 실물 크기의 밀랍 인형 여러 개가 공방 속에서 클럽을 제조하는 모습도 재현해 놓아 수백년 전 히코리 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놓았다.

박물관에는 유난히 많은 트로피가 전시돼 있다. 1983년, 1985년, 1987년, 1989년 등 2년마다 개최되는 라이더컵의 우승 트로피를 모두 전시하면서 유럽인들의 자랑스러움을 대변해주고 있다. 트로피 중에서 가장 압권은 디 오픈 트로피 원본인 클라렛 저그로, 박물관 내의 어떤 트로피보다 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


3단 받침대에는 제1회 대회부터의 우승자 이름이 적혀 있다. 맨 밑단에서부터 순서대로 트로피를 감싸면서 스코어까지 함께 맨 윗부분의 3단에까지 빼곡히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이 크라렛 저그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영국 아마추어 대회의 트로피 역시 이 박물관의 최고 보물 중 하나로 꼽힌다.

골프 역사 총망라 성지
300년 전 골프채 전시

트로피 위에 동상처럼 고고하게 빚어놓은 영국 골프의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는 한 뼘 정도의 작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내뿜는 카리스마로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오래전 영국에서만 우승자들에게 수여했던 금으로 된 골프 메달들 역시 황금빛을 반짝이며 가지런히 진열돼있다.

이 가운데 로얄 메달에는 1837년 국왕 윌리엄 4세가 ‘로얄 앤드 앤션’ 골프클럽에 이 메달을 수여한다고 부연돼 있다. 좁고 어두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하나뿐인 골프 유물들을 전시해 골프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적지일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유적은 박물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올드코스에서 해안길을 따라 도보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에 다다르면 세인트앤드루스 공동묘지가 나온다. 도시 한복판에 을씨년스럽게 자리 잡고 있지만, 올드코스 방문객 중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한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골퍼들의 무덤이 이곳에 있어서 이 공동묘지는 세인트앤드루스의 골프 유적지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700년도 더 된 13세기경 세인트앤드루스 카톨릭 사원이었던 이곳은 당시로서는 도시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정면의 높은 돌담 한쪽 벽만 남아 있다.

그들 방문객들이 묘지 입구에서 반대편 쪽의 벽면에 위치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 묻힌 영령들의 곁을 지나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중앙에 위치한 화장터를 바라보며 기꺼이 풀밭을 따라 걷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벽면에 도달하면 이내 수백년된 돌담 안에 양각된 하얀색의 동상이 나타난다. 24세에 요절한 영 톰 모리스의 모습이다. 아래쪽 바닥에는 그의 아버지이며 영국 골프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올드 톰 모리스의 무덤도 나란히 있다.

이외에도 그 옆쪽에는 모리스 가족들의 묘지가 나란히 조성돼있다. 세인트앤드루스 사람들이 두고두고 모리스 집안을 존경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공동묘지가 더 경외스러운 것은 모리스 부자 이외에 또다른 골프의 영령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영국에서 19세기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알렌 로버트슨이 묻혀 있다. 입구에서 모리스 가족의 영전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주변의 비석보다는 좀 크다 싶을 정도로만 위치해 있기에, 방문객들은 이를 놓치기 일쑤다.

분명 비석의 앞쪽에는 알렌의 얼굴 동상과 뒷면에는 골프채를 ‘X’자로 새겨 넣었음에도 말이다. 골프의 역사를 잘 모르고 모리스 정도만 들었던 여행객들은 하얀 벽면이 눈에 들어오는 관계로 정작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가장 중요한 알렌의 무덤은 놓치는 듯하다.

눈부신 광채


단지 모리스보다 앞선 세대의 골퍼로 세상을 떠나서 당시 사람들이 무덤을 왜소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비석에 새겨져 있는 ‘많은 존경을 받던 스코틀랜드의 특별한 챔피언이 잠들다’라는 문구는 분명 사람들이 그를 골프의 신으로 존경함을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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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