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손예빈의 골프 여정

지옥의 레이스서 생존한 신예

KLPGA 선수들에게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은 말 그대로 시드 순위를 정하는 관문이다.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명문 대학에 입학하듯, 정규 투어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당연히 다음 시즌 정규 투어에서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은 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자칫 쉬운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장의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11월에 열린 ‘지옥의 레이스’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수석 자리를 꿰찬 ‘라이징 스타’ 손예빈(20)이 그동안 지나온 길과 앞으로 향할 그녀의 발자취를 알아본다.

남다른 발자취

‘KLPGA 2022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69-71-63-68)를 기록하며 전체 참가 인원 395명 중 1위 자리에 올라선 손예빈은 떡잎부터 달랐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10살에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막상 큰 흥미를 못 느꼈다고 전한 손예빈은 이후 참가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성취감을 맛본 이후로 점점 골프에 빠졌다.

실력을 갈고닦은 손예빈은 결국 2015년 여자주니어상비군에 발탁됐다. 나아가 2018년에는 국가상비군에 뽑혔고,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여자 아마추어 중 최고 실력을 입증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 전진
‘입스’에 굴하지 않았다 


아마추어에서 이룰 수 있는 ‘특급’ 타이틀을 전부 손에 쥔 손예빈은 단지 아마추어 선수 사이에서만 강한 인상을 남긴 것만은 아니다. 2018년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16위를 기록하며 프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손예빈은 메이저 대회 ‘기아자동차 제32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1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 국가대표로 활약한 손예빈은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어코드 중국 아마추어 골프 오픈’ ‘경기도 의장배 골프대회’ ‘제13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골프부 단체전’ 등에서 우승컵을 수집하며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프로 전향과 동시에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손예빈은 2020년 6월 KLPGA에 입회해 처음 참가한 ‘KLPGA 2020 그랜드-삼대인 점프 투어 1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뜨거운 관심에 보답했다. 하지만 화려한 프로 데뷔 시즌을 기대한 손예빈은 거듭된 드림투어 예선 탈락을 겪으며 점점 자신감을 잃는 듯했다.

손예빈이 마주한 벽은 바로 드라이버 입스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정규 투어 진출을 꿈꾸던 손예빈은 2021 시즌 정규 투어 티켓을 쟁취하기 위해 ‘KLPGA 2021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에 참가했으나 예선 37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결국 지난해 드림 투어에서 활동한 손예빈은 다시 한번 정규 투어 무대를 밟기 위해 드림 투어 상금순위 20위 안에 드는 것을 노렸지만, 상금순위 48위에 올라 그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입스라는 문턱은 높게 느껴졌으나, 손예빈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진하자고 다짐했다.

KLPGA 시드순위전 수석 쾌거
즐기면서 배우는 성숙한 자세

손예빈은 입스를 극복하기보다는 이 시련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입스에 대해 묻자 손예빈은 “사실 아직 입스라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드라이버 입스를 극복하는 것에 몰두하기보다, 미스 샷이 나오더라도 플레이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트러블 샷과 쇼트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초점을 쇼트 게임 쪽으로 옮긴 후 드라이버를 구사하는 데 한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이버 입스 대책 마련을 고민하던 중에 손예빈은 2022시즌 정규 투어에 가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KLPGA 2022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을 맞닥뜨렸다. 당시 기억에 대해 손예빈은 “시드순위전 당시 샷감이 좋지 않아서, 아무런 기대 없이 출전했다.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돌아봤다.

이어 “나를 포함한 모든 참가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최고의 기량을 뽑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붓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1등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노력한 모든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다가오는 올 시즌 정규 투어에 입성하는 손예빈은 “정규 투어는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꿈꾸던 무대다. 하루빨리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지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하지만, 대회에 임할 때는 차분히 집중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어 “아마추어 시절 참가했던 ‘한화 클래식 2019’에서 큰코다친 적이 있다. 당시 컷 오프 했는데,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전하며 웃었다.

손예빈은 첫 정규 투어 시즌을 위해 국내에서 체력훈련을 진행했고, 미국 팜스프링스에서 동계 훈련을 거쳤다. 높은 난도의 정규 투어 코스에서 있을 실수를 대비하고 만회할 수 있도록 쇼트 게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고진영의 위기 극복 능력과 정교한 샷을 연마하고 싶다고 밝혔다.

창대한 목표

손예빈은 “신인왕이나 1승을 한다면 물론 좋겠지만, 정규 투어에서 첫해다 보니 욕심보다는 적응에 초점을 맞추겠다.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쇼트 게임과 웨지샷 플레이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목표로 잡고 있다. 정규 투어 무대를 밟는다는 것 자체로 설레기 때문에 한 시즌 많이 배우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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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