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위믹스 코인 몰래 매각 후폭풍

방어냐 먹튀냐…진심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위메이드의 공시 없는 위믹스(WEMIX) 토큰 소각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결론적으로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관련된 규제가 없는 제도적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다른 P2E(Play To Earn) 게임사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위믹스 사태’로 불리는 논란은 위메이드가 지난해 자사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 토큰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매각하고 이를 지난해 4분기 매출로 처리해 발생했다. 

“몰래 팔았다”
실적에도 반영

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NFT, P2E 관련 게임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위믹스’라는 자체 코인까지 발행하면서 동명의 게임 플랫폼인 위믹스를 오픈해 2022년까지 100개의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하겠다고 공언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말까지 10억개 위믹스 토큰을 발행하고 이 중 1억800만개의 토큰을 매각해 2271억원을 확보했다. 위믹스를 대량 처분한 대금 중 1594억원은 선데이토즈 인수에 사용했고, 나머지 일부를 메타버스, P2E 관련 기업들의 지분 확보에 쓰였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가상자산을 처분할 때 별다른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량의 물량을 보유한 발행사가 가상자산을 매도할 경우 토큰 가격이 하락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남게 된다. 


또 다른 쟁점은 위메이드가 위믹스 매각분을 지난 4분기 이를 일괄 회계상에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해 4분기 위메이드의 전체 매출 중 위믹스 유동화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위메이드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비판과 함께 매도 폭탄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위메이드는 이와 관련해 위믹스 상장 이후 매각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백서를 통해 이미 밝혔다고 해명했다. 또 위믹스 매각은 매분기 평균 1.6% 수준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급격한 매도는 없었다고 했다. 

공시 없는 매도 ‘실적 부풀리기’ 비판
투자자 혼란 속 ‘자시연’도 공개 저격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고 없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로 자사주를 내다 판 것과 비슷하다”면서 “백서에 매도를 예고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깜짝 폭탄으로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례적으로 위메이드를 ‘공개 저격’했다. 위메이드가 직접 발행산 가상자산 위믹스를 팔아 자금조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행위라는 취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은 물론이고 상장사 경영진의 적극적인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상장법인 가상자산 발행 규제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상장법인은 가상자산 발행 행위로 인한 규제 리스크를 주주와 가상자산 보유자에게 전가시켜선 안 된다”며 “법적 위반 여부가 모호한 가상자산 거래행위에 대해 유권해석을 먼저 받은 뒤 거래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상장법인이 공시 등의 규제 없이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매출로 잡아 배당금을 2배 이상 늘린 점 등은 자본시장에서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직접 나섰다. 위믹스를 매각해 얻은 유동성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위메이드와 위믹스 가치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자시연도 저격
대표 나서 진화

장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위믹스를 이용한 투자 계획을 밝혀왔지만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서 “유튜브에 나와 저희를 소개할 시간을 마련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코인 거래소에 상장하며 유통 스케쥴을 공개하게 돼있고, 매월 위믹스 1000만개(전체 1%가량)를 매도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발행과 함께 100%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코인인 만큼 유통물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셈”이라고 기습 매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장 대표는 단기적인 위믹스 가치 상승보단 생태계 조성으로 P2E 게임 시장의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위믹스 가치를 2배 띄우거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작 행위에는 관심이 없다”며 “누구보다 빨리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위믹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전을 꾸준히 공표해왔다”고 말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위믹스의 ‘가격방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코인 매각에 대한 공시는 다음달 예정인 분기 실적 발표부터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후 공시를 준비해서 지난해 4분기 때부터 공시하겠다”며 “아직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않았지만, 적절하게 연구하고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센 후폭풍
결국 실적 정정

위믹스 생태계 강화를 위한 메인넷 이전 계획도 밝혔다. 메인넷은 블록체인 거래소와 지갑 등 생태계를 운영하는 네트워크다. 위믹스는 현재 카카오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이용 중이다.

장 대표는 “초기 편의성과 비용 문제로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썼지만 이제 위믹스 규모가 커졌다”며 “연내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메이드와 위믹스, 임직원과 투자자들은 운명공동체로 나 자신 또한 위메이드 주식이 전 재산”이라며 “투자자는 잃고 회사는 버는 ‘제로섬’ 구조가 아니다”라며 “최고의 보상은 위믹스 가격 상승이라 생각하기에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해명처럼 매각의 일시 인식을 위메이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국내 법률은 물론 국제회계기준(IFRS)상에도 가상자산의 회계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회사들이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회사가 가상자산의 대규모 거래와 주요 변동상황이 있을 시 이를 공시할 의무는 없다. 

대표 “최고 보상은 가치 상승”
제도적 문제 업계로 번질 수도

하지만 위메이드 측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100% 회복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 4분기 달성한 ‘역대급’ 실적이 위믹스 유동화에 의한 것으로 실제 본업인 게임 관련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선 유동화 논란 이후 위메이드는 단기적으로 생태계 안정을 위해 위믹스 매도를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위메이드는 또 위믹스 가격 보호를 위해 위믹스 130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그간 가상자산 매각을 통해 인수합병과 투자자금 조달을 해온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이번 소각으로 다소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논란에 위메이드는 결국 실적을 정정했다. 위믹스 유동화 매출을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은 기존 발표치 대비 절반 이상 대폭 축소됐다.

지난 16일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이 3373억원, 영업이익이 100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당초 지난 2월 실적발표를 통해 공개했던 매출 5607억원, 영업이익 3373억원을 정정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도 3524억원에서 1290억원, 영업이익도 254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위메이드 측은 “외부감사 과정에서 위믹스 유동화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이 변경됐다”며 “유동화 매출을 선수수익으로 처리하게 돼 유동화 금액(2255억원)을 제외했다”고 정정 이유를 밝혔다.

투자자들 혼란
해결 실마리는?

선수수익은 미리 받았지만 아직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는 돈을 말한다. 미래에 수익으로 인식하기까지 이에 대응하는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가상자산 매각분에 대해선 국제회계기준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국내 당국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관련 법령이나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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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