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골프를 대하는 대통령 온도 차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골프를 가장 많이 즐겼다. 그만큼 골프에 관한 한 말도 많았다. 전 전 대통령은 1983년 청남대에 파4 홀 2개 크기 부지에 5홀의 그린을 만들어 9홀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간이 골프장은 파3, 140m인 9홀을 제외한 나머지 홀을 2홀씩 짝을 지어 그린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중 그린 형태였다. 5번과 8번 홀은 각각 353m, 355m 거리의 파5 홀이었고, 파3 2개, 파4 홀 5개 등으로 구색을 갖췄다.

담 쌓거나

골프 마니아였던 전 전 대통령은 정석 스윙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담당 캐디들에 의하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m에 달했고, 핸디는 80대 중반이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골프를 많이 자제했다. 덕분에 공무원들도 눈치를 보면서 골프를 쳐야 했다. 측근이 애로사항을 전하자 그는 “내가 언제 골프를 치지 말라고 했나”라며 “한 번 나가면 경호 비용까지 400만원을 써야 하니 나만 안 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최로 골프대회를 열고 군 인사를 초청하는 등 나름대로 골프를 장려했다. 다만 일부 측근은 “일은 안하고 골프만 쳤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핸디를 조절하기도 했다.


전두환, “나만 안 하겠다”
김영삼, 혹독했던 금지령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골프를 더 많이 쳤고,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다. 1992년 6월16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화성의 기흥골프장에서 5공 시절 각료들의 모임인 무궁화회 27명 회원이 모인 가운데 골프대회가 열렸다.

그는 조용히 골프를 치기보다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시끌벅적하게 골프를 쳤다. 골프장 측은 전두환의 일행들이 골프를 칠 때는 늘 앞뒤 한 홀을 비워 그의 라운딩 리듬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배려를 했다.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는 이렇게 전 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졌다. 1994년 현 블루원 용인의 전신인 태영 골프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그날따라 골프장 측이 유난히 회원들을 재촉했다. 헐레벌떡 라운딩을 마친 회원들이 씩씩거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알고 보니 전두환 일행 8팀(경호원 2팀, 이순자 2팀, 전두환 2팀, 다시 경호원 2팀)이 골프를 시작했는데, 골프장 측이 앞뒤로 한 홀씩을 더 비우면서 총 10개 홀을 차지한 것이었다.

가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했다던 그는 무려 30여곳의 골프장에서 VIP 대접을 받으면서 20여년간 골프를 즐겼다. 그는 개별 소비세와 교육세 2만원만 내고 골프를 쳤다.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 소유 컨트리클럽, SK그룹 소유 제주 핀크스, CJ그룹 소유 제주 나인 브릿지, GS그룹 소유 앨리시안 컨트리클럽 등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족이 보유했던 회원권이 골프장 시세 흐름에 변동을 줄 정도였다. 차남인 전재용씨와 처남 이창식씨 부부가 소유했던 서원밸리 회원권만 142장에 달했다. 한 장에 1억7000만원이던 회원권은 총액수만 200억원에 가까웠다.


전 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인심이 후했다. 라운딩 도중 풀을 뽑는 아주머니를 보면 즉석에서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프로 선수들에게도 후한 용돈을 주곤 했다.

그의 부인은 강남 300클럽 모임에서 홀인원 기념으로 고가의 나무를 심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8월 한 달 간 대부도의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장세동 전 경호실장 등과 함께 라운딩을 하며 측근들과 파티를 열기도 했다.

9사단장 시절부터 골프를 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테니스와 럭비 등을 섭렵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의 재임 시절 전국의 골프장 허가 건수만 138건에 이르자, 노태우정부를 두고 ‘골프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김대중, 골프 대중화 앞장
노무현, 진지한 스윙 연습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 관리 때문에 서너 달에 한 번 정도만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핸디캡은 20 수준이고, 주로 청와대 골프 연습장에서 김옥숙 여사와 함께 부부 라운딩을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와 담을 쌓았다는 이미지와 달리, 때때로 골프는 즐겼다.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인 1989년 10월에는 김종필 전 총리와 안양 베네스트골프장의 전신인 안양CC에서 27홀을 라운딩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드라이버를 치면서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문외한이었지만, 골프를 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었다. 김종필, 노태우, 김영삼 세 사람은 골프 회동을 거쳐 3당 합당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재임 시절에는 오히려 골프 금지령을 내렸고, 공직자와 모든 공무원에게 골프를 금지시켰다. 골프를 사치성 스포츠로 몰아 많은 세금까지 물리게 했고, 청와대 골프 연습장까지 철거했다. 자신도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 골프와 담을 쌓고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의 재임 시절에 골프가 귀족 놀이가 아닌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차차 대중들에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해 자주 골프를 즐기지 못했지만, 골프에 대한 배려는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았다. 재임 시기는 박세리, 최경주, 박지은, 김미현 등 골프 1세대들이 미국에서 활약하던 때와 맞물린다. 그는 미국에서 선전하던 프로선수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골프 대중화에 앞장섰다. 1983년 만들어 진 이후 20년간 대통령 전용 골프장으로 쓰였던 청남대를 개방했고, 2005년 충남 계룡대에 골프장과 별장이 만들어졌다.

청남대 개방을 앞두고 각 정당 대표를 초청해 라운딩을 하기도 했다. 전반 9홀의 스코어는 53타로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라운딩 후 소감에서 골프를 ‘재미있는 운동’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재임 기간에 그다지 골프를 많이 접하지 못했고, 늘 100타 수준이었다.


태릉CC에서 생전 처음으로 94타를 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양숙 여사는 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골프 스승까지 자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의 응원에 힘입은 노 전 대통령은 골프책과 비디오 등을 통해 스윙을 분석했다.

즐기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즐긴 대통령이었다. 골프는 그가 현대 그룹에 근무하던 시절에 자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라운딩에서 정 회장이 홀컵에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컨시드를 안 주고 “마무리하시죠”라고 말해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의 핸디는 80타 중반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