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걷잡을 수 없는 '짝퉁 파문' 프리지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07 14:13:09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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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급 명품 스캔들 송지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서 세 명의 남성에게 선택받은 프리지아. 그는 <솔로지옥>의 가장 ‘핫’한 출연진으로 급부상했지만 <솔로지옥>과 SNS에서 착용한 의상이 ‘짝퉁’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에는 본인의 SNS와 유튜브 채널에 각각 사과문을 올리고 활동을 중단했다.

부산 출신인 뷰티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는 한양대학교 한국무용학과를 졸업했다. 뷰티 브랜드인 ‘16브랜드’ ‘밀리마쥬’ ‘방수 비치백 랑코백’ 등 다양한 제품의 모델로 활동했다. 2019년 9월부터 유튜브 채널 ‘free지아’로 모델 활동을 한 경험을 내세워 뷰티 노하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활동 중단

4개월 뒤에는 20만 유튜버로 성장했다. 그간 프리지아는 뷰티 브랜드 모델의 경험, 개인 일상,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담은 콘텐츠로 채널 성장을 빠르게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화려한 외모, 가녀린 몸매, 고급 아파트, 명품 옷차림,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솔직한 성격과 부산 사투리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개인 뷰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프리지아는 유튜버 활동 이전부터 개인 SNS 팔로워가 77만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였고, <솔로지옥> 출연 직전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50만명이었다. 2년3개월 만에 낸 성과다. <솔로지옥> 공개 후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었고, 현재는 활동을 중단했지만 19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솔로지옥>은 그에게 날개를 선물한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 구독자와 SNS 팔로워가 2배 이상 늘었고, MBC <전지적 참견 시점>, JTBC <아는 형님>에도 출연했다. 대중들은 프리지아를 ‘영앤 리치’ ‘워너비’라고 불렀다.

<솔로지옥> 후기, 프리지아 스타일, 다이어트 비법, 일상 등이 연일 화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프리지아는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SNS와 유튜브 구독자 수는 계속 늘었다. 그야말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었다. 

고공행진 중이던 프리지아의 기세는 한 달 만에 꺾였다. <솔로지옥>에서 입었던 옷과 가방, 유튜브에서 착용했던 명품들이 대부분 ‘짝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솔로지옥>이 공개됐던 지난해 12월 한 명품 카페에서 시작됐다.

프리지아는 자신의 SNS에 반 클리프 앤 아펠(Van Cleef & Arpels)의 목걸이를 착용해서 게시했다.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흰 자개 목걸이로 엄지손톱보다 크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은 보석, 시계, 향수 등을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로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모두 좋아한다.

프리지아가 착용했던 제품은 ‘매직 알함브라 펜던트’로 가격은 570만원이다. 이 제품은 가장 큰 사이즈 순으로 매직, 퓨어, 빈티지, 스위트라고 이름을 정해놨다. 프리지아의 게시물에는 ‘이 제품이 가장 큰 매직이 맞냐’ ‘목걸이의 이음새가 이상하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프리지아 개인 잘못?
“무책임한 소속사 탓”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는 체인 연결 고리가 클로버 꼭대기를 연결하는데,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클로버 안쪽 깊숙한 곳에 체인이 연결된다. 또, 해당 목걸이는 화이트골드 색상 뿐이지만,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자개처럼 보였다. 목걸이는 짝퉁이었다.


프리지아는 평소 유튜브 방송에서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공주처럼 키웠다. 여유 있는 집에서 성장해서 감사하다”고 언급했고, 그녀의 영상을 자주보던 대중들은 프리지아의 짝퉁 사용에 크게 실망했다.

프리지아의 짝퉁 논란은 끝이 없었다. <솔로지옥>에 입고 나왔던 샤넬(CHANEL)의 반팔 니트 티도 짝퉁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티셔츠 정중앙에 있는 샤넬 CC 로고가 정품과 달랐기 때문이다. 프리지아가 입은 반팔 니트 티는 브랜드 로고가 얇았지만, 정품은 브랜드 로고가 두껍다.

<솔로지옥>에서 입고 나왔던 디올(Dior)의 톱도 짝퉁으로, 애당초 디올에는 없는 디자인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 밖에도 프리지아가 <솔로지옥>과 유튜브에서 착용한 가방, 시계, 목걸이, 슬리퍼, 원피스, 수영복, 휴대폰 케이스, 양말 등도 짝퉁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대중들은 “짝퉁에도 급이 있는데, 프리지아가 사용한 제품은 짝퉁 중에서도 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지아는 지난달 17일 SNS에 짝퉁 제품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했다. “현재 SNS 및 <솔로지옥>에서 입었던 일부 옷에 대한 논란이 있다. 지적해주신 가품 논란은 일부 사실”이라며 “디자이너의 창작물 침해 및 저작권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했다. 이번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브랜드 론칭이 꿈인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된 부분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고 공부하겠다. 가품이 노출된 콘텐츠는 모두 삭제하겠다.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브랜드에도 사과한다”고 전했다.

사과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프리지아는 지난달 25일 유튜브를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현재 프리지아가 짝퉁을 착용하고 찍은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활동도 중단된 상태다.

짝퉁 구매
처벌 없다?

프리지아는 짝퉁 논란으로 한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짝퉁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표법 제230조에 따르면 상표권 또는 전용 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는 짝퉁으로 발생한 판매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사용한 경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도 성립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규정이 병과된다. 또 해외에서 짝퉁을 밀수했다면 관세법 위반죄까지 성립하게 된다.

프리지아가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짝퉁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1인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가 아닌 까닭이다. 프리지아는 뷰티 브랜드 모델 시절부터 ㈜효원CNC 소속이었다. ㈜효원CNC는 1인 미디어 커머스를 발굴·양성해 국내외 진출시키는 회사다.

프리지아가 짝퉁을 착용하고 영상을 찍었지만, 내보내기 전 소속사가 확인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효원CNC 관계자는 “소속사에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프리지아가 나쁜 마음을 먹고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한 행동은 아니다. 몇몇 가품은 대학생 때 그저 예뻐서 샀다고 한다”며 “가품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입고 나온 옷이나 소품 중 실제로 유명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산 것들도 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파오차이’
중국 영상

프리지아의 짝퉁 논란이 시작된 후, 일부 네티즌들은 프리지아의 트리마제 아파트나 금수저 이미지를 소속사에서 만든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송지아가 집을 얻는 데 돈을 보태준 적 없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 범주에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꿈을 응원해 함께 만든 것 외에 경제적 지원은 없다”며 “아파트는 프리지아가 대학교 입학 후 꾸준히 모델 활동을 하면서 모든 돈과 당사와 함께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직접 보증금을 모아서 계약한 월셋집”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리지아는 중국판 유튜브라고 불리는 빌리빌리(bilibili)에서 2020년부터 ‘Freezia宋智雅’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빌리빌리 구독자 수는 123만명 이상으로 그들을 ‘짜이야’라고 불렀다. 이곳에 올린 영상은 한국 유튜브 계정에 게시한 영상에 중국어 자막을 달아 만들었거나 따로 중국 팬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 빌리빌리 영상들도 모두 삭제됐다.


문제가 된 영상은 2020년 8월에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프리지아가 중국어 수업을 받고 식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저는 집에 와서 이렇게 김치찜을 먹을 거예요”라며 김치찜을 보여줬는데 중국어 자막으로 파오차이(泡菜)라고 기재됐다. 

짝퉁은 넘어갈 수 있어도
‘짜오파이’는 수습 불가능

파오차이는 채소를 절인 중국 쓰촨성의 발효 음식이다. 파오차이가 채소를 절인 음식이라는 특징으로 김치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파오차이와 김치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특히, 중국 네티즌은 2020년 11월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를 한국이 훔쳐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1월 중국 유명 유튜버 리쯔치는 김치를 만들고, 김치를 탕에 넣는 모습을 보인 뒤 #ChineseFood, #ChineseCuisin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소개해 국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리쯔치는 해당 영상에서 “5000년 찬란한 문화유산인 파오차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는 파오차이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여전히 중국은 한국이 파오차이를 김치라고 주장하는 게 억지라고 말한다.

프리지아의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동북공정에 일조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나라 팔아서까지 돈 버는 거냐” “짝퉁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한 것과 친중 사상은 넘어갈 수 없다”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중국 유튜브에서 중국을 찬양하다니” “돈을 벌 수 있으면 영혼까지 파는 것 같다” “자업자득”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한 네티즌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파오차이라고 자막 달린 것을 보고 논란이 될 줄 알았다”며 “파오차이 자막을 따지기 전에 한국에 판매 중인 중국어 교재를 문제시 해야 한다. 중국어 교재 예문에는 한국 전통 음식으로 파오차이, 냉면 등이 있다고 써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한자 때문에 다른 나라 말들도 뜻을 이용해서 부른다. 굳이 잘못을 따지면 영상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소속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는 장면도 문제 삼았다. 빌리빌리에 올린 영상 중에는 중국 팬에게 중국 전통의상을 선물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영상 설명란에는 “짜이야들에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며 “덕분에 중국 공주 한번 해봤다”고 중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 빌리빌리에서 10만 구독자를 달성해 받은 실버 버튼을 공개하며 “역시 중국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중국에 가서 짜이야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프리지아의 중국 활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활동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황당하다”는 의견과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은 지적할 부분이 아니다”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 밖에도 집안, 아버지 직업, 스폰서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프리지아는 “가족을 비난하는 것은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지나친
가족 비난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리얼리티가 예능의 대세가 되면서 젊고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갑자기 유명해진 이들은 연예인이 되려고 준비했던 사람들에 비해 사적인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일반인 출연자와 관련한 논란은 사전에 방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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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북풍 공작’ 못 건드리는 내막

정보사 ‘북풍 공작’ 못 건드리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헌정사상 처음 개입된 정보사 전·현직 간부들까지 구속 기소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만 남은 상황이다. 검찰은 불법 계엄의 명분으로 꼽히는 ‘북풍 공작’ 의혹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계엄에 처음 개입됐다. ‘북풍 공작’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베일에 싸여야만 하는 업무와 안가 위치까지 언급되고 있다. 검찰은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 기소했으나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선 규명하지 못했다. 수사할 단서가 부족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내용 전무 수사 못해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경 수뇌부는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뿐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2·3 계엄 사태 관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NLL)서 북의 공격 유도’ 등 북풍 공작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를 시작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문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 전 사령관 등 군·경 지휘부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통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규정하고,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군·경 수뇌부 공소장서 윤 대통령을 내란 공범이자 우두머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서 북의 공격을 유도’ ‘오물 풍선’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 내용은 윤석열정부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비상계엄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다. 이 내용이 김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지휘부서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면 외환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근거로 그가 사실상 김 전 장관에 이은 ‘계엄 2인자’라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서 파악한 근거와 증거만으로는 수첩에 적힌 내용이 군 수뇌부 논의 내용을 적은 것인지 노 전 사령관 혼자만의 생각이나 상상을 적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과정서 관련 내용을 노 전 사령관에게 여러 번 물었으나 진술거부권 행사로 인해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물적 증거 부족…노, 진술거부권까지 행사 계엄 당시 상황만 수두룩 “추가 수사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입증을 위한 ‘스모킹건(결정적 직접 증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김 전 장관에게 인사를 건의하고, 계엄 준비 과정서도 문 전 사령관 등에게 적극적으로 지시하는 등의 정황이 조사 과정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을 재판에 넘기긴 했으나 수첩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수사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아직 규명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규명하지 못한다면 야권서 재발의한 ‘내란 특별검사법’도 또 하나의 규명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풍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자는 게 특검법 취지지만, 외환죄 적용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외환죄 역시 내란죄처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이 발의한 ‘윤석열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수사 범위로 명시됐다. 야권에선 외환죄 중 이번 사안에 적용 가능한 혐의로 형법 제92조(외환유치죄) 또는 제99조(일반이적죄)를 꼽고 있다. 외국과 통모해 전투 행위를 개시하거나 항적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외환유치죄다. 일반이적죄는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 이를 준비하거나 음모하는 단계에 그쳐도 처벌 대상이다. 왜 빠졌나 문제는 외환죄 적용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한 데다 실제로 처벌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면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일반이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북한을 외국 또는 적국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검찰 공소장을 보면 지난달 3일 오후 11시59분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조 청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서 한동훈 체포조 5명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는 내용 등을 보고했다. 윤 기획관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에게 “경찰청장에게 보고가 됐으니 방첩사에 (체포조)명단을 보내주라”고 지시했고,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에게도 전화해 조치 내용을 보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앞서 오후 11시32분 이 계장은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2차례 “방첩사 5명, 경찰 5명, 군사경찰 5명이 한 팀으로 체포조를 편성해야 한다. 경찰관을 국회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계장이 “도대체 누구를 체포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구 과장은 “이재명, 한동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은 이 계장의 보고를 받고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군과 합동수사본부를 차려야 하는데 국수본 자체적으로 인원이 안 되니 서울청 차원서 수사관 100명, 차량 20대를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체포 대상이 된 인원들을 납치한 후 사살하려 한 이른바 ‘백령도 작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라는 표현과 민주당 이성윤 의원 등 일부 대상자의 실명을 나열하고 정치인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한 국방위원은 “계엄 계획 단계서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이나 서해 NLL을 맡은 평택 해군 2함대와의 협조 요청 문건 등이 발견되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령도 작전 의혹 보니… 군은 NLL 일대서 재개된 포사격 훈련이 대남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서해상의 대규모 훈련은 9·19 합의 효력정지 이후 계획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올해는 서해 NLL이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됐던 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합참의장도 지난 14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풍이나 외환유치라는 말을 하는데 군은 그렇게 준비하거나 계획한 게 절대 없다는 것을 제 직을 걸고 말한다”면서 “외환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비밀을 유지한 상태서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선택을 제한해 혼란을 주고, 그래서 이익을 얻는 전략”이라며 “누군가가 제가 카드를 뭘 들고 있는지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수사해서 정확하게 보겠다고 하면 이 게임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북풍 공작과 관련한 수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부승찬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 가능한 문서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최근 모든 컴퓨터를 포맷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는 국군의 드론(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국방부 직할부대다. 101드론대대는 김포와 백령도 지역의 드론 작전을 총괄한다. 드론교육연구센터는 드론 전문 인력 양성과 드론 전술 개발 등을 위해 드론사 산하에 설치한 교육기관이다. 검, 관련자 기소 후 보완 수사 중…특검 필요성도 군, 평양 무인기·드론사 은폐 의혹 확인 안 해줘 공수처는 드론사의 대규모 자료 파기 의혹 제보가 최근 불거진 평양 무인기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1일 북한 외무성은 남한서 보낸 무인기가 같은 달 3일과 9일, 10일 밤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무인기가 백령도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지역을 관할하는 드론 부대는 101드론대대다. 공수처가 파악한 내용과 101드론대대의 대규모 문서 파기가 사실이라면 평양 무인기 사건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합동참모본부와 드론사는 관련 사실 일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김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군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사 등의 문서 폐기 정황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증거 은폐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공수처가 가장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건 비상계엄 실행 과정서 윤 대통령의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경고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에 가담한 군·경 수뇌부 다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체포 등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공수처도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국회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엔 이 전 사령관에게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이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실제로 체포조가 운영된 사실도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