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위기탈출 세 가지 비책 

수족 잘린 독불장군 마지막 대검 꺼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벼랑 끝에 몰렸다. 선대위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탓이다. 위기가 닥치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들고 수습에 나섰다. 수습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줄곧 지켜오던 지지율 1위 자리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내줬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 층에서 이 후보에게 뒤쳐진다. 사실상 ‘데드 크로스’를 맞이한 셈이다. 

직접 칼
뽑아들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전조 증상은 재차 촉발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방문한 TK(대구, 경북)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과거 검찰총장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인물이다. 

현재는 박 전 대통령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 윤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처가 리스크도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이며 윤 후보에게도 리스크로 다가온 상태다. 김씨가 사과까지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과와 해명이었다는 지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경찰이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양평 공흥 지구와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양평군청을 압수수색한 점도 윤 후보에게 리스크가 됐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윤 후보에게는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부인해오던 선대위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개편의 시작은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시작됐다.

뒤이어 중책을 맡은 위원장이 줄줄이 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선대위를 ‘리셋’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국 거대한 매머드 선대위가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출혈이 워낙 큰 탓에 선대위 재개편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일부 의원과 이 대표 간 서로 견제하는 행동을 취해서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라고 불린 국민의힘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이 대표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 사퇴 촉구 움직임까지 불거졌다.


시간 없는데…선대위 한달 만에 공중분해
“재개편 언제하나” 다시 만들어도 똑같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의 갈등 역시 극에 달했다. 선대위 쇄신을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통보 없이 단행한 점 때문이다. 

당초 김 전 총괄위원장이 스스로 사의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총괄위원장은 자신이 사퇴를 선언한 적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에서도 뒤늦게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정정한 일까지 벌어졌다. 

지속적으로 선대위 내부 자중지란이 이어지자 장고 끝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빼들었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의 결별도 암시했다. 

현재 김 전 총괄위원장은 원톱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다. 이 대표와 갈등을 겪었던 권 전 사무총장 역시 스스로 물러나면서 선대위 내분이라는 급한 불은 일단 꺼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 역시 두 인물의 사퇴를 받아들인 이후 선대위 전면 재개편을 선언했다. 

윤 후보는 기존 뼈대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까지 선대위 조직은 직능총괄, 정책총괄, 선대총괄본부 등 여러 조직이 있었다. 이에 선대위를 선대본부로 슬림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톱’ 자리는 4선인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윤 후보의 법대 2년 선배이자 검사 선배다. 권 본부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권 본부장은 2012년에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실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권 본부장이 당 사무총장도 겸임한다.

그러나 사무총장 겸직을 두고 개편 시작부터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서 갈등이 비쳤다. 이 대표는 권 본부장의 임명을 거부한 반면 윤 후보는 임명 강행을 강행해서다. 

두 인물의 갈등은 국민의힘 전체의 갈등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 역시 사퇴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뒤집어진 당
갈등 최고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이 대표가 나타나 한 발 물러선 것.

그는 자신이 사과드린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 대표의 합류로 재차 힘이 실린 개편된 선대본부가 윤 후보의 색깔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을 풀면서 포용하는 이미지와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리더십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된 셈이다. 

또 선대위 개편을 지속적으로 띄우며 윤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불거지던 처가 리스크까지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권 본부장의 등판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이견 조율 역시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권 본부장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여전히 측근 정치를 버리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가 의리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초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영입도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권 전 사무총장과 함께 또 다른 윤핵관으로 언급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후퇴했지만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 역시 윤핵관이 손을 떼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을 만큼 의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탓에 선대위는 출범 전부터 여러 내부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을 겪었다.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잠행을 하고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이유도 윤핵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 위함이었다.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윤핵관은 여전히 선대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두고 선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윤 후보가 향후 임명 과정에서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전면 배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출마 당시 무기로 들고 나온 반문재인 키워드 역시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문재인 전략만 있다는 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나 홀로 
끝까지?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정권 심판론 하나로 당선에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 후보의 직속 기구였던 새시대준비위원회 역시 반문 빅텐트를 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반문 집단으로 구성돼있었다.

공격적인 영입으로 외연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무리한 확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다.

시작은 호남을 끌어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용호 의원 등을 비롯한 호남 출신 인사를 영입해 반문 결집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밖의 인물들 역시 모두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윤 후보의 주된 전략이 반문 빅텐트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영입 논란을 시작으로 반문 결집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후보에게 반문 전략이 인사 영입 외에 없다는 말이 나와서다. 

이를 인식한 윤 후보는 거친 언행을 통해 반문 세를 다시 결속시키려 시도했다. 특히 윤 후보는 문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등의 발언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점을 두고서 발언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해당 발언은 자신을 반문 정점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권 심판 여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비판 수위만 높아졌을 뿐 반문 빅텐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칠지에 대한 구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 후보가 앞서 지적받은 반사체 역할만 하면 이 이상의 반문 전략은 한계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윤 후보가 정책을 동반한 실용주의적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명분을 다지려면 대선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소 잃고 외양간…진퇴양난
말 잘 듣는 순정파 물색?

더 이상 유권자가 후보가 가진 명분 하나로만 표를 주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유권자는 정권 연장 심판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 

또 반문 세력에는 청년층이 다수 포진돼있다.

그동안 윤 후보는 청년층 챙기기에 나섰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욱이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청년층도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윤 후보는 ‘석열이형’을 내세우며 청년층에게 다가가길 시도했으나 이는 청년층에게 소구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 역시 개편된 선대위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스로도 자신의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청년층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석된다. 

윤 후보가 청년층 결집을 위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재차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선대본부 안에서 홍 의원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사퇴했다는 점에서 홍 의원 등판이 무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 밖에 윤 후보에게 필요한 사안은 메시지 관리가 꼽힌다. 윤 후보는 최근까지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에서 잦은 실수를 해왔다. 지지율 하락 책임이 본인에게도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구체화된 메시지를 던질 필요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만간 윤 후보는 토론 등으로 대처능력과 메시지 검증을 맞이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행보에서 메시지를 관리하지 못하면 윤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될 확률이 높다. 

등 돌리는 
지지자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을 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개편이 너무 늦었다”며 이 사태에 말을 보탰다. 최 교수는 “후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게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청년 리스크
윤석열 간담회 불참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5일 청년간담회에 목소리만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선대위 쇄신안 발표 이후 개최된 전국 청년 간담회 행사에서는 윤 후보가 참석 예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예정과 달리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기자회견 5시간 만에…
결국 말뿐인 챙기기?

윤 후보는 “급한 일이 있었다. 청년과 함께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런 탓에 일부 참가자가 욕설과 함께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해당 과정에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준석계가 왔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진짜 환멸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청년과 함께하겠다는 기자회견과 반대되는 행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 측은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일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청년간담회가 뭔지 모른다”고 밝혔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 진짜 몰랐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선대위 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김 전 총괄위원장과 이별을 택했다.  

최근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선대위 합류 이후 인사 영입 등의 정보, 윤 후보의 메시지나 일정 등의 보고가 본인에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선대위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여전히 밖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대위가 쇄신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윤 후보를 향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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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