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김병준 불편한 동행 막전막후

한 집에 두 주인? 등지고 딴살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악연의 두 인물이 결국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만났다. 현재는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위원장이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두 인물 사이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선대위 수장들의 갈등이 ‘윤석열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합류가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존재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도 연일 갈등이 촉발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말만 원팀?
독자 행보

현재는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울산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이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결국 합류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완성형 선대위가 출항을 시작했다. 

두 인물은 이미 과거에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김 상임위원장은 과거 김 총괄위원장이 동화은행 비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면서 김 총괄위원장을 자극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김 상임위원장을 두고 “하류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이 대표도 두 인물 간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풀어야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두 위원장을 두고 “악연 중의 악연”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들의 갈등은 선대위 구성 과정부터 여실히 드러났는데,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했다.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과 국민의힘 지지에 미약한 층을 공략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내다봐서다. 이에 김 총괄위원장은 중도층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사의 배제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장이 선대위를 지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오히려 김 총괄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후보가 김 상임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원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이어와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김 상임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대부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를 두고 김 총괄위원장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윤 후보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선대위 합류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윤 후보는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이 낮아지자 김 상임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맞불을 놨다.

국힘 선대위 투톱 날선 신경전
과거부터 이어져온 앙숙 관계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선대위 구성에 있어 혼란을 낳는 결과로 돌아왔다. 심지어 윤 후보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갈등 당사자인 김 상임위원장 사퇴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선대위의 공식적인 출범 시기도 점차 늦어졌다.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윤 후보가 직접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윤 후보는 직접 나서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데 이어, 김 총괄위원장에게 도와달라고 긴급 요청했고 지난 4일 결국 김 총괄위원장이 극적으로 합류했다. 

당사자 간 갈등이 봉합되자 이번에는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던 게 결국 갈등의 씨앗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김 상임위원장의 합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총괄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세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선대위 합류 직후 그가 선대위에 합류시킨 대표적 인물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친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 전 의원은 선대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정 전 의원은 정무대응실장직을 맡았다. 또 선대위 조직 구성상 김 총괄위원장 휘하에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치해 있다. 상임이라는 비율을 따져보면 공동선대위원장은 네임밸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노선 차이

사실상 실제 선거는 각 총괄상황본부의 역할이 큰 편이다. 현재 총괄상황본부장직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는데, 임 전 실장도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들 인사들의 임명을 통해 사실상 선대위를 김종인계 인물들로 채운 셈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패싱에 이어 ‘김병준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일 임 총괄본부장이 원톱인 김 총괄위원장에게만 지휘를 받게 될 경우 실제로 패싱 논란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김 총괄위원장이 공동상임위원장직을 반대해온 만큼 김 상임위원장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도 정책 등에 있어 이념 차이를 드러내는 등 두 인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 총괄위원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김 상임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국가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자유주의 체제의 확장을 제시했다. 사실상 선대위의 원톱과 투톱의 관점부터 간극이 벌어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총괄위원장은 “그 사람(김 상임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일 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표출했다. 이어 “현 시점에선 자유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무책임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김 상임위원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내재돼있던 갈등이 선대위 출범과 동시에 물밀듯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터지는 건
시간 문제?

심지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격화됐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등이 구성한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발 물러난 쪽은 김 상임위원장으로 그는 “김 총괄위원장과 갈등은 없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저격하면 맞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갈등설에 대해 “그런 적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과 함께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인물의 갈등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 박찬길 대변인은 “두 사람이 가진 관점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희석 전 윤석열 대선캠프 공보특보는 갈등설에 대해 “사람과의 갈등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의견 차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노선 차이’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의 방향성을 둘러싼 두 위원장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추후 선대위를 둘러싼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두 인물의 갈등이 연일 이어질 경우, 당 자체가 양쪽으로 나뉘어 갈라설 수도 있다. 

김 총괄, 세 넓히며 입지 다지기
김 상임, 낮은 자세로 일보 후퇴

다만 두 인물이 갈등설을 부인하고, 갈등의 고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쉽게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또 얼마 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터진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방향성으로부터 촉발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 해결을 위해 윤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갈등 당시에도 발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리더십 부재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로 윤 후보의 존재감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이미 지난 8일 김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의 의견이 서로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민주당, 정의당을 가리지 않고, 발탁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정부를 제시한 셈이다. 앞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통합 정부를 강조해왔는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소수 여당이 되는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후보는 “국민 통합”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일각에선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마저 갈등에 가세한다면 선대위가 또 다시 내홍의 길로 접을 들수 있는 만큼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하듯 윤 후보는 발빠르게 갈등 봉합에 나섰다. 윤 후보는 “가장 필요한 부분은 단합”이라며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만 생각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조율을 통해 합치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질기고 질긴 
인연과 악연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갈등이 봉합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에서도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한 정치 전문가는 “출범하면서부터 메시지 차이가 존재한다”며 “윤 후보가 직접 나서 두 인물의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방향성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여야 선대위도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톱의 실수?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7시간 만에 임명이 철회된 함익병 원장을 추천한 인물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함 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서민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게 선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함 원장의 과거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옹호해 논란을 빚고, 여성 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해당 인터뷰 발언들이 논란돼 임명이 철회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선했다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선대위 핵심인사들의 사과는 없는 상태다.

앞서 김 총괄위원장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의 초강수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등판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대선을 포기하라며 저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 불린다.

이 때문에 대선이 다가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와 단일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국면에서 윤 후보가 안 대표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우려한 김 총괄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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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