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온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지 오래다. 은수미 성남시장 이야기다. 4년 임기 동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곡절이 많았다. <일요시사>가 은 시장의 4년을 되짚어봤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19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비례대표 3번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앞서 그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관여해 1992년 구속, 6년간 복역한 바 있다.
반짝 스타
사노맹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1989년 11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태웅 현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와 박노해 시인 등이 중심이 돼 출범한 조직이다. 1991년 4월 박노해 시인이 검거된 데 이어 1992년 백태웅 당시 중앙상임위원장 등 40여명이 구속되면서 해체됐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던 은 시장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진행한 필리버스터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독주 등을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뜻한다.
당시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면서, 민주당이 표결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것.
민주당은 2016년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9일간 38명의 의원이 참여해 192시간2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
당시 은 시장은 2016년 2월24일 오전 2시30분부터 오후 12시48분까지 10시간 넘게 단상에 올랐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사노맹 사건으로 얻은 고문 후유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은 시장은 2016년 4월13일 총선에서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2017년 6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18년 5월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남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다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한 달 뒤 6·13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
예비후보 때 불거진 의혹
지난해 벌금 90만원 결론
문제는 은 시장이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 유지비 등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성남시장 예비후보 시절부터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의혹은 재판으로 넘어가 은 시장이 당선된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코마트레이드 등이 제공한 렌트 차량을 93회 이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재판은 지난해 10월까지 이어졌고, 은 시장은 파기환송심 끝에 기사회생했다.
당시 수원고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은 시장은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간발의 차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피해간 것.
재판부는 “대법원으로부터 환송받은 법원은 재판에 있어 대법원이 파기 이유에 대한 법리 과정에서 판단 기초될 증거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기속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사건 환송 후 법원 심리 과정에서 새 증거가 제출된 바 없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은 은 시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1심은 “해당 업체 측의 지원을 미리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은 시장이 특정 회사의 돈으로 차량이 제공된 것을 알았다면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사는 항소장 내지 항소이유서에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수원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이 돌고 돈 끝에 1심에서 나온 형량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다.
벼랑 끝까지 갔다 돌아온 은 시장은 “시정에 더욱 전념하겠다. 그게 시민들이 믿고 기다려주신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은 시장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또 다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30일 은 시장을 뇌물공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은 시장은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 박모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께 자신의 정치자금법위반 등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기밀을 취득하는 등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인사청탁 등 경찰관들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남은 임기는 마칠 듯
또 2018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휴가비, 출장비 등 명목으로 경찰관으로부터 합계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해당 사실은 은 시장 측에 수사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구속 기소된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관 A씨는 성남시가 추진하던 4억5000만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달라고 계약을 성사시키고, 업체 측으로부터 7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그가 지인인 성남시 6급 팀장에 대한 보직을 요구해 인사 조처를 받아낸 것으로도 봤다.
이 과정에서 은 시장이 수사와 관련한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A씨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은 시장은 또 A씨의 상관이던 다른 경찰관 B씨의 인사청탁을 들어준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전 정책보좌관 박씨로부터 은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건축사업에 도움이 되는 시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과 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은 시장은 검찰 기소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소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경찰은 2018년 10월23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경찰로부터 수사기밀을 받았다고 하는 시점에 이미 기소가 결정됐는데 무엇을 대가로 직권을 남용하고 어떤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이고 무리한 기소 결정에 대한 잘잘못과 저의 결백함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파파괴’
성남시장 예비후보 시절 불거졌던 의혹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여. 이번 사건도 결말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 시장은 이번 불구속 기소로 4년 임기를 법정 공방 속에 보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