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호남' 이재명 필패론과 대안론

이대로 가다간… 이낙연이 필요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역주의를 끝내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오래된 염원이자 숙제다. “어떤 지역에서는 어떤 당만 뽑는다”라는 모양새는 아직 한국에 남아있는 낡은 정치의 전형으로 꼽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사람들이 애써왔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며 드디어 이 구태가 끝날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 변화가 크게 반갑지 않다.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라는 말은 이제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는 그 색채가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대선판에서만큼은 많이 옅어졌다.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시 후보는 부산·울산에서 약 40%를 득표한 바 있고, 경북·경남에서도 평균 27%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발등에 불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약 30%의 영남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해 문 대통령 탄생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후보와 불과 10% 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 수치였다. 반면, 호남 유권자들은 역대 대선에서 비교적 견고한 자세를 취했다.

호남(광주·전남·전북) 지역은 대선이 있을 때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선물했고, 이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보수당 후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주요 무기가 돼왔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의 역대 대선후보들은 호남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정체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3% 지지율을 받은 이회창 전 총재나 9% 지지율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랬다.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약 10% 득표율을 받는 데 그쳤다.

그랬던 호남에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 20대 총선 때부터다. 민주당의 영원한 텃밭일 줄 알았던 호남은 해당 총선서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이라는 제3세력에게 몰표를 줬다.

변화의 순풍을 맞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광주·전남·전북 총 28개 지역구에서 23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깨어진 불문율은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역대 대선후보들은 호남에서 항상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받았지만, 제20대 대선에서는 20~30%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내줬다. 그에게 상당수의 표를 빼앗긴 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60%의 지지율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때 불었던 변화의 바람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걸까. 요즘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역대 최고 지지율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라
등 돌린 민심에 ‘화들짝’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발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경선 승리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평균 15% 내외의 지지율을 호남에서 받아왔고, 15일엔 2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약 30%에 육박하는 이번 지지율은 보수 성향의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지지율 중 최고치다.


흔들리는 호남 민심에 빨간불이 켜진 건 역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다. 여당 대선후보 입장에선 압도적인 호남 표를 등에 업어야 승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60%의 비교적 낮은 지지율을 받았지만, 30%의 지지율이 안철수 후보에게만 갔을 뿐, 적어도 당시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에게 뺏기진 않았다.

이 후보는 본인의 표를 그대로 윤 후보에게 빼앗기고 있는데 그의 개인 기량이 빛났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실수가 더 높을 수도 있는 호남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일은 잘했다”는 망언으로 호남 민심을 발칵 뒤집은 적이 있었다. 윤 후보는 “독재자라 비판을 받지만, 광주 분들도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에 5·18 유족들을 비롯한 광주에 기반을 둔 여러 시민단체들은 윤 후보를 비난하며 호남 민심 전체가 들썩였다. 이후에 다시 광주를 찾아 사과했지만, 당시 발언은 호남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좋지 않은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호남에서 약 30%의 지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정계에서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바로 ‘이재명 호남 비호감설’이다.

그는 4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많은 미움을 샀고, 올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의 지지자들 모두에게 이른바 ‘밉보인’ 것이다. 4년 전 문 대통령과의 갈등은 차치하더라도,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은 아직도 호남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선대위 ‘상임고문’
언제 등판할까 주목

이 전 대표는 호남 정치인의 대표격인 인물로 전남 영광 출생의 이 전 대표는 정치 커리어도 호남에서 시작했다. 제16대 총선에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 선거구에 출마해 처음 당선된 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지냈다.

또 16년의 중앙정치 무대를 옮겨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는데 당시 그가 받은 지지율은 무려 78%였다.

총리직에 임명되면서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그는 모든 정치적 기반을 호남에서 닦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그가 유일하게 이 후보를 이긴 지역도 전남·광주 지역이었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이 전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계의 적통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호남이 배출한 거물 정치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런 그와 3개월 내내 거센 네거티브를 주고받았으니, 호남에서 이 후보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좋을 리가 만무한 것이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선대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한 번 돌아선 호남 민심은 반짝 쇼에 불과했던 그들의 제스쳐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믿었던 호남에 찍힌 발등을 치유해줄 사람은 이 전 대표 밖에 없다. 호남에서의 영향력이 그만큼 큰 사람이 없고, ‘이재명 호남 비호감설’에 일조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막판 등장?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매주 타는 민생 버스(매타버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매타버스를 타고 함께 호남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겠지만 양 측 모두 “그럴 생각은 아직 없다”고 알렸다. 선대위에서 ‘상임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 전 대표가 언제쯤 위기의 이 후보를 구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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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