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럽지 않은 ‘비’아파트

아파트에 규제가 쏠리고 가격이 치솟자 ‘비’ 아파트인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으로 수요자가 몰리면서 대단지 프리미엄이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000가구 이상이 그렇다.

대단지 아파트들은 소규모 아파트에 비해 시세 상승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3.3㎡당 아파트 매매 평균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규모 1000~1500가구 미만 아파트는 9.8% 상승했다. 1500가구 이상 역시 8.6% 올라 전체 상승률(8.4%)을 웃돌았다. 300가구 미만, 300~500가구 미만의 아파트는 각각 5.5%, 7.3%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자
대거 몰려

지역 시세를 리딩하는 랜드마크 아파트 역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일 경우가 부지기수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 내에서 전용면적 60~85㎡ 이하 단지 중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아파트는 총 1083가구 규모의 ‘별내아이파크2차’로, 3.3㎡당 평균 매매가가 2600만원이다. 별내동 평균은 3.3㎡당 2274만원으로 3.3㎡당 326만원 높게 형성돼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이 대체 주거지로 관심받는 가운데 500실 이상 대단지 오피스텔 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먼저 대단지 오피스텔은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 등 아파트 못지않은 수준의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세대 수가 많은 만큼 일반 오피스텔보다 관리비도 저렴하다. 상업·문화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대단지 오피스텔은 공급이 적어 희소한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이 계획된 1000실 이상 오피스텔은 단 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분양한 단지 185곳 중 3곳만이 대단지 오피스텔이었다. 2019년에도 총 290곳 중 4곳에 불과했다.


대단지 오피스텔은 수요는 받쳐주지만 공급이 적어 준수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공급된 ‘청라국제도시역 푸르지오 시티’는 1630실 모집에 1만4405명이 접수해 평균 8.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타입 마감됐다. 지난해 6월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1208실)’은 평균 7.47대1의 청약 경쟁률을 올렸다.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2019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간 500세대 이상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3.3㎡당 1695만원에서 1898만원으로 11.97% 상승했다. 400~500세대가 9.13%로 뒤를 이었고 100~199세대 7.54%, 200~299세대 7.27%, 300~400세대 2.87%, 100세대 미만 1.35% 등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수요 많고 공급 적어 높은 경쟁률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공급된다. 단지형 다세대·연립형 주거시설로 단지 규모는 연립보다 크고 오피스텔보다 작다. 2009년 이명박정부가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차장 기준 등 건축규제를 완화하며 처음 도입했다.

주거형태에 따라 크게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등 3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단지형 연립·다세대주택은 가구당 주거 전용면적 85㎡·4층 이하, 연면적 660㎡초과로 건축한다. 최대 300실 미만으로 건축되기 때문에 200실 이상이면 대단지로 간주된다. 오피스텔과 함께 대단지로 공급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역세권 상업지에 공급되기 때문에 풍부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단지가 클수록 브랜드 시공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급되는 단지의 경우 아파트와 같은 평면구성과 상품설계에 나서고 있다. 각종 편의시설과 도시형 주택의 최대 약점인 주차공간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정부는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 허용 전용면적 상한을 기존 50㎡에서 60㎡까지로 확대하고, 공간 구성도 애초 2개에서 최대 4개(방 3개와 거실 1개)까지 완화하기로 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빌라도 대단지가 선호된다. 세대 수가 많은 신축빌라의 경우 단지가 형성되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다는 것. 조경이나 주차장, 커뮤니티 등 단지 내 주민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경우 입주민들의 생활이 더 윤택해지고 집을 되팔 때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까다로운 주택청약 조건과 더불어 아파트 매매가,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비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단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의 경우도 아파트와 같이 대단지를 선호하는 추세라 내 집 마련 수요자는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단지로 공급되는 수도권 비아파트.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 대우건설이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3구역 일원에 짓는 주거복합시설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하 8층~지상 20층, 2개동, 총 564실 규모다. 이 중 오피스텔은 366실(전용면적 24~59㎡), 도시형 생활주택은 198가구(36~49㎡)로 구성된다. 주차대수는 총 474대이다.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을지로4가역과 가깝다.

신축 건물
깔끔한 인상

입지적 장점도 뛰어나다. 단지가 조성되는 세운지구는 재개발촉진지역으로 서울 중심인 사대문 안에 위치해 금융, 교통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광화문중심업무지구(CBD)의 직주근접 배후지는 물론, 청계천과 접해 있어 서울 한가운데서 고급 수변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주변에는 삼일대로, 소공로 등이 있어 서울 내로 이동이 편리하고 남산 1·3호 터널을 통해 강남권 진·출입도 용이하다. CBD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배후수요도 풍부하다. 단지 주변에는 을지트윈타워의 대우건설, BC카드, KT계열사 등 대기업과 금융사의 본사가 모여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도 자랑한다. 청계천 바로 앞에 위치해 청계천 수변공원을 지근거리에서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경복궁, 창경궁도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는 운현초, 리라초 등 사립초교가 위치해 있다.

내 집 마련
눈을 돌리다

한편, 세운지구는 지난해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를 시작으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하는 등 15년 동안 미뤄진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금호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고색2지구 B1-1블록과 B1-2블록에서 서수원 일대를 대표할 주거용 오피스텔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806실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15층 12개동이다. B1-1블록 전용면적 84㎡ 513실, B1-2블록 전용면적 84㎡ 293실 등 806실 모두 84㎡ 단일 면적 오피스텔로 꾸며진다.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고색2지구는 15만5000여㎡ 규모로, 이곳에 의료지원시설, 상업·업무시설, 판매시설, 공원 등이 조성될 들어설 계획이다. 인접한 고색1지구까지 합치면 주거시설도 약 4000가구의 미니 신도시 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10층 706병상 규모의 덕산의료재단 종합병원도 착공한다. 계획대로라면 1단계로 2024년 457병상이 먼저 개원할 예정이다. 대형판매시설용지가 있어 대형마트도 예정돼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효과
매매가 상승세…풍부한 인프라

주변 입지 여건도 좋다. 수인분당선 고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수원역도 가깝다. 수원역은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개통될 계획이어서 삼성역까지 약 20분이면 닿는다. 호매실IC, 금곡IC, 북수원IC 등을 통한 평택파주고속도로 및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접근도 쉬워 서울은 물론 수도권 내·외곽 이동도 빠르다.


사업지 바로 옆에 권선구청, 권선구보건소, 수원서부경찰서 등의 공공기관이 있는 권선행정타운이 형성돼 있고 고색초, 고색중, 고색고교도 도보로 갈 수 있다. 또한 롯데몰(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 AK플라자, CGV, KCC몰 등이 주변에 있다. 가까운 거리에 약 35만㎡ 규모의 수원 스타필드(2023년 예정)가 조성되고 8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수원 델타플렉스가 가까운 것도 강점이다.

아파트에 버금가는 평면 설계도 돋보인다. 4베이 위주의 설계로 오피스텔의 단점을 극복한 맞통풍 구조(일부 호실 제외)를 갖추며 통풍과 환기가 뛰어나다. 계절용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팬트리, 옷과 다양한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드레스룸도 있다. 가변형 벽체 설계로 가족 구성원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필요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입주는 2023년 12월 예정.

 

▲힐스테이트 더 운정= 현대건설이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역 일대 중심상업지역(파주시 와동동 1471-2,3번지, F1-P1·P2블록)에 짓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을 분양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문화 및 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등이 모두 어우러진 매머드급 주거복합단지로 개발된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49층, 13개동, 연면적 약 82만8000㎡, 총 3413세대(아파트 744세대,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전용면적 84㎡, 147㎡)을 먼저 분양한다.

단지 내에 대규모 상업·문화시설이 마련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향후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각종 편의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해당사업 시행사인 ‘하율디앤씨’는 운정역과 파주운정신도시와 연결된 공중보행덱을 추가 연장하고 브리지(가교)를 통해 단지와 직접 연결시킬 계획이다. 추가 연장·증설되는 공중보행덱이 모두 완공되면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곧바로 운정역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사업지 주변 도로망은 촘촘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서울문산고속도로와 제2자유로 이용이 수월하며 운정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광역급행버스(BRT)도 다수 갖추고 있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지역으로 이동도 수월하다.

교통 좋고
교육 밀집

쾌적한 주거환경도 자랑거리다. 사업지 남단에 위치한 운정호수공원은 대지면적 약 72만여㎡ 규모에 달하는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단지 바로 동쪽에 흐르는 생태하천인 소리천이 있어 여유롭게 산책도 가능하다. 운정호수공원과 소리천의 조망(일부세대 제외)도 가능할 전망이다.

주변에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도 양호한 편에 속한다. 와동초교와 지산초교를 모두 걸어서 통학할 수 있다. 지산중 ·한가람중도 근거리에 있다. 가람도서관이 단지 바로 옆에 있어 자녀들의 방과 후 학습도 수월할 전망이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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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