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작권료 '편취형' 사재기의 비밀

차트 빈틈 노리는 음원 사기꾼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해 음원 순위를 조작한다는 개념의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의 화두다. 최근 가수 영탁의 소속사 대표가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재점화됐다. 음원 플랫폼 업체는 지속해서 “음원 사재기가 없다“고 밝히고 있고, 분명한 증거도 없지만 이를 믿지 못하는 대중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플랫폼 기업의 빈틈을 이용한 사재기는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생계형 사재기’다. 최근에는 ‘저작권료 편취형 사재기’로 명칭을 바꿨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국회와 방송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 적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 데 반해 국내 제작사가 받는 인센티브가 너무 적다는 내용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넷플릭스를 향한 국회와 일부 언론의 비판을 대신 막아준 건 대중이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작품이 실패했을 때는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다가 <오징어 게임>으로 수익을 얻자 인센티브가 적다는 비판을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게 당시 반박의 요지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콘텐츠 산업은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의 구조를 갖고 있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만큼, 성공했을 때 수익도 매우 큰 산업이다. 이런 구조는 대형 킬러 콘텐츠의 수익이 다른 콘텐츠의 손실을 막아주는 형태도 띤다.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구조는 비단 넷플릭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영화계나 드라마, 음악 콘텐츠도 비슷하다. <극한직업>과 <기생충> 등 공전의 히트작이 대거 개봉한 2019년은 한국 영화계가 이전 해보다 약 1000억원의 매출을 더 기록한 해다.


이전에 4500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면, 2019년에는 55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당시 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 45편 중 수익을 거둔 영화는 18편에 불과했다. 즉 27편의 영화는 손실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평균값보다는 중앙값을 더 중시하는 배경이다. 중앙값보다 값이 낮으면 손실, 높으면 수익으로 계산한다. 

스트리밍 1회에 저작권료 약 4.2원
1분5초짜리 BGM, 한 달 내내 돌려

음악 산업은 영화 산업보다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가 극심하다. 가온차트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OK-POP’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음원사이트인 멜론, 벅스, 지니 등에 수록된 모든 곡은 약 3000만곡이다. 이 중에서 1년에 단 1회라도 스트리밍이 되는 곡은 500만곡이며, 2500만곡은 한 번도 스트리밍이 되지 못하고 사장된다.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가온지수 차트-인(Chart-in) 200위는 0.00066%의 확률을 뚫고 올라간 곡들이다. 보기에 따라서 로또 당첨 확률보다 더 적은 수치일 수 있다. 차트-인이 되고 이른바 스타의 수준으로 발돋움하면, 광고나 행사 등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 사업자 중에는 성공을 위해 음원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한다. 단 한 번만이라도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과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다운로드 시장이 스트리밍 시장보다 더 클 때는 이른바 음원 사재기를 시도한 정황이 정말 많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불법적으로 음악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음악 사업자를 막아내기 위해 각종 음원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 ‘성공한 음원 사재기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총 3000만곡
1/5만 선택

특히 0.00066%에 해당하는 200위권 내 곡들은 가온차트와 해당 플랫폼에서 예리하게 관찰했다는 것. 적어도 200위권 내에 진입하려면 10만 단위의 청취자가 필요하다.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장소에서 청취해야만 한다. 

10만 단위의 아이디를 활용하려면 최소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100만명 청취자가 한 달 내내 들어도 음원 수익은 약 2억원 내외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최근 음악 제작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OK-POP 영상에 따르면 국내 음원 플랫폼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범주에서 모든 검토를 했으며, 200위권 내 곡에서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음원 사재기 감별법’이라는 영상도 제작한 상태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위곡과 2위곡의 청취자는 겹치기 마련이다. 대부분 톱100을 틀어놓으며, 그런 경우 1위부터 듣기 때문에 상위권 곡들의 청취자가 겹친다는 것. 사재기 음원은 최소 2위곡과 겹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러면 데이터가 분명히 튀기 때문에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만약 이를 예상하고 2위곡도 함께 스트리밍한다면, 2위곡은 기존 청취자가 이른바 사재기 곡보다 많으므로 사재기곡은 1위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한 곡들은 대중이 말하는 사재기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1위 노래
사정권 밖

한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 사이트는 한 장소에서 100~200개의 아이디로 스트리밍을 조작하려는 시도마저 걸러낼 정도로 보안이 촘촘하다”며 “숀과 닐로, 가수 박경의 공론화 시점까지 세 차례 이상의 대규모 조사가 있었다. 성공한 음원 사재기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발발한 201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음원 플랫폼이 대규모 조사를 하던 중에 이른바 ‘생계형 사재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대중이 인지하고 있는 차트-인 목적이 아닌 저작권료를 노린 형태다. 국내에서 1회 스트리밍이 될 때마다 약 4.2원의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이 4.2원을 대규모로 부풀리는 작업이 ‘생계형 사재기’라는 명칭이었다. 

무명의 음악 사업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방법이라 해서 ‘생계형 사재기’라 했지만, 이 역시 음악 시장을 교란시키는 편법일 뿐 아니라 ‘생계형’이라는 단어가 측은지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최근에는 ‘저작권료 편취형 사재기’라고 명명한다. 

“한 달 1000만원 벌어간 무명 작곡가 있다”
“업계 통틀어 유일하게 성공한 음원 사재기”


저작권료 편취형 사재기는 매우 의도성이 짙다. 업계에 따르면 한 청취자가 약 3분가량의 곡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 1분까지만 들어도 저작권료를 줘야 한다. 이를 알고 있는 무명 작곡가 A는 가창이 없는 1분5초짜리 멜로디를 수백 곡을 제작해, 한 달 내내 스트리밍을 돌렸다고 한다.

당시 A는 한 달 동안 약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음원 플랫폼 관계자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음악 사업자 A가 수백곡을 한 달 내내 종일 튼 것으로 확인됐으며, 1000만원 이상을 벌었다고 한다. 음원 플랫폼이 이를 확인했고, A는 법적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음원 사재기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사재기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위의 사례가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하는 시도는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약 100개에서 200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스트리밍을 조작하는 사례는 말할 수 없이 많다는 것.

순위권 진입에 어림도 없는 수치라 하더라도 음원 플랫폼에서 이상 흐름을 감지하면, 해당 소속사에 경고한다. 심한 경우 계약 해지를 하기도 한다. 


100∼200개
아이디로 조작 

한 관계자는 “국내 음원사이트는 차트 방식을 바꾸거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아주 작은 이상 흐름만 감지되더라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상식적인 범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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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