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단독인터뷰> '코로나 최전선' 시신 모시는 이상재 장례지도사협회 회장

하루 20명 방진복 입고 보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는 매일 오후 5시 화장장으로 향한다. 방진복을 입고 기다리다 보면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다가온다. 운구차와 달리 유가족은 다가갈 수 없다. 묵념 후 관을 들고 화장장 안으로 들어간다. 화구까지 거리는 50m 남짓. 왕복 100m를 오갈 때마다 시신 한 구가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그가 지난해부터 2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2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전국의 화장시설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코로나19 사망자만을 위한 화장 시간대가 긴급 편성됐다. 이전 서울시립승화원(이하 승화원)의 경우 오후 4시45분이 마지막 시간대였다. 현재 승화원은 오후 5시 이후에 가장 북적인다. 

일반 화장
끝난 이후

한낮 최고 기온이 30.5도까지 오른 8월6일 경기도 고양시. 오후 4시30분쯤 되자 장례지도사들이 승화원 주차장으로 속속 모여 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방진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그들은 손 소독제로 부지런히 손을 닦고 하얀 옷을 뒤집어썼다. 

머리에 맞춰 고글 끈을 정리하고 나니 그 사이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 다음부터는 하염없는 대기 상태. 코로나19 사망자를 실은 운구차는 이미 승화원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지만 유가족이 늦어진다고 했다. 1시간가량 흘렀을까. 승화원 관계자가 서류를 들고 바삐 오가는 사이 유가족이 도착했다.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승화원 앞에 서자 유가족 사이에서 흐느낌이 새나왔다. 유가족은 시신이 담긴 관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그 사이 장례지도사들은 관을 내리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신원 확인 조치가 끝나고 추모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장례지도사들이 관을 들었다.

그들은 화장장으로 향했고 방역 담당자는 운구차 안을 소독했다. 

이후 화장장에서 나온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에 밀어 넣었다. 비치된 손 소독제로 다시 손을 닦았다. 휴대폰, 담배, 안경 등 소지품을 챙긴 이들은 승화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눈 이후 이들은 모두 흩어졌다.

1~2명 처리하다 10배 늘어
장례지도사 10명 매일 출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하는 장례지도사들의 하루가 끝난 순간이다. 이날 코로나19 사망자는 3명이었다. 

138일 뒤인 지난 21일 다시 승화원을 찾았다. 불과 4개월 만에 상황은 심각하게 변했다. 오후 4시50분경 이미 20여대의 운구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승화원에서 하루 화장할 수 있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은 20구. 20기의 화구를 꽉 채울 만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5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장례지도사들을 비롯한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자의 역할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듯 마치 ‘시신 처리’라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00여명이 모였음에도 승화원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운구차 기사는 승화원 앞에 정확히 차를 댔고 장례지도사들은 카트째 관을 내렸다. 방역 담당자가 관을 소독하면 장례지도사들은 그대로 카트를 밀어 화장장 안으로 향했다. 직접 들고 운구하기엔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방역 담당자가 소독을 마치면 운구차는 그대로 승화원을 빠져나갔다. 

유가족은 화장장 안 화구로 향하는 길목인 복도에 모여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유가족에게 추모의 시간이 주어졌다. 장례지도사들은 이 시간을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장례지도사들은 운구차를 세운 승화원 앞마당부터 화구까지 50m 거리를 20여번 왕복했다. 이 과정에 약 1시간이 걸렸다.

1일 20구
포화 상태

일을 마친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겨울 날씨에도 이들의 몸에선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옷을 챙겨 입은 장례지도사들은 말 그대로 홀연히 사라졌다. 4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장례지도사들의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건 처리해야 할 시신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뿐이었다. 

지난 21일 이상재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이하 장례지도사협회) 회장을 만났다. 장례지도사협회는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승화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과 처리를 의뢰 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장례지도사협회에서 의뢰 받아 처리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전체(5015명, 21일 기준)의 20% 정도다.

이날 장례지도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피곤한 얼굴로 <일요시사> 취재진을 맞이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 및 처리 일을 한 이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한 담배 때문에 여러 차례 잔기침을 토했다. 20년 동안 금연했던 이 회장도 밀려드는 코로나19 사망자 앞에선 속수무책인 듯했다.

사망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턴 담배도 더 늘었다.

“정말 비극적인 현장이죠”
20년 끊은 담배 다시 물다

장례지도사협회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당시 사망한 38명의 시신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험을 계기로 이번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처리에도 투입된 것. 10명가량의 장례지도사가 승화원에서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50대로 장례지도사 경력 20~30년 차의 베테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에서 사망할 경우 밀봉해 입관 절차가 이뤄진다. 이후 승화원으로 운구되면 장례지도사들이 화장 절차를 밟는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할 경우, 즉 자택 사망자의 경우는 일이 조금 복잡하다. 장례지도사들이 직접 사망 장소로 가서 시신을 수습해 처리해야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자택 사망자가 11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장례지도사들은 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있다. 특히 자택 사망자의 경우 사망 장소의 방역 수준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한 편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 또한 확진자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아직까진 코로나19에 감염된 장례지도사가 없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셈이다.

“이 일은 장례업을 하는 전문인으로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안 하겠다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을 매일 접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큽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가족이 다 있잖아요. 그리고 현재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의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정말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 위험
두려움 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것도 장례지도사들이다. 100세 노모의 시신을 담은 관을 보면서 80세 아들이 ‘엄마, 엄마’ 하면서 우는 모습, 산모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사산된 아기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참담함, 슬픔에 못 이겨 장례지도사에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쏟아내는 유가족의 반응 등 장례지도사들은 너울대는 감정의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화장이 모두 끝난 오후 5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이 시작되다 보니 20구의 시신을 모두 처리하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 유가족은 화장예약 순서에 따라 1~20번의 순번을 받게 된다. 마지막 순번의 유가족은 고인의 유골을 받기까지 6~7시간 동안 화장장 인근에서 기다려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유가족의 추모 시간이 너무 짧다는 보도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명의 시신을 처리하는데 앞에서 적체가 일어나면 절차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됩니다. 또 고인 1명에 유가족이 3명만 와도 총 60여명이 해당 장소에 있는 셈입니다. 방역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뜻이죠.”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화장장 역시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하루 화장 가능한 시신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일정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대를 늘려 더 많은 시신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는 대기 시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실행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2년 동안 유지해온 ‘선화장 후장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가족이 이에 동의해야만 1000만원의 장례 지원비 등을 지급하는 구조라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지 못하는 유가족의 슬픔, 시신 감염 우려는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지난 17일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면서 방역 측면에서도 안전한 방향으로 장례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불만 장례지침 변경?
“안정 시스템 바꾸면 혼란”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부터 현재까지 현장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선화장 후장례’ 시스템이 간신히 안정화된 상태에서 ‘선장례 후화장’ 등의 방식으로 현 상황을 변화시킬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일괄 화장 방식이 추가 감염을 막는 나름의 ‘방패’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나 지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2년 이상 처리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경험으로 정책 수립이나 지침 마련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소통 공간이 부족한 점 등 현장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달라는 일종의 호소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이 회장의 대답은 ‘결국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로 귀결됐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폭발하면서 사망자 수 역시 끝 모르고 증가 중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처리한 시신 가운데 3분의 1이 최근 3개월(10~12월)에 집중돼있을 정도다.

12월 들어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0명의 사망자를 처리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그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방역 수준으로는 현재 나오고 있는 사망자 숫자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방역에 있어서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승화원에서 일을 마치고 장례지도사들끼리 소주 한 잔씩 하면서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먹고사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사망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처음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했을 땐 이런 상황이 2년이나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이 이곳으로 오시게 될까요. 정말 비극적인 현장입니다.”

많은 죽음
특단 조치

지난 23일(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09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 수 역시 108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5015명(22일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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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