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친문?' 기로 선 이재명 딜레마

문 박차고 나와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지지율 난항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 득표한 그가 본선에서 맹활약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의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후보의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3주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를 비판하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딱 이 문장이 떠오른다. 

목소리 
제각각

지지율이 매우 높게 나오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행복한 가정이라면, 불행한 가정은 지지율에 부침을 겪는 이재명 선대위일 것이다. 박스권 지지율을 뚫지 못하는 이 후보의 부진을 분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불행’이 선대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10명의 초선 의원들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민주당이 비대하고 느리며 현장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20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당 선대위가 국회의원, 선수 중심으로 구성돼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 여성, 서민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선대위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전면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선 우상호 의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도 공동총괄본부장 중 한 명이지만 민주당의 대응이 너무 늦다. 상근 체제를 실시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저쪽 대응에 대응하고 비판할 것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며 “선대위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에서 절박함이나 절실함을 찾을 수 없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이나 자기 자리 욕심만 채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원장은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보가 중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도 비판했다.

이들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이재명 선대위는 현장성이 부족하고 대응이 느리며, 절박하지도 않다. 지난 3주간 행태를 볼 때 이 같은 비판들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지난 9일 새벽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산책하던 중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배우자 병간호에 들어갔는데, 이를 두고 인터넷에는 “둘이 싸운 것 아니냐”는 악의적인 루머가 떠돌았다.

선대위는 하루가 지난 10일에 최초 유포자로 추측되는 네티즌 2명을 고발하고, 3일이 지난 12일에는 앰뷸런스 CCTV 사진을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루머가 퍼질 대로 퍼진 시점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CCTV 사진 공개가 3일이나 걸린 점은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됐다. 


윤과 지지율 격차…선대위 문제?
“느리고 느슨” 머릿속엔 투트랙?

이 후보의 부산 비하 발언 논란도 비슷한 경우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를 논의하던 중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복수의 언론들은 “부산을 비하했다”며 이 후보를 향한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이번에도 선대위는 즉각 반박하지 못하고 하루 뒤인 14일에서야 뒤늦은 논평을 냈다.

반복되는 선대위의 헛발질에 이 후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이낙연계 의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지금 선대위에는 기민함이 필요하다”며 “별동대를 구성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수 정예의 인사를 중심으로 별도의 팀을 꾸려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견을 두고 당내에서는 “원팀 정신이 있긴 한 것이냐” “별동대로만 선거를 치르겠다는 소리냐” 등 이 후보의 ‘원팀 정신’을 두고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경선의 아픔을 딛고 간신히 꾸려놓은 원팀을 후보 스스로 깨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별동대 발언’은 선대위에 답답함을 느낀 후보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견 피력이었으나,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그동안 의심해왔던 속내를 이를 계기로 드러냈다.

바로 이 후보의 머릿속에는 ‘투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이 후보는 곧바로 친문(친 문재인) 행보를 펼친 바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 차원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 후보의 머리 한 쪽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뛰던 이 후보는 올해 경선서 이낙연 후보와 대립했던 것처럼 문재인 당시 후보와 거센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뼛속 비문
친문인 척?

토론 내내 ‘문재인 때리기’에 열중했던 이 후보는 조세제도, 정체성 논란, 재벌 개혁 의지, 심지어 문 후보가 군 시절 받았던 ‘전두환 표창장’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비판을 했다. 경선 토론 중 질의 시간 대부분을 문 후보에게 썼고, 그때마다 문 후보가 아플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갈등의 정점을 찍은 건 혜경궁 김씨 관련 논란이었다. 당시 08_hkkim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트위터리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독설가였다.

그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전해철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를 비난했는데, 공교롭게도 비난의 대상 모두 이 후보의 선거 상대들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해당 트위터리안은 이 후보 측근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아이디의 이니셜이 이 후보의 배우자 김씨와 똑같은 점을 들어 누리꾼들은 측근을 그의 배우자 김씨로 특정했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문제의 트위터리안에게 김씨의 이름에서 착안한 ‘혜경궁 김씨’란 별칭을 붙였다. 

‘혜경궁 김씨’는 전 후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 여의도나 가라”고 하거나, 문 대통령에 대해선 “문 후보가 대통령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이라고 하는 등 사자 조롱과 문 후보를 모욕하는 발언을 동시에 했다.

결국, 전 후보는 해당 계정의 사용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 후보는 “트위터 내용에 고인과 문 대통령에 대한 패륜적 비난이 담겼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남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의 정보공개를 거부해 혜경궁 김씨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 수사가 자신을 향한 문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짜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 그들이 지금 이재명 부부에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집중했더라면 아마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좋아졌을 것”이라고 문정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 후 얼마 뒤 결국 ‘이재명의 난’이 일어났다. 이 후보가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문 대통령의 아들 문주용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수사부터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진흙탕 싸움
상처는 아직…

이는 문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는 행보였다.

그는 “변호인으로서는 부인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며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이 후보는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과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후에 “둘 다 무혐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이 행보가 당시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둘의 사이가 개선될 조짐을 보였던 건 이 후보의 최종 경선 이후다.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힘을 합해야 하는 둘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억지로’라도 관계를 개선해야 했다. 

지난달 26일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은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관례에 따라 여권 후보로 정해진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치열하게 대립했던 과거가 생각난 듯 멋쩍게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면서 화답했다.

4년 만에 두 손을 맞잡게 된 둘은 회동 내내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썼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했다”며 문정부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에 말을 조심했지만 “이 후보와 지난 대선 때 저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도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이끌어왔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돼 여러 모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래된 인연과 악연
불편한 동거 깨지나?

회동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한 이 후보의 목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가 매어 있었다. 하나의 민주당을 표방하는 자리서 그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와도 관계가 개선됐다는 시그널을 낸 것이다.

4년 만에 화해한 둘의 평화는 채 두 달을 가지 못했다. 이 후보가 결국 다시 문정부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원인은 다름 아닌 지지율 부진이었다. 경선 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와 4~5%대의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격차는 국민의힘 최종 경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12~13일 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지율 45.4%를 기록했고, 이 후보는 34.1%를 기록했다.

몇 주 사이 11%가량 벌어진 것이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이었던 지난 5일 이후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평균 10% 이상 윤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경각심을 느낀 이 후보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에게 매주 일대일 회동을 하자고 한 ‘토론 카드’와 대장동과 고발사주를 동시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특검 카드’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전이 일어나지 않자 결국 이 후보는 마지막 한 수인 ‘비문 카드’를 꺼냈다. 그는 지난 15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민주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국가 경제의 총량은 좋아진다고 하지만 지금의 서민경제가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해보라”고 운을 뗀 뒤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의 경제 정책이 탁상공론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줬지만, 지금은 그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비문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친문의 가면을 벗는 시점이 대선이 끝난 후가 될지, 전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문 카드를 꺼낸 이 후보지만, 이 방법으로도 먹히지 않으면 다시 친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상 유일하게 레임덕을 겪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인기를 이대로 완전히 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노선을 결정하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때 필요했던 친문 표심이 이제는 필요 없으니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가면
언제 벗나

한 마디로 이 후보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비문으로 가자니 기회주의자가 되고, 친문으로 가자니 지지율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곧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 후보는 현재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필사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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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