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친문?' 기로 선 이재명 딜레마

문 박차고 나와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지지율 난항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 득표한 그가 본선에서 맹활약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의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후보의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3주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를 비판하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딱 이 문장이 떠오른다. 

목소리 
제각각

지지율이 매우 높게 나오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행복한 가정이라면, 불행한 가정은 지지율에 부침을 겪는 이재명 선대위일 것이다. 박스권 지지율을 뚫지 못하는 이 후보의 부진을 분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불행’이 선대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10명의 초선 의원들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민주당이 비대하고 느리며 현장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20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당 선대위가 국회의원, 선수 중심으로 구성돼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 여성, 서민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선대위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전면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선 우상호 의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도 공동총괄본부장 중 한 명이지만 민주당의 대응이 너무 늦다. 상근 체제를 실시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저쪽 대응에 대응하고 비판할 것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며 “선대위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에서 절박함이나 절실함을 찾을 수 없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이나 자기 자리 욕심만 채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원장은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보가 중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도 비판했다.

이들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이재명 선대위는 현장성이 부족하고 대응이 느리며, 절박하지도 않다. 지난 3주간 행태를 볼 때 이 같은 비판들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지난 9일 새벽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산책하던 중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배우자 병간호에 들어갔는데, 이를 두고 인터넷에는 “둘이 싸운 것 아니냐”는 악의적인 루머가 떠돌았다.

선대위는 하루가 지난 10일에 최초 유포자로 추측되는 네티즌 2명을 고발하고, 3일이 지난 12일에는 앰뷸런스 CCTV 사진을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루머가 퍼질 대로 퍼진 시점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CCTV 사진 공개가 3일이나 걸린 점은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됐다. 


윤과 지지율 격차…선대위 문제?
“느리고 느슨” 머릿속엔 투트랙?

이 후보의 부산 비하 발언 논란도 비슷한 경우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를 논의하던 중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복수의 언론들은 “부산을 비하했다”며 이 후보를 향한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이번에도 선대위는 즉각 반박하지 못하고 하루 뒤인 14일에서야 뒤늦은 논평을 냈다.

반복되는 선대위의 헛발질에 이 후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이낙연계 의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지금 선대위에는 기민함이 필요하다”며 “별동대를 구성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수 정예의 인사를 중심으로 별도의 팀을 꾸려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견을 두고 당내에서는 “원팀 정신이 있긴 한 것이냐” “별동대로만 선거를 치르겠다는 소리냐” 등 이 후보의 ‘원팀 정신’을 두고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경선의 아픔을 딛고 간신히 꾸려놓은 원팀을 후보 스스로 깨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별동대 발언’은 선대위에 답답함을 느낀 후보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견 피력이었으나,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그동안 의심해왔던 속내를 이를 계기로 드러냈다.

바로 이 후보의 머릿속에는 ‘투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이 후보는 곧바로 친문(친 문재인) 행보를 펼친 바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 차원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 후보의 머리 한 쪽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뛰던 이 후보는 올해 경선서 이낙연 후보와 대립했던 것처럼 문재인 당시 후보와 거센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뼛속 비문
친문인 척?

토론 내내 ‘문재인 때리기’에 열중했던 이 후보는 조세제도, 정체성 논란, 재벌 개혁 의지, 심지어 문 후보가 군 시절 받았던 ‘전두환 표창장’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비판을 했다. 경선 토론 중 질의 시간 대부분을 문 후보에게 썼고, 그때마다 문 후보가 아플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갈등의 정점을 찍은 건 혜경궁 김씨 관련 논란이었다. 당시 08_hkkim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트위터리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독설가였다.

그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전해철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를 비난했는데, 공교롭게도 비난의 대상 모두 이 후보의 선거 상대들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해당 트위터리안은 이 후보 측근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아이디의 이니셜이 이 후보의 배우자 김씨와 똑같은 점을 들어 누리꾼들은 측근을 그의 배우자 김씨로 특정했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문제의 트위터리안에게 김씨의 이름에서 착안한 ‘혜경궁 김씨’란 별칭을 붙였다. 

‘혜경궁 김씨’는 전 후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 여의도나 가라”고 하거나, 문 대통령에 대해선 “문 후보가 대통령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이라고 하는 등 사자 조롱과 문 후보를 모욕하는 발언을 동시에 했다.

결국, 전 후보는 해당 계정의 사용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 후보는 “트위터 내용에 고인과 문 대통령에 대한 패륜적 비난이 담겼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남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의 정보공개를 거부해 혜경궁 김씨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 수사가 자신을 향한 문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짜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 그들이 지금 이재명 부부에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집중했더라면 아마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좋아졌을 것”이라고 문정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 후 얼마 뒤 결국 ‘이재명의 난’이 일어났다. 이 후보가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문 대통령의 아들 문주용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수사부터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진흙탕 싸움
상처는 아직…

이는 문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는 행보였다.

그는 “변호인으로서는 부인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며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이 후보는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과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후에 “둘 다 무혐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이 행보가 당시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둘의 사이가 개선될 조짐을 보였던 건 이 후보의 최종 경선 이후다.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힘을 합해야 하는 둘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억지로’라도 관계를 개선해야 했다. 

지난달 26일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은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관례에 따라 여권 후보로 정해진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치열하게 대립했던 과거가 생각난 듯 멋쩍게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면서 화답했다.

4년 만에 두 손을 맞잡게 된 둘은 회동 내내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썼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했다”며 문정부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에 말을 조심했지만 “이 후보와 지난 대선 때 저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도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이끌어왔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돼 여러 모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래된 인연과 악연
불편한 동거 깨지나?

회동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한 이 후보의 목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가 매어 있었다. 하나의 민주당을 표방하는 자리서 그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와도 관계가 개선됐다는 시그널을 낸 것이다.

4년 만에 화해한 둘의 평화는 채 두 달을 가지 못했다. 이 후보가 결국 다시 문정부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원인은 다름 아닌 지지율 부진이었다. 경선 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와 4~5%대의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격차는 국민의힘 최종 경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12~13일 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지율 45.4%를 기록했고, 이 후보는 34.1%를 기록했다.

몇 주 사이 11%가량 벌어진 것이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이었던 지난 5일 이후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평균 10% 이상 윤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경각심을 느낀 이 후보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에게 매주 일대일 회동을 하자고 한 ‘토론 카드’와 대장동과 고발사주를 동시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특검 카드’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전이 일어나지 않자 결국 이 후보는 마지막 한 수인 ‘비문 카드’를 꺼냈다. 그는 지난 15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민주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국가 경제의 총량은 좋아진다고 하지만 지금의 서민경제가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해보라”고 운을 뗀 뒤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의 경제 정책이 탁상공론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줬지만, 지금은 그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비문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친문의 가면을 벗는 시점이 대선이 끝난 후가 될지, 전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문 카드를 꺼낸 이 후보지만, 이 방법으로도 먹히지 않으면 다시 친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상 유일하게 레임덕을 겪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인기를 이대로 완전히 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노선을 결정하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때 필요했던 친문 표심이 이제는 필요 없으니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가면
언제 벗나

한 마디로 이 후보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비문으로 가자니 기회주의자가 되고, 친문으로 가자니 지지율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곧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 후보는 현재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필사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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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