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다른' 국민의힘 경선 후유증

뭉치기 힘든 ‘윤석열 깐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 구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함께 경쟁한 후보들의 합류도 확실하지 않는 데다 당 지도부와의 마찰도 지속적으로 불거진 탓이다. 윤 후보는 ‘깐부’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이 선대위에 합류하길 종용했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다.

분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는 달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최종 경선에서 이기자 함께 경쟁하던 다른 후보들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최종 경선에 탈락한 후보 중 누구도 ‘윤석열호’에 탑승하지 않고 있다.

합류

지난 5일 국민의힘 최종 경선 종료 직후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 선대위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대선 참여 종료 선언으로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는 20대 대선에 대해 “참혹한 대선”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윤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 “선거에서 패배한 두 사람 중에 한 명은 감옥으로 가야 한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경선 초기만 해도 홍 의원의 존재감은 미미했으나 대선 종료 직전 시점 여론 지지율에서 윤 후보보다 앞섰다. 홍 의원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층은 청년층이다. 


거침없는 발언과 청년층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년층은 최근 윤 후보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의 합류를 지속적으로 종용하고 있으나 홍 의원은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청년층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국민의힘을 탈당한 당원은 2910명이다. 이 중 70%가 넘는 2107명이 2030세대로 확인됐다. 청년층의 이탈은 당 지도부의 갈등을 촉발 시킨 계기다. 

야권에서는 대선 경선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2030세대 당원 중 일부가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의 이탈은 윤 후보에게도 치명타로 다가왔다. 

통합 행보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청년을 언급하며 챙기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선대위 구성 두고 잡음
경쟁자들 엇갈린 행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음이 급한 쪽은 윤 후보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과 홍 의원 영입을 두고 계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 전 위원장 등판 쪽에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홍 의원이 다져놓은 표심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선대위에 합류하기보다는 홍 의원을 영입하고 청년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다만 홍 의원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이에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 윤 후보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의 합류 여부도 문제다. 그 역시 윤 후보가 필수적으로 영입해야 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비록 최종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유 전 의원의 합류는 윤 후보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의원은 논리적이고, 이념과 정치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경선서도 경제 전문가 이미지로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아직까지 유 전 의원은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최종 경선 직후 백의종군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합류하게 된다면 일부 청년층에게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유 전 의원 역시 윤 후보와의 갈등을 봉합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두 인물은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만큼 잦은 충돌로 극심한 감정싸움까지 벌인 바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과 윤 후보 간 갈등의 골이 홍 의원보다 깊다는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상황에서 ‘천공 스승’ 등 윤 후보가 무속 정치인이라며 공격을 퍼부은 것도 유 전 의원부터다. 윤 후보를 향해 “후보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의 선대위 합류가 불투명한 이유 중 하나다. 

당 지도부와 갈등도 
원팀 구성 차질 우려

반면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경선 과정에서도 윤 후보와 원 전 지사를 사실상 동맹관계로 여기는 시선이 많았다. 그는 지난 8일 캠프 해단식에서 윤 후보의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선 막판 존재감을 훌쩍 키운 원 전 지사는 윤 후보의 선대위 합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해당 자리에서 원 전 지사는 윤 후보가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 전 지사는 종로 출마설이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떠돈다. 이에 따라 선대위 합류 대신 측면에서 윤 후보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단 문제는 경쟁 후보들의 합류뿐만이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의 전권을 두고 윤 후보 측과 당 지도부의 대립이 팽팽한 만큼 이 부분도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 중 하나다.


김 전 위원장이 등판하게 되면 선대위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캠프 인사들을 ‘파리떼’에 비유하면서 즉각 실무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촉구했고 이준석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해 캠프를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기존 캠프 인사들은 생각이 다르다. 경선 승리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조직력을 통한 당심 결집으로 윤 후보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후보의 선대위는 제대로 닻을 올리고 출항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윤 후보의 선대위는 키 잡을 선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야권에선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 대한 능력을 1차 시험대로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거부

한 야권 인사는 “(캠프 구성은)윤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할 문제”라며 “만일 윤 후보가 양쪽의 요구를 조화롭게 배치한다면 민주당 선대위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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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