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윤석열 아킬레스건 전쟁 막전막후

먼저 밟히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경쟁자들은 경쟁에서 상대보다 강하면 승리하고 상대보다 약하면 패배한다. 승리를 위해서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경쟁자들이 상대보다 강해지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갈고 닦을 때, 비로소 경쟁은 상호 발전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내년 20대 대선에서는 이 같은 상호 발전적인 경쟁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서로의 약점만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 대진표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 윤석열(국민의힘)로 확정됐다. 한 달 전 먼저 링 위에 올라와 상대를 기다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상대로 정해지자 “당선을 축하한다. 대선 레이스에서 정쟁 말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윤 후보와의 경쟁을 내심 바랬 던 듯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첫 중앙무대
정치 새내기

이번 대선에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따라 붙는다. 최초의 도지사 출신 대통령이냐 혹은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냐는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율 60%가 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중 제일 눈길을 끄는 최초의 기록은 ‘0’선 출신간의 대선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한 특이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2010년 처음 경기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성남 시민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 2014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8년엔 체급이 한 단계 높은 자리인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약 10년간 지방 행정직 경험만 해온 그가 2022년 대선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커리어는 나름 탄탄하지만 중앙정치를 경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확정은 이재명의 중앙정치 무대 데뷔와도 같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정치 경험이 더 없는 ‘정치 새내기’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올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까지 약 20년간 검사 생활만 해온 ‘성골 검사’다.

그의 이력서는 순전히 검찰청에서 일한 경력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동안 법조인 출신 대통령 후보는 많았으나, 검찰 경력만 가진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현재로선 중앙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이 후보와 윤 후보, 둘 중 하나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최하위권에 머문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은 파격적인 개혁을 해줄 대통령 후보를 결국 여의도 바깥에서 찾아왔다.

불명예스러운 최초의 기록도 갖고 있다. 검찰이 두 후보에 대한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전부터 검찰이 양당 후보 모두를 수사하는 경우는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 수사에 관련이 있고,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얽혀있다.

현재는 두 후보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지 않지만, 수사 선상 끝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안고 대선 레이스에 참여중인 묘한 상황인 것이다.


약점 먼저 극복한 사람이 승자?
고발 사주 VS 대장동 이슈 쟁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둘 중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 됐다”며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검찰이 어떤 사건을 얼마나 철저히 수사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세월 대선에 꾸준히 개입해왔다.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이유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검찰 수사에 따라 대선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에 관한 수사를 벌여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민주당 측은 면제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 장장 85일간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는데 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선이 치러졌고, 결국 낙선했다.

드라마틱한 경선 통과로 대중의 이목을 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투도 있었지만, 이 후보 아들에 대한 검찰의 장기간 수사가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7년에는 반대의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와 다스 사건을 수사했는데, 이번엔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주’ 논란에 대해 “주가를 조종했다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는 김경준과의 공모 여부가 쟁점인데, 수사 결과 이 후보가 회사 인수 및 주식 매매에 참여한 증거가 없어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면죄부를 받은 이 후보는 후에 63%의 압도적인 표를 받아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홍 의원은 이처럼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낙마시킬 수도 있는 이른바 정치 검찰이 이번엔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고민하는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할까? 
악할까?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이미 진척이 꽤 된 상태다. 지난 10일, 검찰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소환조사했다. 같은 달 2일, 처음 소환한 후 8일에 두 번째 소환했다.

손 전 정책관은 윤 후보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그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검찰의 칼날은 곧바로 윤 후보에게 향하게 된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떠안고 있다. 이제는 ‘또장동’이라 불리며 피로감이 쌓일대로 쌓이 이 사건은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냐인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성남시의 개입 정도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됐으며,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는 연일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그들이 검찰 수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변수다.

얼마 전엔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의 최측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사이의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정 전 실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만일 정 전 실장까지 구속된다면, 이 후보는 더욱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 후보와 이 후보, 둘의 대선 경쟁은 어느새 검찰의 수사 경쟁 양상이 됐다. 과거 대선에서 알 수 있듯, 선거운동 중 특정 후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는 뉴스만 흘러나와도 지지율은 급격히 요동친다.

더욱이 검찰이 후보들에 대한 ‘소환조사’ 강수를 둔다면, 대선 게임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도 있다. 정책 싸움에 온 힘을 집중해도 모자란 대통령 선거전에서 두 후보는 검찰 눈치 보기에 힘을 뺏길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하랴 경찰 눈치보랴 눈코 뜰 새 없는 후보들은 각자의 약점 숨기기에도 버거워보인다. 양 후보는 고발사주와 대장동 말고도 다른 약점들이 각각 있다. 

윤 후보의 약점은 장모 최모씨와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의혹으로 장모 최씨가 얽혀있는 법정 공방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하나는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정대택씨와의 갈등이다.

최씨는 2003년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스포츠센터를 매매하던 중 발생한 이익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씨와 갈등이 있었다.

정씨는 매매 당시 작성했던 약정서를 근거로 이익금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최씨는 약정서가 강압에 의해 억지로 쓰인 거라며 정씨를 역으로 고소했다.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고 정씨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로도 정씨는 최씨와의 수차례 법정 공방에서 계속 패했다.

연이은 정씨 측의 패소와 검찰의 불기소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씨가 지난 9일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것.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에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만일 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계속되는 정씨의 문제제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사법부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윤 후보로썬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떨어지면…
외나무 승부

장모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는 지난 7월 다른 죄목으로 법정 구속됐다가 2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구속 당시 법원이 밝힌 그의 죄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였다.

그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불법 개조 병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가량을 불법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성격을 띠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부정수급한 것은 이 사건은 대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다분하다.  윤 후보의 아내 김씨도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07년 국민대와 수원여대에 겸임 교원 임용을 신청한 적이 있다. 문제는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교묘하게 비틀어 위조한 것.

경력사항에 ‘미술강사’ 이력을 ‘정교사’로 바꿔 기재한 점, ‘시간강사’를 ‘부교수’로 기재한 점, 학력사항에는 ‘경영 전문대학원 전문석사’를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한 부분이 문제로 부각됐다. 언론과 야당에선 경력과 학력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의혹에 비하면 허위 이력서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윤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와 다음 달 재판 결과에 따라 윤 후보의 낙마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김씨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가 발행한 신주를 헐값에 사들여 주가를 조작한 뒤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1년6개월간 지지부진했던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금융범죄수사 전문가 박기태·한문혁 부부장검사가 지난 7월부터 수사팀에 합류하며 급물살을 탔다.

수사팀은 지난달 10일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사 내부자료를 확보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주범이라 알려진 이씨와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2일에는 도이치모터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제 이 주가 조작 사건에서 ‘전주’이자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았다. 검찰은 선거개입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조율 중이다.

빠르면 오는 12월 중으로 김씨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약점 역시 가족과 관련돼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형수 박인복씨와 심한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형수 박씨는 그와의 통화를 녹음해 유출시켰다.

녹음본에는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는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이 담겨있다. 이 후보는 이 녹취에 대해 “어머니를 폭행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했다. 이유가 어떻든 사죄드린다”고 수습했지만, 대중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맞붙은 부인 리스크
양쪽 다 도덕성 변수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도 이 후보를 괴롭히는 이슈다. 김씨는 2007년도에 이 후보를 만나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당시 둘이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날 유부남인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몇 달 이후 다시 만나서 1년 가까이 불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은 차갑게 식어갔는데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지난 15년간 민주당만 지지해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엔 내 인생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 같다”며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욕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차마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은 윤 후보의 약점과 달리 이미 발생한 사건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슈지만, 욕설 녹취와 스캔들 문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약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달 한국갤럽의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0%가 넘는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20%대 초반의 지지도를 받는 데 그쳤다.

20%대 초반은 윤 후보와 홍 의원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이 후보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외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경선 결과 발표 후, 불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때,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철야 시위를 하는 등 이 후보를 대권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때의 거센 반발은 민주당 지지층의 증발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쟁 후보의 지지층 절반가량 이상이 당선인에게 옮겨가야 하는데,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쪽으로 대략 15% 안 되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들은 이 후보가 30%의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지 못하는 데에 이런 점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 후보는 경선이 끝난 후 계속된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벗어난 적이 없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후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와 약 10% 차이가 벌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0%의 차이는 너무 크다.

둘 중…
감옥행?

이번 2022년도 대선은 누가 더 장점이 많은지를 겨루기보다 누가 더 약점이 많은지를 겨루는 기묘한 싸움이 돼버렸다. 시작 전부터 “선거 패배 시 감옥”이 운운하고 있는 이번 대선판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 사람들은 검찰도, 사법부도 아닌 유권자들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장모 재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씨가 구속된 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9월, 보증금 3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앞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최씨 측이 낸 보석 청구를 서울 고등법원 제 5형사부(재판장 윤강열)가 허가해준 것이다. 

다만, 법원은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 피고인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 피고인의 주거를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제한한다.

▲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참고인, 이 사건 증인으로 증언했거나 증인으로 신청된 사람과 이 사건 변론과 관련된 사항으로 접촉하거나 법정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 3억원을 몰수할 수 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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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