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같이 넘어야 할 산

정상 목전에 두고 ‘빙빙∼’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공정성 문제에 민심이 가장 들끓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서울에 내집 하나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또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공정함’에서 어긋났지만 마땅히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내놓은 공약에 이목이 집중된다. 두 후보가 연일 띄우기에 나선 공약은 ‘부동산’과 ‘청년’ 공약이다.

부동산 해법
극명한 대비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춰지는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꼽힌다. 문정부는 출범 직후 부동산 정책에 칼을 대기 시작했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까지만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배 이상 올랐고 고스란히 수도권과 지방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민주당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 후보가 해당 공약들을 전면에 배치한 이유도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택 공급이라고 인지한 셈이다. 


5년 내 250만호 공급이라는 점에서 두 후보의 주택 공급 목표는 같지만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점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 후보는 공공 주도, 윤 후보는 민간 중심 개발에 각각 시선을 뒀다.

집값 상승 원인이 투기 세력이라는 여권의 인식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야권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해석된다. 이 후보는 250만호 공급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짓는다는 정책인 ‘기본주택’을 내세웠다. 

기본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중산층까지 범위가 확대돼 거주 가능하다. 역세권 입지에 위치하면서 건설 원가 수준의 임대료를 지급한 뒤 30년이 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후보가 내세운 기본주택 공약이다. 

또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해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주택 중 5%에 불과한 장기임대 공공주택의 비율을 10%까지 늘린다는 게 골자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와는 다르게 ‘민간주택 확대’에 주안을 뒀다. 윤 후보는 민간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주택을 공급해 수도권 일대에 130만호를 공급하고 도심지역의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중 ‘역세권 첫 집 주택’을 통해 20만호, ‘청년원가주택’으로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세권 첫 집 주택은 지하철역과 가까이 위치한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대폭 상향시켜 짓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청년, 부동산…선결적 공통 과제
일자리·집값 공약 없이 대권 없어


기존 300%에서 500%로 높이는 대신 용적률의 절반을 기부채납 받은 뒤 주거 약자층(청년원가)에게 공급된다.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자인 청년이 건설 원가로 약 25평(85m²) 이하의 주택을 분양하고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팔면 매매 차익의 7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공급 공약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향만 설정됐을 뿐 세부적인 계획의 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급 정책은 무엇보다 택지와 재원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우 임대주택, 윤 후보는 분양주택에 정책이 쏠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비를 이루는 공약은 비단 주택 공급 공약뿐만 아니다. 부동산 세제개편과 규제 방안을 제시한 공약에 대해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이 후보는 규제 강화와 증세로 투기 비리를 끊겠다는 입장인 반면, 윤 후보는 거래 확대를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 등 규제완화를 통한 거래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의 신설을 내세웠다. 일정 금액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와 주택에 세를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와는 차이가 존재한다. 

국토보유세는 모든 개인과 법인이 소유한 토지와 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당초 이 후보는 투기 세력의 근절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현재 0.17%인 실효세율(과세표준에 비해 납세자가 실제 납세하는 세액의 정도)을 1%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보유세를 통해 걷어들인 세금을 국민의 80~90%에게 기본소득으로 되돌려주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소득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기본소득 제본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강력한 카드
언제 나올까

이 밖에도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부’라는 부동산 전담기구를 설치해 관련 범죄 등을 감시해 처벌을 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우려를 표한다. 보유한 토지가 많은 업체나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장과 물류창고 등을 소유한 업체들에 세 부담이 가중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국내 고용이 움츠러들 수 있는 탓이다. 이에 따른 경제 악화에 끼칠 부분을 고려하면서 공약을 강화하는 해결책을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의 부담을 줄인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앞서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도 징벌적 과세와 대출 규제를 꼽았다. 

세제 혜택을 통해 거래 확대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부동산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1세대 1주택자의 재산세와 양도소득세의 완화,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일시적 감면을 내걸었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상향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와 함께 공시가격의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의 급격한 상승을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후보의 공약에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세금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데다, 만일 윤 후보가 당선이 된다 해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돼서다. 

또 종합부동산세가 낮아지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서의 반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걷어들인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자금 원천으로 쓰이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실정이다.

임대차 3법에 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차이점은 이 후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했고, 윤 후보는 심각한 상태로 분석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여가부 개편 공감
2030 보완책 마련

임대차 3법을 간략히 정리하면 전월세의 신고제, 상한제, 계약 갱신 청구권제를 핵심으로 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임대차 3법이 시행됐다. 현재 해당 법이 통과됐음에도 그 이면에는 여전히 허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다수 있다. 

이 후보는 앞서 언급한 공공주택공급을 통해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임대차 3법이 가진 장점이 존재해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한다. 

반면 윤 후보는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이 분명 존재해 되돌리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게 윤 후보가 지적한 문제점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임대기간 ‘2+2년’ 체계에서 종전의 2년으로 되돌린 뒤 임대료를 동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 전세 보증금 액수를 더 올리지 않는 임대인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게 윤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다. 

부동산에 이어 두 후보가 나란히 열을 올리는 공약은 청년과 관련된 공약들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약점은 청년층의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두 후보가 연일 청년층의 표심을 다지기 위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지만 지지율이 크게 반동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향후 대선 본선에서 청년층이 대선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후보에게는 중대한 사안으로 꼽힌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가 다른 지지층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결국 두 후보는 여성가족부 개편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 또는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하고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역시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 뒤 업무와 예산을 편성을 다시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청년층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이 후보는 청년에게 인당 연 200만원에 달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생애 한 번 구직 급여를 받는 고용보험 수급 기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제시한 청년 기본소득을 전국 청년에게 지급할 경우 재정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재정을 마련할 구체적인 세부적인 방안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공공 주도 개발…규제 조이기
윤, 민간 주도 개발…규제 풀기

이 후보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과 혁신을 막는 규제를 폐지하고 규제합리화를 추구하겠는 입장이다. 또 공교육 혁신과 평생교육 시스템 도입, 역량 강화 교육 등을 현실화시켜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과한 대학생 학자금에 대해서는 이미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방식은 학생이 수강하고 있는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점비례 등록금제를 뜻한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내세운 일괄 지급과는 달리 선별 지급을 타개책으로 내놨다. 그는 공정한 취업환경 조성하고, 청년 자립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어 청년 도약 베이스캠프를 설치해 모든 청년에게 상담·멘토링 서비스를 약속했다. 지역 특성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 취약층으로 분류된 청년에게는 한 달 50만원의 청년 도약 보장금을 주며 최장 8개월 동안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약에서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사안은 선별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한 부분은 청년층이 선별 과정에서 공정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여겨질 경우 또다시 해당 층의 공분을 살 수 있다는 것. 

교육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대입제도를 단순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사교육 의존도 비율을 낮추고 부모 찬스 등의 논란이 촉발된 사건 등을 토대로 정시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대입 과정에서 특혜 입학 등의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또 입시비리 신고센터 설치 및 직권조사 강화를 통한 ‘암행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해당 공약의 취지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정성을 내세운 이유는 앞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논란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가 청년층을 겨냥해 세를 통한 지원 공약만을 내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으로 청년층이 짊어져야 할 국가부채에 대한 해결방안 등의 공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두 후보가 청년층의 지지 부족 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인 만큼 또 다른 보완된 정책을 새롭게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청년층 약점
특혜 최소화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은 2030세대에게 달렸다”며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 더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퍼주기 방식으로는 청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는 후보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ckcjfdo@ilyosiasa.co.kr>


<기사 속 기사> 이-윤 본격적인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난 10일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글로벌 인재 포럼 행사에 참석해 처음으로 두 후보가 만났다.

이 후보가 먼저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윤 후보가 반갑다며 과거 성남 법정에서 자주 만난 기억이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형사사건을 거의 하지 않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을 돌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불거졌다는 말이 나온다. <차>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에선…
일단 윤 판정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1일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0일 3일 동안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 4자 가상대결 조사 결과 윤 후보는 39%를 기록했다.

32%를 기록한 이 후보를 7%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이다. 

이달 첫째 주 당시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격차는 5%포인트였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7%포인트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윤 후보가 이 후보와의 격차를 벌인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고 해석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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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