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남겨진 숙제

이재명과 정면승부 피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 본경선 투표 결과 윤석열 후보가 대선주자로 결정됐다. 이제 윤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경선 과정 중 여러 논란에 휩싸여온 만큼 이제부터의 실책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게 마이너스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최종 투표 참여율은 역대 최고 기록인 63.89%를 기록했다. 흥행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윤석열 후보는 48.85%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됐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배경에는 그동안 앞서 왔던 당심이 실제 투표에서도 연결돼 우위를 차지한 결과로 보인다.

정치 신인
무서운 질주

당초 당원 투표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당원 비율만 34%에 달했던 탓에 해당 지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TK(대구·경북)에서 당심이 결집되며 윤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변수로는 세대별 투표율이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새로 가입한 2030세대에서는 홍 의원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통적인 당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예상되면서 각 세대의 투표 참여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승리의 추는 쉽사리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여론과 당원 지지 반영 비율이 각각 50%였기에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종 투표 직전 홍 의원이 상승기류를 타며 윤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윤 후보의 쉬운 승리가 점쳐진 것과는 대비된 양상이다. 결국 윤 후보의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상황은 백중세로 빠져들었다. 두 인물 역시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투표 결과 윤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홍 후보는 여론에서 앞섰지만 당심을 더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패배의 원인이 된 셈이다. 

해당 결과는 윤 후보가 보수층의 가치에 더욱 부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윤 후보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자 당심이 결집됐다고 읽힌다. 앞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지만, 보수층은 윤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바 있다.

여론서 뒤쳐졌으나 당심 앞서
반문재인으로 중도 확장 필수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 뒤 100일(11월5일 기준) 만에 만들어낸 성과로 사실 그의 출마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의 존재감은 부각됐다.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올리게 된 시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다. 판정승을 거둔 윤 후보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세를 탔는데 이때 윤 후보의 인지도를 더욱 부각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야권에서 윤 후보를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출마 선언은 이른바 국민의힘에 새로운 바람인 ‘윤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후보는 선언문 대부분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권교체의 필요성으로 채웠다. 그는 정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문정부가 공정과 법치를 짓밟았고 국민의 삶이 힘겨워졌다고 주장했다. 

반문재인이라는 빅텐트를 구상하기 위해 시작부터 초석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반문 강경 보수층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정권교체가 절실한 국민의힘은 윤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본격 입당하면서 공식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 인물이 불어넣는 신선함과 참신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게 된 셈이다. 

당초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단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정치인이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선함
참신성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은 늘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발생시켰다.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도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기 때문이었다. 

보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윤 후보는 첫 행보로 충청권인 ‘대전행’을 택하기도 했다. 대전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가 충청이라고 언급하면서 ‘충청대망론’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충청은 스윙보터로 불리는 만큼 중도층의 확장과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 필수적으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지역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 지역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윤 후보는 충청에서 강세다. 현재 충청권의 윤 후보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에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중도층의 지지는 연일 하락세다.

여론조사에도 중도층 대부분이 홍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만큼 윤 후보에게는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본래 지지층 외에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 그에게 외연 확장은 필수로 여겨진다.

윤 후보는 현재 중도층 중 홍 의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도층엔 2030세대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윤 후보에게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청을
잡아라

즉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도 내세웠으나 여전히 약점으로 거론된다. 결국은 홍 의원의 청년 지지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가운데 우선 윤 후보 본인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잇따른 실수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1일 1실수’는 대세론까지 흔들리게 한 계기가 됐다. 경선 토론회서 손바닥 ‘왕(王)’ 자가 논란이 됐고, 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연결됐다. 손바닥 왕 자는 주술 논란으로 번지며 윤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실수는 연이어 나왔다.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논란에 이어, 개 사과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위기론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윤 후보가 신인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정치 경험이 전무해 여전히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도 강한 편이다. 장점으로 평가받던 직설적 화법은 단점이 돼 연일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의 또 다른 문제는 ‘고발 사주’ 의혹이다. 해당 사안은 여전히 윤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더욱이 최근 MBC <PD수첩>을 통해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윤 후보를 직접 언급했던 녹취가 공개되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윤 후보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드러나지는 않았다. 고발 사주 의혹은 향후 이 후보와의 대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요인으로 보인다. 여전히 의혹을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윤 후보가 해당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해야 이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지금부터 실수는 없다?
24시간 ‘입 조심’ 경계령

가장 큰 문제는 ‘처가 리스크’로 현재까지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장모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아내 김건희씨도 논문 조작 논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돼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금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던 윤 후보는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처가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수직낙하할 수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여권의 파상공세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면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그 밖의 문제는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메시지는 충분하지만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에서도 반문 테두리에 갇혀 본인만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러 분야의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만일 본경선에서도 확실한 콘텐츠 구축에 실패할 경우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는 국민의힘의 실수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관련된 의혹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가 리스크
반드시 넘어야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라며 “같은 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윤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의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실수는 어떤 식으로는 치명타”라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어디까지 왔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잇따라 조사했다. 

김 의원의 경우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여전히 고발사주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며 손 검사 역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탓에 공수처는 수사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손준성 보냄’이라는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발 사주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