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대장동 특검' 관전 포인트

살아 있는 권력에 칼 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부동산 문제가 차기 정부를 결정짓는 선거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대장동 사건이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가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바로 ‘특검’이다.

정당의 존립 목표는 정권 창출로 귀결된다. 이 같은 목표 의식은 대형 선거 때 두드러진다. 특히 대선 때는 사활을 걸고 정권교체와 정권 연장의 기로에서 대결을 펼친다. 하루에도 몇 개씩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고, 쏟아지는 의혹에 노심초사한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결과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대선 때마다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부동산
블랙홀

실제 대선 때마다 판을 뒤흔드는 화두가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이, 현 정부가 탄생한 20대 대선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최대 화두였다. 의혹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의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선거날, 투표의 순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온 대장동 사건은 말 그대로 대선판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주간 진행된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감에서조차 최대 화두는 대장동 사건이었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점화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국민 70% 대장동 사건 특검 찬성
이재명·민주당은 반대 의견 고수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사건은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핵심은 이 지사의 연루 여부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가 대장동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벌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이 지사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가 이번 국감에 두 차례에 걸쳐 출석했을 때도 대장동 사건이 가장 큰 논란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여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특검을 불러내는 모양새다. 특별검사제도는 고위공직자의 비리 또는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그 수사와 기소를 정규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에게 담당하게 하는 제도다.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배제하자는 취지다.

검찰 수사
못 믿는다

수사 자체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활발하게 언급된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는 주로 야당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여당 측에서도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대장동 사건은 결국 특검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과 특검이 한 덩어리로 묶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를 석방하자 엉터리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SNS에서 “남 변호사가 입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된 만큼 구속영장이 바로 청구돼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순리를 검찰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일을 일사불란하게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보면 ‘그분’이 세긴 센 모양이다. 꼬리 자르기 수사를 반복하는 검찰로는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며 특검 도입에 대해 언급했다. 검찰의 남 변호사 석방을 두고 야권 대선후보들 사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해 “결국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에서 “지금부터 바로 특검에 수사를 맡기자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 결과를 지켜보고 난 연후에 결과 발표에 대해서 국민과 야당이 ‘못 믿겠다, 특검하자’고 하면 그때는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이 지사가 특검 도입에 줄곧 반대 입장을 내온 상황에서 친노무현계 여권 원로가 ‘특검 불가피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결과 따라
대선 바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지금 검찰, 경찰 수사를 해야 될 단계고,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특검해서 대선 내내 검찰이 선거를 하도록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지사도 경기도 국감에 출석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을 만들어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국민 여론은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특검·국정조사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특검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96%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75%가 특검·국정조사에 찬성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과반인 54%가 찬성 입장을 내놨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일각에서는 특검 도입 이후를 보고 있다. 특검이 대장동 사건을 맡게 되면 여당 대선후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이때 특검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면죄부가, 누군가에게 쐐기가 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은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 등에서 17대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과 비견된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BBK 사건 때는 면죄부
국정 농단 사건은 철퇴

검찰은 BBK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사업파트너로 지목된 김경준 전 BBK 대표는 특경법상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을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실소유자로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이틀 전 이 전 대통령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이때 출범한 정호영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사흘 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호영 특검팀은 도곡동 땅이 “이상은씨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제3자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완전히 뒤엎은 정호영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에 완벽한 면죄부를 주기에 이른다. 그리고 13년 후인 지난해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7년형의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했다.

2018년 정호영 특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반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검팀이다. 2016년 11월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으로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당시 수사팀장)을 비롯해 파견검사 20명, 수사관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쳐 수사 대상에 오른 5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2년, 최순실씨 징역 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징역 2년6개월 등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박영수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대장동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남은 5개월
끝까지 간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요인으로 대장동 사건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에서도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장동 사건과 특검, 두 키워드가 5개월 남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