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힘보다는 정교한 기술을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무려 ‘55살’의 나이 차를 뒤로 한 동반 플레이가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KPGA의 전설 최윤수(72)와 송민혁(17)이다.
이번 동반 플레이는 단순히 이벤트 대회가 아닌 정규 투어에서 펼쳐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55살이라는 나이 차는 코리안 투어 역대 동반자 최고 나이 차다. 둘은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나이 차가 나지만 함께 대회에 임한 것.
그 무대는 지난달 9일 인천 청라베어즈베스트 GC(파71)에서 막을 올린 신한동해 오픈(총상금 14억원)이었다. 이 대회에 최윤수는 신한동해 오픈 7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고, 국가대표 송민혁은 주최사 추천 선수로 참가했다.
두 선수의 나이 차는 정확히 55년8개월2일이다. 이는 2018년 KPGA 선수권대회에서 최윤수와 정태양(21, 2000년 7월7일생)의 나이 차(51년9개월16일)보다 무려 4년가량 많은 수치다.
17세 송민혁과 선의의 경쟁
숫자에 불과했던 55살 간극
송민혁은 “코리안 투어 11승을 기록한 전설 최윤수 프로님과 같은 조에서 경기하게 돼 무척 영광스럽다”며 “최 프로님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보고 배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전 두 선수 티오프 직전 격려차 대회장을 찾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50년 넘는 나이 차를 가진 선수가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종목은 아마도 골프 스포츠가 유일할 것”이라며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라는 대회 슬로건과 같이 국내 최고 명문 골프대회의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라운드에서 최윤수는 버디 1개, 보기 9개로 8오버파 79타를 쳤다. 경기 전 목표였던 90타보다 11타나 적게 쳤다.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참가한 송민혁은 3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이날 라운드에서 송민혁은 최윤수에게 경기 중 긴장감을 극복하는 비결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전설’의 답은 “상대 경기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먼저 목표 스코어를 정하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또 “18홀 전체에서 잘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작 3개 홀과 마지막 3개 홀에서 스코어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도 더했다.
송민혁은 “프로님께 얻은 조언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마치고 18번 홀 그린을 빠져나가면서 최윤수는 손자뻘인 송민혁의 등을 두드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