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밭' 쇼트트랙 추악한 민낯

‘빙상 암투’ 효자 종목의 배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빛나는 결과 뒤에 짙은 어둠이 있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속담도 떠오른다.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쇼트트랙 이야기다. 이미 숱한 논란으로 얼룩진 쇼트트랙 종목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일어났다. ‘메달밭’으로 불리는 쇼트트랙 종목에서다. 

쌓이는 악재

쇼트트랙 종목은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최고 효자 종목으로 불린다. ‘절대자’ ‘지배자’라는 말이 있는 하계올림픽 양궁에 비견될 정도다. 지금까지 쇼트트랙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딴 금메달 개수는 24개에 이른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이 25개째를 획득해 최고 효자 종목으로 등극했지만, 내년 동계올림픽에서 그 순위가 뒤바뀔 예정이었다. 

하지만 쇼트트랙 종목에서 불거진 사건으로 베이징올림픽 메달 사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일각에서는 메달 사냥은커녕 선수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인 심석희 선수를 중심으로 제기된 논란의 불씨가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심 선수와 A 코치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대표팀 동료인 최민정, 김아랑 선수 등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내용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A 코치와 심 선수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심 선수가 ‘브래드버리 만들자’라고 한 대화 내용이다. 브래드버리의 유래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우승 후보로 우리나라의 김동성과 중국의 리지아준 등이 뽑혔다.

하지만 우승은 당시 29세였던 호주의 노장 스티븐 브래드버리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코너에서 1~3위로 달리던 선수들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레이스 내내 꼴찌로 달렸던 브래드버리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낸 것.

심 선수는 A 코치와의 대화에서 브래드버리를 언급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경기에서 실제 심 선수와 최 선수와 뒤엉켜 넘어졌다. 두 선수 모두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다. ‘고의 충돌’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심석희 동료 비하 발언 파문 
고의 충돌·불법 도청 의혹도

심 선수는 “제가 일부러 넘어진다거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최 선수는 당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상태다.

심 선수와 최 선수는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로 나란히 선발된 상황이다. 하지만 심 선수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선수들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두 선수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원팀’으로 뛰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심 선수가 평창올림픽 당시 동료 선수들의 대화를 불법 녹음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심 선수는 동료들에 대한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사과했지만 현재 퇴촌 조치를 받은 상태다. 이미 월드컵 출전은 불발됐고 베이징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심 선수가 쇼트트랙 종목에서 불거진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자였다는 점이다. 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3년여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준 바 있다. 조 전 코치는 현재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받은 조 전 코치는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3년에 걸쳐 강간과 추행 등 모두 27회에 걸친 성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피해자는 믿고 의지해야 할 지도자로부터 범행을 당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심 선수를 둘러싼 사건으로 쇼트트랙계는 발칵 뒤집혔다. 남자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 선수의 일이 간신히 가라앉은 상황에서 또 다시 선수 간 논란이 불거져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태다.

성폭행 사건에 중국 귀화까지
한체대 둘러싼 파벌 수면 위로

평창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딴 임 선수는 2019년 6월 진천 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 훈련 중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을 받은 그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임 선수의 선택은 중국 귀화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이미 중국으로 귀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 선수의 매니지먼트사는 “임효준은 당연히 한국 선수로서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 2연패의 영광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재판이 길어지고 빙상연맹의 징계도 있어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는 꿈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임 선수의 귀화는 최악의 선택이 됐다. 대법원은 임 선수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 국적을 취득했고, 다시 국적을 회복하는 일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적을 바꿔 출전하려면 전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하는데,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 임 선수의 선택은 선수 자신은 물론 우리나라 쇼트트랙계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우리나라 간판선수로 활약하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사건 이후 또 다시 우리나라 국적의 선수가 타 국적을 선택한 일이기 때문.

일련의 사건으로 쇼트트랙계의 뿌리 깊은 병폐로 알려진 파벌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와 비(非)한체대로 파벌이 갈려 승리를 따내도 함께 기뻐하지 않는 모습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국제적 망신

더 큰 문제는 빙상연맹에서 해당 사안들을 봉합할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빙상연맹은 조 전 코치 측이 제기한 심 선수의 고의 충돌 의혹을 3개월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전임 감독도 없이 치러질 예정이다. 기준에 맞는 후보가 없다는 이유다. 
 

[알림] <‘메달밭’ 쇼트트랙 추악한 민낯> 관련 바로잡습니다.

본보는 2021년 10월18일자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전명규는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본보는 관련성이 없는 사진을 사용하여 해당인의 초상권을 침해하였는 바 이를 삭제하여 바로 잡았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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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