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사' <전국노래자랑> 송해 후임 하마평

전설의 자리 누가 물려받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경쾌한 BGM이 들려왔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어김없이 찾아왔던 주말의 풍경이다. KBS1 <전국노래자랑>의 정겨운 멜로디는 노곤한 몸조차도 일깨우는 묘한 자극이 있다. 조부모와 함께 산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일요일 낮 12시 채널은 무조건 KBS1에 고정된다. 이 시대 어른들에겐 놓칠 수 없는 추억이자 라이브 노래방이다. 그 중심에 무려 32년간 무대를 이끈 95세 송해가 있다.

1927년생,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방송인 송해를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만나면, 호칭은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다.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아있는 10대 여중·여고생조차 증조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 가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오빠보다 빈도수가 적다. 

1988년
전설의 서막

누구 앞에서도 강력한 친화력으로 쉽게 마음을 여는 송해의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히 ‘국민 오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존재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올해 방송 경력 68년 차에 접어든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의 인연은 1988년도로 올라간다. 1987년 사고로 아들을 잃고 마음 앓이를 심하게 하던 차에, 그의 아픔을 알고 있던 한 PD가 “전국을 유람하면서 아픔을 치유하자”며 송해를 <전국노래자랑>의 MC로 이끌었다. 

송해는 힘겨운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배려한 PD의 말에 감동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전설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다섯 번째 MC로 발탁돼 전국의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한 회당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개개인의 색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송해였다. 출연자들은 송해에 기대 자신이 가진 흥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한이 서린 트로트는 물론 칼군무를 맞춘 10대도 있었고, ‘쿵따리 샤바라’ ‘잘못된 만남’과 같은 빠른 노래의 랩을 멋지게 구사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때론 감동을 주다 못해 가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한 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가수 이정권이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들처럼’을 완벽히 부르며 ‘연어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후 JTBC <팬텀싱어3>와 <싱어게인>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무려 32년’ 행복 준 송해의 인생
그의 생각은? “후임 MC는 ○○○”

이외에 노래 실력은 아쉽지만, 누구보다도 재밌는 입담으로 현장을 시트콤처럼 만들어내는 출연자도 있었다. 송해의 기막힌 진행과 출연자의 인생이 녹아든 입담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젊은 세대마저도 흡수하는 코믹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전국노래자랑>만 검색해도 눈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래는 뒷전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특산물을 들고나와 송해의 입에 쑤셔 넣다시피 하는 이도 많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특산물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알려졌다. 그중 벌을 온몸에 휘두르고 등장한 출연자는 또 다른 전설로 회자된다.


이러한 다양한 군상과 기분 좋게 호흡을 맞추며 ‘무대 위의 서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송해다. 세대와 이념, 남녀, 지역 간의 갈등이 깊은 한국 사회지만,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동일한 흥을 내비친다. 송해의 포용력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1994년 5월까지 6년 동안 MC를 맡은 송해는 잠시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되찾는다. 후임 MC가 송해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송해는 2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으로서 일요일 낮을 책임졌다.

일요일
안주인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지난해부터 방송을 중단 중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호흡하는 <전국노래자랑>의 공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송해가 방송에 나왔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을 통해서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송해 1927>이 국내 영화제에 초청된 자리에서 잠시 시간을 내 근황을 들어본 것이다. 7kg가량 감량했다는 송해는 다소 낯선 이미지였다.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올라와도 대중은 ‘혹시나 큰일이 생긴 것 아닐까’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고령인 터라, 살이 빠진 모습조차 생경한 느낌이 든다. 비록 외형은 생소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며 인간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그는 그대로였다.

이날 화제가 된 부분은 후임 MC를 거론한 대목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아나운서 출신인 이상벽에게 후임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말뿐일 뿐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것 속내가 슬며시 드러냈다.

여전히 건강이 정정해 방송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후임 MC가 거론되자 팬들은 재미 삼아 여러 인물을 내놓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분 좋게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노래자랑>이 끼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다 보니 MC는 친화력이 좋으며, 음악적인 끼와 재능이 다분하고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결점이 있으면, 프로그램의 맛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탄탄한 선배가 있었다 보니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인지 이미 국내에서 재능이 검증된 톱 MC들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이다. 송해는 2010년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이수근을 차기 MC로 거론한 적이 있다. 짜고 칠 수 없는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잦은 이 프로그램을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인물로 이수근을 꼽은 것. 

적합한
인재는?


방송계의 레전드나 다름없는 이수근은 진행은 물론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이해가 높은 개그맨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를 진행하며, 국내 수많은 음악을 섭렵했고, 순발력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시 이수근은 “송해 선생님을 잇기 위해 이름도 ‘이해’로 미리 지어놨다”고 말해 웃음을 일으킨 적 있다. 아울러 본성이 매우 선하다는 점과 어른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

트로트의 전설인 장윤정도 <전국노래자랑>과 제법 잘 어울리는 가수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다. 엄청난 행사 활동을 통해 팬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이 훈련된 가수다. 

<전국노래자랑>이 콘서트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콘서트 경험이 많은 장윤정에게는 매우 익숙한 환경일 수 있다. SBS <도전천곡>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나 정통성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포맷인 SBS <스타킹>을 흥행으로 이끈 강호동도 빠질 수 없다. 흥이 넘치는 <전국노래자랑>에 강호동의 에너지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 기합 한 번만 넣어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그의 에너지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준다.

또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예능인인 데다, 누구를 만나도 쉽게 대화를 끌어내는 친화력 또한 그가 가진 장점이다. 네임 브랜드가 강력한 MC라는 점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누가 좋을까?
김성주, 김신영, 붐…잘 어울릴 이미지

‘오디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김성주도 <전국노래자랑> 후임 MC에 언급되는 방송인이다. M.net <슈퍼스타K>와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MBC <복면가왕>의 전문 MC인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의 포맷은 매우 친숙하다. 

깔끔한 진행은 물론 돌발상황을 완벽하게 처리한 경험도 있어, 대중이 신뢰하는 MC다. 다만 유머 코드에 있어서는 비교적 화력이 약한 면이 있다. 다양한 출연자의 독특한 행동에 웃음을 끌어내는 진행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력한 인물이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전국노래자랑>과 잘 어울린다. 국내 연예인 중 흥이 넘치는 스타로 이수근에 버금가는 순간 센스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개인기도 상당하며, 콩트 능력도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라디오 DJ로서 활약하며, 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오디션 진행 경험이 없음에도, 누구와 만나도 쉽게 다양한 웃음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전국노래자랑>의 후임 MC가 붐이 된다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색감은 훨씬 더 젊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에 민감한 붐이 MC가 된다면, 과거의 추억을 즐기는 어른들조차도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나이가 많은 세대에 이미 친숙할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 바 있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보다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히 능력을 발휘하는 붐이야말로 <전국노래자랑>과 가장 알맞은 방송인일 수 있다.

이수근부터 시작해 붐까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론되더라도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은 송해다. 아무리 진행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입담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디 오리지널’인 송해의 업적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다시 돌아와 
신나는 무대를

코로나 확진자가 일일 2000명을 넘나들고 있어 <전국노래자랑>의 흥겨운 무대를 다시 만날 날을 쉽게 기약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신나는 춤사위와 웃음을 들려주길 고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다시 그의 밝은 미소를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해 1927>은 어떤 영화?
무대 뒤 국민MC의 진짜 얼굴

송해의 95년 인생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 <송해 1927>이 오는 11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송해 1927>은 한평생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송해의 무대 뒤 진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이 영화는 <마담 B>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인물을 깊이 있게 조명한 윤재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약 33년간 KBS1 <전국노래자랑> MC를 통해 온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인 시대의 아이콘이 된 송해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모습과 가슴 아픈 가족사 등 지금껏 공개된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진솔한 송해와 가슴 아픈 가족사
각종 영화제 초청, 뜨거운 반응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송해 1927>은 이후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12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티저 포스터는 송해의 유쾌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병뚜껑을 눈에 붙이고, 벨트를 색소폰처럼 입에 문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위 언제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국민들의 말 상대가 됐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송해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송해 1927>은 오는 11월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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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