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사' <전국노래자랑> 송해 후임 하마평

전설의 자리 누가 물려받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경쾌한 BGM이 들려왔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어김없이 찾아왔던 주말의 풍경이다. KBS1 <전국노래자랑>의 정겨운 멜로디는 노곤한 몸조차도 일깨우는 묘한 자극이 있다. 조부모와 함께 산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일요일 낮 12시 채널은 무조건 KBS1에 고정된다. 이 시대 어른들에겐 놓칠 수 없는 추억이자 라이브 노래방이다. 그 중심에 무려 32년간 무대를 이끈 95세 송해가 있다.

1927년생,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방송인 송해를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만나면, 호칭은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다.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아있는 10대 여중·여고생조차 증조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 가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오빠보다 빈도수가 적다. 

1988년
전설의 서막

누구 앞에서도 강력한 친화력으로 쉽게 마음을 여는 송해의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히 ‘국민 오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존재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올해 방송 경력 68년 차에 접어든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의 인연은 1988년도로 올라간다. 1987년 사고로 아들을 잃고 마음 앓이를 심하게 하던 차에, 그의 아픔을 알고 있던 한 PD가 “전국을 유람하면서 아픔을 치유하자”며 송해를 <전국노래자랑>의 MC로 이끌었다. 

송해는 힘겨운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배려한 PD의 말에 감동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전설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다섯 번째 MC로 발탁돼 전국의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한 회당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개개인의 색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송해였다. 출연자들은 송해에 기대 자신이 가진 흥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한이 서린 트로트는 물론 칼군무를 맞춘 10대도 있었고, ‘쿵따리 샤바라’ ‘잘못된 만남’과 같은 빠른 노래의 랩을 멋지게 구사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때론 감동을 주다 못해 가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한 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가수 이정권이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들처럼’을 완벽히 부르며 ‘연어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후 JTBC <팬텀싱어3>와 <싱어게인>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무려 32년’ 행복 준 송해의 인생
그의 생각은? “후임 MC는 ○○○”

이외에 노래 실력은 아쉽지만, 누구보다도 재밌는 입담으로 현장을 시트콤처럼 만들어내는 출연자도 있었다. 송해의 기막힌 진행과 출연자의 인생이 녹아든 입담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젊은 세대마저도 흡수하는 코믹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전국노래자랑>만 검색해도 눈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래는 뒷전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특산물을 들고나와 송해의 입에 쑤셔 넣다시피 하는 이도 많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특산물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알려졌다. 그중 벌을 온몸에 휘두르고 등장한 출연자는 또 다른 전설로 회자된다.


이러한 다양한 군상과 기분 좋게 호흡을 맞추며 ‘무대 위의 서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송해다. 세대와 이념, 남녀, 지역 간의 갈등이 깊은 한국 사회지만,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동일한 흥을 내비친다. 송해의 포용력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1994년 5월까지 6년 동안 MC를 맡은 송해는 잠시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되찾는다. 후임 MC가 송해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송해는 2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으로서 일요일 낮을 책임졌다.

일요일
안주인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지난해부터 방송을 중단 중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호흡하는 <전국노래자랑>의 공간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송해가 방송에 나왔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을 통해서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송해 1927>이 국내 영화제에 초청된 자리에서 잠시 시간을 내 근황을 들어본 것이다. 7kg가량 감량했다는 송해는 다소 낯선 이미지였다.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올라와도 대중은 ‘혹시나 큰일이 생긴 것 아닐까’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고령인 터라, 살이 빠진 모습조차 생경한 느낌이 든다. 비록 외형은 생소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며 인간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그는 그대로였다.

이날 화제가 된 부분은 후임 MC를 거론한 대목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아나운서 출신인 이상벽에게 후임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말뿐일 뿐 마지막까지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것 속내가 슬며시 드러냈다.

여전히 건강이 정정해 방송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후임 MC가 거론되자 팬들은 재미 삼아 여러 인물을 내놓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분 좋게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노래자랑>이 끼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다 보니 MC는 친화력이 좋으며, 음악적인 끼와 재능이 다분하고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결점이 있으면, 프로그램의 맛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탄탄한 선배가 있었다 보니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인지 이미 국내에서 재능이 검증된 톱 MC들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이다. 송해는 2010년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이수근을 차기 MC로 거론한 적이 있다. 짜고 칠 수 없는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잦은 이 프로그램을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인물로 이수근을 꼽은 것. 

적합한
인재는?


방송계의 레전드나 다름없는 이수근은 진행은 물론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이해가 높은 개그맨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를 진행하며, 국내 수많은 음악을 섭렵했고, 순발력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시 이수근은 “송해 선생님을 잇기 위해 이름도 ‘이해’로 미리 지어놨다”고 말해 웃음을 일으킨 적 있다. 아울러 본성이 매우 선하다는 점과 어른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

트로트의 전설인 장윤정도 <전국노래자랑>과 제법 잘 어울리는 가수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다. 엄청난 행사 활동을 통해 팬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이 훈련된 가수다. 

<전국노래자랑>이 콘서트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콘서트 경험이 많은 장윤정에게는 매우 익숙한 환경일 수 있다. SBS <도전천곡>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인지도나 정통성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포맷인 SBS <스타킹>을 흥행으로 이끈 강호동도 빠질 수 없다. 흥이 넘치는 <전국노래자랑>에 강호동의 에너지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 기합 한 번만 넣어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그의 에너지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준다.

또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예능인인 데다, 누구를 만나도 쉽게 대화를 끌어내는 친화력 또한 그가 가진 장점이다. 네임 브랜드가 강력한 MC라는 점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수근, 장윤정, 강호동…누가 좋을까?
김성주, 김신영, 붐…잘 어울릴 이미지

‘오디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김성주도 <전국노래자랑> 후임 MC에 언급되는 방송인이다. M.net <슈퍼스타K>와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MBC <복면가왕>의 전문 MC인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의 포맷은 매우 친숙하다. 

깔끔한 진행은 물론 돌발상황을 완벽하게 처리한 경험도 있어, 대중이 신뢰하는 MC다. 다만 유머 코드에 있어서는 비교적 화력이 약한 면이 있다. 다양한 출연자의 독특한 행동에 웃음을 끌어내는 진행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력한 인물이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전국노래자랑>과 잘 어울린다. 국내 연예인 중 흥이 넘치는 스타로 이수근에 버금가는 순간 센스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개인기도 상당하며, 콩트 능력도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라디오 DJ로서 활약하며, 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오디션 진행 경험이 없음에도, 누구와 만나도 쉽게 다양한 웃음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전국노래자랑>의 후임 MC가 붐이 된다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색감은 훨씬 더 젊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에 민감한 붐이 MC가 된다면, 과거의 추억을 즐기는 어른들조차도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등에 출연하며 나이가 많은 세대에 이미 친숙할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 바 있다. 여러 사람이 있을 때보다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히 능력을 발휘하는 붐이야말로 <전국노래자랑>과 가장 알맞은 방송인일 수 있다.

이수근부터 시작해 붐까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론되더라도 <전국노래자랑>의 안주인은 송해다. 아무리 진행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입담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디 오리지널’인 송해의 업적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다시 돌아와 
신나는 무대를

코로나 확진자가 일일 2000명을 넘나들고 있어 <전국노래자랑>의 흥겨운 무대를 다시 만날 날을 쉽게 기약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신나는 춤사위와 웃음을 들려주길 고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다시 그의 밝은 미소를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해 1927>은 어떤 영화?
무대 뒤 국민MC의 진짜 얼굴

송해의 95년 인생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 <송해 1927>이 오는 11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송해 1927>은 한평생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송해의 무대 뒤 진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이 영화는 <마담 B>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인물을 깊이 있게 조명한 윤재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약 33년간 KBS1 <전국노래자랑> MC를 통해 온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인 시대의 아이콘이 된 송해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모습과 가슴 아픈 가족사 등 지금껏 공개된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진솔한 송해와 가슴 아픈 가족사
각종 영화제 초청, 뜨거운 반응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송해 1927>은 이후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12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티저 포스터는 송해의 유쾌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병뚜껑을 눈에 붙이고, 벨트를 색소폰처럼 입에 문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 위 언제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국민들의 말 상대가 됐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송해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송해 1927>은 오는 11월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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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