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내던진 이낙연 배수진 노림수

마지막 패에 정치인생 올인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결국 승부수를 던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대세로 부상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대선레이스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 4번과 전남도지사, 총리 경험으로 입법·행정 면에서도 입증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정부에서는 1년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총리직을 지내며 차기 민주당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출발부터
흔들 흔들

총리 재임 이후 출마한 종로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와 맞붙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대표직까지 내던졌지만 패하면서 사실상 정치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차기 대세라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 다녔다. 

하지만 1년 뒤, 지지율은 수직 낙하했다. 총리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탓이다. 특유의 명쾌한 언행은 사라졌고, 신중함은 오히려 단점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발언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대선 출마를 노렸던 이 전 대표에게 ‘리스크’를 안긴 셈이다.

연이은 실책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전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출마 선언도 이 지사보다 늦은 시점에 이뤄졌다.

불안한 출발을 시작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1차 경선에서 이 지사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결국 그는 지난 8일, ‘의원직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급구 만류했으나 이 전 대표의 뜻은 완강했다. 

이재명 대세론 굳어지자 분위기 반전카드
배지 던지고 호남에 진정성 어필…결과는?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경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캠프 내 의사 결정 과정도 다급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 의견도 다수였으나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다급하게 사퇴가 이뤄진 만큼 이 전 대표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나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쳤을 가능성은 낮다. 오로지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한 결정으로 지지를 받는 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의원직 사퇴 카드로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 역전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에서 이 지사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이 지사가 이른바 ‘지사 찬스’를 누린다는 비판에도 지사직을 내려놓지 않는 점을 대비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동시에 확장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실상 이 전 대표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호남을 18번이나 방문하며 경선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사퇴 후에도 호남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자신에게 확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당장 효과를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효과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후의
승부처

일각에서는 호남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행보라는 비판과 함께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의 패착이 ‘충청 패배’로 나타났음에도 이를 만회할 정책과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까닭에 사퇴라는 강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호남에선 진정성밖에 어필할 수 없다는 것.

사퇴 효과를 통해 반이재명 연대의 표심을 흡수한다고 해도 문제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탈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를 내던진 것에 따른 후폭풍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종로는 ‘정치1번지’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질 3·9 재보궐선거에서 이겨야 본전이고 패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런 연유로 재보선 결과에 따른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로 향할 수 있다. 그의 사퇴가 더 나아가 3·9 재보선뿐 아니라 2024년 22대 총선 판세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금배지를 내던지면서 그에 따른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는 누가 종로를 차지할지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사퇴에도 불구하고, 경선 컷오프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되돌아갈 곳이 없게 된다.

과거에도 이 전 대표처럼 의원직을 사퇴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사퇴 카드가 늘 효과를 거뒀던 것은 아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사례가 그렇다. 안 대표는 대선후보 등록과 동시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당선되지 않았다.

재보궐 지면 
책임론 부상

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지난 19대 대선 경선 당시 경남지사직을 중도 사퇴했다가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렸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현재 여권 대선후보 중 지지율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점에서 김 의원과 같은 행보를 밟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 내에서도 벌써부터 재보선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사퇴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이 전 대표를 공격하기에 충분한 여지를 만들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캠프는 “경솔한 결정”이라며 “호남을 볼모로 잡으려는 저급한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여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마땅히 종로에 내세울 대안이 많지 않다. 몇몇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친문(친 문재인)으로 분류된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이 이 전 대표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 전 대표에게 필요한 표심은 중도층과 반 이재명 세력의 결집인데, 친문이 도움을 보탤 수 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이 전 대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듯 “광주가 저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저는 끝난다”고 읍소했다. 호남에서 승리를 해도 최종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남아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다만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점과 닥쳐올 재보선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이 지사 선거 캠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에게는 피난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최종 경선 이후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남은 대선 일정을 이어나간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경쟁하던 후보들의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을 자신의 캠프에 영입한 바 있다. 선대위원장만 12명이 될 만큼 많은 인원을 영입했다.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
지역구 공천 가능성 낮아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오랜 전통”라며 “이 지사에게 패배해 요청이 온다면 선대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둘 사이에 네거티브 공방이 오갔던 데다, 오히려 지지층 결집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한편으로는 이 전 대표가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고, 벌써부터 차기를 노리는 행보를 석택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황 전 대표도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번 국민의힘 1차 컷오프에 통과해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황 전 대표 역시 최종 경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 이 전 대표 본인도 경선 이후 쉽게 물러날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서는 지사직과 시장직에 출마하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총리 재임 시절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끌었던 점이 여전히 장점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지역민심을 초반부터 다져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이상 당장은 총선에 도전하기도 힘들고, 추후 지역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이 전 대표의 다음 행보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본인도 마지막이라고 언급한 만큼 사실상 경선 패배는 정치계 은퇴라는 시선이 강해서다.

다음 행보는…
이대로 끝?

한 정치권 인사는 “실질적으로 현재 대선 판도를 바꾸기 힘들다. 명분이 없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역풍만 맞아 이 지사에게 도움을 준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패배한 뒤가 최종 경선 직전에 의원직 사퇴를 했더라면 진정성을 더 인정받았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패한다면 책임론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따라잡기 바쁜데… 
추미애에 발목 잡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추미애 전 장관에게 있어 이낙연 전 대표는 공격 대상이다. 추 전 장관은 “네거티브와 무책임의 대명사가 민주당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인지 의문”이라며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프레임을 이용해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한다.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후보가 경선장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고발 사주 사건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이 전 대표에게 강력한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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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