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정의당 마이웨이

“민주당 연대? 갈 길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정의당이 대선에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 정의당 대선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으면서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내년 대선이 치열한 만큼 정의당이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를 포함해 이정미 전 대표,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김윤기 전 부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다자구도

심 전 대표는 “촛불정부에 대한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진보정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건으로는 ‘전환의 정치, 시민의 시대’를 내걸었다. 심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07년 민주노동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권영길 전 의원에게 패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진보정의당 후보로 출마한 후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하며 사퇴했다. 정의당 후보로 완주한 것은 지난 2017년 19대 대선이 처음이는데 당시 6%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황 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위원장은 1977년생으로 올해 만 44세다. 그는 공약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임금 체계 전환 ▲기본소득 및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돌봄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공약으로▲기후 대통령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대통령제 폐지’를 내놨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진보개혁연대에 종언’을 통해 선명성을 강조했다. 그는“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변명은 오히려 생존의 위기로 돌아왔다”며 “민주당의 개혁을 견인하거나 뒷받침하겠다는 말은 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정의당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연대하면서 ‘정의당=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침묵이 화근이었다.

정의당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 입장을 냈다. 군소정당의 숙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민주당과의 공조였지만, 당은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당시 진중권 동양대 교수를 포함한 당원들의 ‘탈당 러시’로 이어지자 심 전 대표는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고 나갈 길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두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조국 사태 이후 각종 악재로 하락세
단일화 선 긋는 후보들 “절대 없다”

이에 더해 당은 최악의 재정난에 빠졌다. 21대 총선에서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43억의 거금을 대출받으면서다. 이는 당원들의 지역구 출마 후보를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정의당은 253개 지역구에 73명의 후보를 냈고, 1명당 4000만원을 지원했다. 대략 28억원가량을 후보 지원액으로 쓴 셈이다.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일부 보전받았지만, 40억원의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악재는 계속됐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결정타였다. 지난 1월 김 전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김 전 대표는 결국 제명됐지만, 현재까지 당은 세대교체 실패와 리더십 부재, 당 정체성 논란 등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다시 정의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군소 정당에 불과하지만, 거대 양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당의 본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라는 개혁을 포기할 수 없어서 조 전 장관 문제에 정의당의 기준과 다른 선택을 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에만 해도 정의당은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예외 없이 ‘낙오’됐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정의당이 반대한 상당수의 인사들은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이미 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민주당이 강하게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당은 이를 두고 ‘개혁의 오남용’이라고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후보들 역시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심 전 대표는 “우리가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고, 황 위원장은 “더 큰 진보를 위한 제3지대, 다시는 배신할 수 없는 강력한 촛불 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이 박빙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데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이 수백만표를 가져가면 대권의 승패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스팅보트

정의당은 오는 10~11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대선후보 선출 일정에 돌입한다. 내달 1일부터 6일까지 당원투표로 후보를 확정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통해 같은 달 12일에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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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2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서울고법에) 모여 있는데 이 순간에도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의문을 가졌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행이 좌절되는 만큼, 이 대표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심서 법원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에 대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리면서 향후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통상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원심이 뒤집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내란공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억지 기소였음이 판명 났다”고 환영했다. 그는 “정의가 승리한 사필귀정 판결”이라며 “위법부당한 법 해석을 적용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에 대해 사상 초유의 즉시항고 포기로 탈옥시킨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공정하게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막말과 저주를 퍼부어 온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의 승리, 정치 검찰의 완패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원, 지지자들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은 검찰 권력을 향한 파면 선고로 검찰은 저강도 쿠데타로 윤석열정권을 세운 뒤, 조국 전 (혁신당)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법원은 오늘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 보복, 사법 살인 시도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서 열린 이공계 현장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무죄 사유는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1심서 유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서 무죄가 나온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대표)는 같은 사안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으로서 봐도,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서 이 부분이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당으로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법원이 정치인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이 대표에게 거짓말 면허증 내준 서울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며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