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미친 존재감

야권 맏형이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에 ‘홍준표 돌풍’이 불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되는 반면 홍 의원의 지지율은 상승을 거듭해 윤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홍 의원은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를 자신하고 있다.

'독고다이(혼자 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야권의 대권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대표적 별명이다. 홍 의원은 ‘대선 재수생’이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보수정당의 얼굴로 나선 바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유승민계로 꼽히는 개혁보수가 당을 나가고 유력주자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했을 당시다. 

지난 총선
‘팽’ 신세

나라가 두 쪽 나는 싸움에서 홍 의원의 패배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는 득표율 24.03%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무주공산’이 된 자유한국당을 이끌었다. ‘친이(친 이명박)’도 ‘친박(친 박근혜)’도 아닌 독고다이 정치인이 보수정당의 수장직으로 오른 것.

무너져 가는 당을 살리겠다고 나선 이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적 부침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당에서 ‘팽’당해 무소속으로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됐고, 논란 끝에 당선됐다. 이후 많은 설전 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 복귀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런 홍 의원의 상승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짝 좁히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 윤 전 총장은 25.9%, 홍 의원은 21.7%를 기록했다. 

홍 의원이 선두권을 형성하던 윤 전 총장을 오차 범위 내로 따라잡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홍 의원 자신이 일으킨 이변으로 볼 수 있다. 경선 전까지만 해도 홍 의원은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꼰대 정치인’ ‘강경 보수’ 이미지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야권은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양강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 전 원장은 ‘윤석열의 대항마’로 불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인물이다. 8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락세 윤석열 바짝 추격
꼰대서 ‘무야홍’으로?

하지만 최 전 원장의 과도한 ‘우클릭’은 패착이 됐다. 최근 최 전 원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홍 의원이 ‘윤-홍’ 양강구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여야를 불문하고 2030세대에서 홍 의원의 선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홍 의원은 위 여론조사에서 20대 23.7%, 30대 24.5%, 40대 2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을 앞서는 지지율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 요인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윤 전 총장에게 등을 돌린 2030세대가 홍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실책이 계속되면서, 재수생인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의원에게 돌아오고 있는 표심은 애초에 5년 전 홍 의원이 받았던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으로 향할 표가 홍 의원에게 가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에 실망한 2030대 남성은 시원시원하게 말이라도 잘하는 홍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2030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이란 용어가 유행세를 타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무야호(무지하게 신난다)'라는 인터넷 밈을 패러디한 것이다. 홍 의원 역시 ‘돌돌홍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신조어를 내세워 꼰대 이미지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2030 공략
이미지 변신

아울러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홍유(홍준표·유승민 지지) 연대’를 결성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둘은 정치권 주요 현안에 대해 일심동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역선택 방지’ 룰에 대해 같은 입장을 내거나, 윤 전 총장의 공약에 대해 한 배를 탄 듯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30을 공략한 홍 의원의 상승세는 다소 의외다. 보수색이 짙은 홍 의원은 꼰대 정치인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줄곧 청년, 중도를 강조하며 개혁보수의 길을 걸어왔다. 

이 배경에는 ‘이준석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당내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벌어진 갈등 국면에서 홍 의원은 “나이는 어려도 당 대표는 당의 최고 어른”이라며 적극적으로 이 대표 편에 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발맞추는 모습이 청년들에게는 인상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홍 의원은 2030세대가 열광하는 이슈를 빠르게 선점했다. 고시제 부활, 흉악범에 한한 사형제도 부활과 같은 공약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이니셜을 딴 ‘JP의 희망편지’라는 이름으로 13차례에 걸쳐 공약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국립외교원을 없애고 사법시험과 외무고시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대입 수시 제도 폐지와 정시 선발 공약도 있다. 이는 모두 2030세대의 역린으로 꼽히는 ‘공정’과 직결되는 이슈들이다. 

실제 홍 의원은 2017년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인 시위자를 찾아가 사법고시 존치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양화대교를 전격 방문해 “대통령이 되면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4년 유예 없이 존치할 테니까 내려와서 대화하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양강 이변
중도 확장

홍 의원의 이미지 변신 역시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스타일 변화는 그의 노력이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홍 의원은 최근 자신의 상징인 빨간색 넥타이를 벗고 푸른색 넥타이를 즐겨 매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홍 의원은 남색 계열의 정장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붉은색으로 자꾸 매니까 고집스럽게 보인다는 지적이 하도 많아 우리 당 상징색 중 하나인 파란색을 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중도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사이다 발언’에 2030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그를 특정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말’이다. 실제 그를 대선 무대로 끌어올린 가장 큰 무기는 적재적소에 날리는 언변이었다. 가장 반대 편에 있는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의원의 사이다 발언과 발빠른 행보로 인해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 의원의 사이다 화법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30세대를 말로 사로잡고 있지만, 말로 망할 수도 있다는 것.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 “좋아할 만하네”
역선택 논란? 추석 전후 ‘골든크로스’ 자신

홍 의원은 지나친 공격성으로 인해 ‘안티’가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의원 시절에는 거친 발언으로 ‘홍트럼프’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였다.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을 당시에는 무죄를 강변하려 “유죄가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보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사형제도 부활에서도 그의 그런 면모가 드러났다. 홍 의원은 “흉악범에 한해서는 사형 집행을 부활하겠다”며 1997년 이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20개월 된 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된 가운데, “이런 놈은 사형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가 기분만 띄워주는 ‘선동정치’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의원의 과격한 발언이 본질적인 정책과는 멀다는 지적이다. 같은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홍 의원의 발언을 두고 ‘대선주자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홍 의원의 상승세가 ‘역선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다른 정당 선거에 고의적으로 ‘약체’ 후보에 투표해 투표 결과를 왜곡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호남, 진보, 여권 지지층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역선택이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역선택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여러 연령층으로부터 선택받는 홍 의원을 약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곧 보자”
자신만만

이와 관련해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홍 의원의 부인이 호남 출신이고 지난 대선부터 호남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호남에서 인기가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역시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로 갈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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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