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리더십 리스크 막전막후

샅바만 잡고 있다가 진짜 싸움 끝날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투스톤’의 공방으로 국민의힘이 연일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민심은 이준석 대표의 판정패. 각종 난제들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야권이 이대로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녹취록 파문 등 각종 내홍에 시달리면서 ‘이준석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당의 자중지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내홍에
힘겨루기

지난 4월 이후 국민의힘은 연일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여당을 누른 후 당은 승승장구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당 대표가 당선됐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이 부상했다.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자리 잡는 듯했다. ‘영남당’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대변인 토론 배틀과 같은 신선한 시도 역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두 달 만에 11만명의 당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와 야권 1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싸움’으로 민심이 식어가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47%,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였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당시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각각 55%, 34%로, 21%에서 8%로 격차가 좁혀진 상황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둘의 갈등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정시 출발론’을 내세우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연일 압박했을 당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입당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입당 예정 사실이 유출되자 다음 날 전격 입당을 단행했다. 

유례없는 당 대표-대권주자 ‘1강’ 갈등
각종 대리전에 민심 싸늘…당 자중지란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대표가 호남에 출장 차 내려갔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다른 인사들을 통해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거진 ‘당 대표 패싱론’은 둘의 갈등에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 

이후 이들의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윤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취록’ 파문까지 터지면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단체가 규탄대회를 열고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윤 캠프는 “우리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추진설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이 대표 체제를 대신한 비대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불쾌함을 토로했고, 윤 전 총장은 비대위 추진설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세력으로 꼽히는 ‘유승민계’도 반격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4일 윤 전 총장을 향해 “정권교체를 하러 온 건가, 아니면 당권 교체를 하러 온 건가”라며 공개 저격했다. 대권후보가 ‘대리전’에 나선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표의 측근은 현재 유승민 캠프에 대거 몰려있다. 당내 주요 보직에는 이 대표의 측근이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스스로 ‘유승민계’라는 눈총을 의식해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투스톤
대리전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이 대표에게는 ‘공정성’ 시비가 늘 따라 다녔다. 계파가 뚜렷한 그가 경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오히려 유승민이 가장 불리해질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유 전 의원에 대한 이 대표의 각별한 애정은 정계 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의 부친과 두터운 관계다. 이 대표는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 경력을 쌓았고, 이를 발판 삼아 박근혜정부의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야지.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유승민계’ 공식이 다시 한번 강조되자 정계는 들썩였다.

당 대표와 이례적인 갈등에 윤 캠프 측은 “개별 구성원의 발언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민심 역시 윤 전 총장으로 기울었다. 최근 이 대표와 당내 대권주자 간 갈등이 불거졌던 것을 두고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선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앤써치가 <매일경제>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윤석열, 원희룡 등 일부 대선주자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누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당 지지층 중 35.1%가 이 대표를 지목했다. 대표와 후보 모두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23.7%로 뒤를 이었다(자세한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줄줄이
판정패

이외에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최근 정계에 떨어진 ‘부동산 폭탄’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 중 절반에 대해서만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후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당보다 더 엄격한 기준과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선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다소 낮은 처벌 수위로 인해 이 대표가 당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역시 실패한 상태다. 합당은 야권 단일화를 위한 이 대표의 핵심 과제였다. 이대로면 국민의당이 주축이 되는 제3지대와 중도층 표심 경쟁을 해야 한다. 사실상 야권 분열인 셈이다.

그간 이 대표와 안 대표는 지난한 ‘샅바싸움’을 이어왔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회견을 열어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다”고 선언했다. “상처를 입었다”는 감성적인 호소까지 더해졌다. 

국민의당 합당 결렬…멀어지는 보수통합
“골든타임 놓칠라” 이대론 정권교체 필패?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합당에 관한 양자택일을 공개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예스(Yes)냐, 노(No)냐만 답하면 된다” “정상적인 언어로 소통하자”며 강압적인 태도로 국민의당의 감정을 건드렸다.

이 대표가 속으로는 협상 결렬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향한 질타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준석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직접 협상하겠다고 하길래 정말 그걸 믿고 있었는데 공격하고 끊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협상 결렬 선언을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당내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분열은 공멸이다. 감정싸움할 때가 아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더라도 다시 하시라”면서 “당 지도부의 노력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다”고 했다.

안 대표의 독자 대선 출마로 국민의힘은 야권 분열의 리스크 하나를 안게 됐다. 제1야당으로서 ‘범야권 플랫폼’을 자처한 게 무색해진 양상이다. 당 밖에선 제3지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안 대표와의 연대에 선을 그었지만, 야권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지대
야권 분열?

야권 통합은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진보진영 득표율은 47.25%이고 보수진영의 득표율은 52.2%였다. 야권에서는 당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실패를 뼈아픈 실책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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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