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라도 해야 하나? 국회 의원회관 '542호' 미스터리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터에는 기운이 있다. 국회 의원회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명당’으로 꼽히는 로얄층이 있는가 하면, 기피되는 방도 있다. 의원회관 542호가 대표적이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300개의 의원실이 있다. 전망과 채광이 좋은 7~9층은 한강 조망권을 가진 ‘로얄층’으로 꼽힌다.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했던 방도 인기가 좋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325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간 545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638호, 이명박 전 대통령의 312호이 대표적이다.

터가?

방 호수가 가진 정치적 의미도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뜻하는 615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이 이용 중이다. 이 방은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유명한 박지원 국정원장이 12년간 썼던 방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는 다선의 이용호 의원이 연이어 쓰고 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방이다.

반면 의원들이 기피하는 방 역시 존재한다. 해당 방을 거쳤다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안 좋은 구설에 올라서다. 542호가 대표적이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배경은 17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42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구논회 전 의원의 방이었다. 구 전 의원은 1995년 위암치료를 받은 후 2004년 대전 서구을에서 당선됐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 등으로 교육권 보호에 각별한 애정을 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기 도중인 2006년 암이 재발해, 향년 46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후 542호는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로 이뤄진 통합신당모임 등의 사무실로 쓰였다.

2012년에는 잠시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사무실로 쓰이기도 했다.

해당 의원실은 제 19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김형태 전 의원이 사용했다. 정치 신인이었던 김 전 의원은 2012년 이상득 전 의원이 물러난 포항시남구울릉군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하지만 총선 직전 ‘처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김 전 의원의 죽은 친동생의 아내인 최 모씨가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알몸으로 성추행을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김 전 의원이 성폭행을 시도했을 당시는 2002년. 당시 그는 KBS 기자로 재직 중이었다.

투병, 성폭행 의혹, 탈당…
머물렀다 하면 일 터진다?

의혹 제기 직후 김 전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술을 먹고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은 인정한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김 전 의원은 탈당하면서 정치적으로 매장됐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가장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잃었다.

재보궐선거에서 542호를 물려받은 새누리당 박명재 전 의원 역시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박 전 의원은 ‘친박계(친 박근혜)’의 핵심 인물로 꼽히면서 19대 국회에서 빠르게 부상했다. 하지만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사무총장직을 사퇴했고, 재당선된 이후 방을 옮겼다.

542호는 지난 20대 국회 내내 세미나실처럼 쓰이다, 현재 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사용 중이다. 다만 그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분 쪼개기’ 투기 의혹으로 당에 탈당계를 낸 상태다.

윤 의원의 부인은 2017년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논 1필지(2121㎡)의 지분(33㎡)을 2744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논은 28명이 공동 소유 중으로, 지분을 매입한 회사는 농업법인이다. 이곳은 2022년 개통될 서해선 복선 안중역에서 약 600m 떨어져 있다. 인근에 개발 중인 고덕국제신도시와는 15㎞여 거리에 있어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투기 의혹에 대해 윤 의원은 “공인중개사를 하는 부인의 친구가 2000만원 정도 급하게 빌려 달라고 했고, 대신 땅으로 갖고 있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 해당 지분에는 통상 금전거래에서 나타나는 근저당 설정이 돼있지 않았고, 빌려준 돈보다 700만원이 더 많은 금액에 매매 등기돼있었다.

악재

민주당은 지난 6월 윤 의원을 비롯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탈당을 권유했다.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불법거래 의혹이 있는 전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하기로 당이 결정하면서다. 윤 의원은 이에 수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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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2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서울고법에) 모여 있는데 이 순간에도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의문을 가졌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행이 좌절되는 만큼, 이 대표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심서 법원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에 대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리면서 향후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통상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원심이 뒤집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내란공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억지 기소였음이 판명 났다”고 환영했다. 그는 “정의가 승리한 사필귀정 판결”이라며 “위법부당한 법 해석을 적용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에 대해 사상 초유의 즉시항고 포기로 탈옥시킨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공정하게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막말과 저주를 퍼부어 온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의 승리, 정치 검찰의 완패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원, 지지자들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은 검찰 권력을 향한 파면 선고로 검찰은 저강도 쿠데타로 윤석열정권을 세운 뒤, 조국 전 (혁신당)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법원은 오늘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 보복, 사법 살인 시도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서 열린 이공계 현장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무죄 사유는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1심서 유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서 무죄가 나온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대표)는 같은 사안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으로서 봐도,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서 이 부분이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당으로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법원이 정치인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이 대표에게 거짓말 면허증 내준 서울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며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