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서다' 쌍용차 영욕의 66년 풀스토리

끝이 안 보이는 롤러코스터 터널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쌍용자동차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과거보다 기업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명가는 먼 옛말일 뿐 망가로 불린지 오래다.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인수 경쟁은 당초 SM그룹과 에디슨 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SM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쌍용차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실상 끝이라는 말도 나온다. 쌍용차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또 벼랑 끝
다시 살까?

쌍용차와 매각주관사(EY한영회계법인)는 지난 6월 기업 인수합병 공고를 냈다. 지난 7월30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SM그룹, 카디널 원 모터스 등 총 9개 업체였다.

당초 인수전은 SM그룹과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업계 관심도 증폭됐다. 

그러나 인수에서 유리하다는 평을 받았던 SM그룹이 발을 빼면서 인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에디슨모터스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도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했다. 개인투자자 등에서도 약 27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는 이번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실사, 투자계약 등의 수순을 밟았다. 업계는 쌍용차 공익채권 3900억원과 추가 투입 비용 등을 합산한 인수금액을 1조원으로 예상한다.

우여곡절의 시절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시초는 1954년 하동환씨가 설립한 하동환제작사다. 이후 1977년 동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코란도를 생산했다. 코란도로 차량 판매로 실적을 올려 해외로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하동환씨는 자동차 연구개발 비용 부담에 회사를 쌍용그룹에 매각했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은 사명을 현재와 같은 쌍용차로 바꾸고 파격적 투자를 감행한다. 투자를 기반으로 무쏘, 뉴코란도를 출시했지만 현대, 대우 등에서 만든 차량과 경쟁에서 뒤쳐졌다. 당시 쌍용차의 시장점유율은 1.6% 수준이었다.

재기를 위해 김 전 회장은 4500억원을 체어맨 개발에 투입했지만 적자로 이어졌다. 결국 3조4000억원의 빚과 외환위기라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대우그룹에서도 쌍용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1년 뒤 대우그룹마저 분해되고 쌍용차가 채권단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에서 나온 뒤 렉스턴 출시로 잠시 반등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지분 49.8%를 인수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분 매각 후 신차 개발은 전무했고, SUV차량 점유율마저 현대차에 추월당하게 된다. 


쌍용차가 본격적인 하락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부터 ‘먹튀’ 가능성을 내비쳤다.

먹튀 우려는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연구 개발 자료가 상하이차에 유출된 것이다. 또 상하이차는 인수 시 약속했던 재투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쌍용차는 2008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상하이차가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탓이다.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쌍용차는 비상경영을 선언한다. 경영위기가 닥쳐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에 나섰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며 평택공장을 점거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노조 파업은 970여명이 정리해고 나서야 일단락 됐다. 

산전수전
다사다난

장기간 파업으로 판매망, 품질관리 등이 붕괴됐다. 이는 쌍용이 더 이상 쌍용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됐다.

인원 감축을 통해 버티던 쌍용차는 2010년 인도 자동차 업체 ‘마힌드라’를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맞는다. 마힌드라의 과감한 투자로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생산과 실적도 회복 추세를 보였다. 

안정을 되찾은 쌍용차는 2013년 14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창사 후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여전히 영업손실 적자가 이어졌지만 매년 적자를 축소시켰다. 

매출 상승에 힘입어 2015년에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티볼리는 출시 첫 해에만 4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다음 해에도 5만대 이상이 팔리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015년 말 흑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쌍용차가 소형 SUV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때 티볼리 흥행으로 내수시장 3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티볼리 판매는 점차 하락세에 들어섰고 2017년이 되면서 닫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적자의 원인은 기아자동차가 ‘니로’,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출시하며 티볼리가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주면서다. 변형 ‘코란도’ 출시도 쌍용차에 위기가 닥친 원인이었다. 출시 전 높은 기대감과 다르게 외형과 디자인 면에서 악평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생 공신 티볼리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다른 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를 면치 못한 쌍용차의 위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고 쌍용차는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 임원이 직접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티볼리로 잠깐 반짝했지만…
연속 적자 내면서 ‘허우적’

마힌드라의 지원이 무산되자 서울서비스센터 부지와 부산물류센터 등을 연속으로 매각했다. 마힌드라도 쌍용차 지배권 포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린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마힌드라가 사업을 철수하자 쌍용차는 12년 만에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거래소에 의해 쌍용차 유가증권 거래도 정지됐다.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거론됐지만 1년의 개선 기간을 받았다.

폐지를 면한 쌍용차는 법정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 중에 있다. 새 투자자의 투자 계획을 회생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에도 나섰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조직과 임원 수를 줄여 자연스러운 조직개편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 직원 20% 임금 삭감에 이어, 지난 6월엔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복리후생도 중단됐다.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쌍용차가 노조에게도 기업의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과거처럼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66세 미수
관건은 돈

인건비를 줄이는 데 이어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평택공장 부지를 팔고 공장을 교외로 옮길 계획도 마련했다. 평택공장 부지는 자산재평가에서 약 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부지가 주택·상업용 용지로 변경되면 1조5500억원까지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청산 가치가 잔존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부지 가격에 따라 쌍용차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쌍용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쌍용차는 2조950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손실은 4235억원, 당기순손실은 478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수출 감소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영향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탓이다. 자구책 마련을 통해 비용절감을 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 감소와 경쟁 심화로 영업비용이 증가했다.

영업비용 증가는 신차 개발마저 지연시켰다. 관건은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와 차량 출시 후 판매 수익 확보 가능 여부다. 쌍용차는 자사 최초 전기차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혼란한 상황을 고려해 신차 출시가 미뤄졌다. 업계는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실적을 회복하기에 늦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위탁 생산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 상황에서 사업을 이어갈만한 능력도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도 신차 개발이 선순환으로 이뤄지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 마힌드라가 인수하던 당시에는 부채보다 자산보유액이 높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차의 자산은 1조7686억원, 부채가 1조8568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더욱이 쌍용차는 3700억원이 넘는 공익채권마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1200억원은 밀린 임금이기 때문에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바로 갚아야 한다. 

주인 찾아 명가 재건 시도
“차라리 파산이 낫다” 시선도

과거 HAAH가 인수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도 공익채권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차 정상화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일부 인수 의지를 드러낸 업체들의 이탈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본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낮은 액수를 제시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인수금액이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자금 확보가 중요한 점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인수전에 나선 업체 대부분의 자금력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HAAH의 경우 최근 파산 문제를 겪었다. 듀크 헤일 회장은 4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도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케이팝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여전히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다만 업체들이 1조원을 마련해 쌍용차를 인수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업계는 쌍용차 정상화까지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가 쌍용차를 매각하는 데 핵심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과거 자금조달을 위해 마힌드라와 같이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물론 이마저도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 산업은행이 GM을 잡기 위해 8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어서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돕겠다고 섣불리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쌍용차는 이번 M&A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인수가 불발될 경우,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에 보고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계속 가치는 6200억원이다. 

다음 주인은?
마지막 고비?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쌍용차는 디젤, SUV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 미래 기술력마저 떨어져 어느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업체”라고 말했다. 위기에도 수차례 살아남은 쌍용차가 명가 재건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쌍용차의 미래 비전
“고유의 색 찾는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자동차가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쌍용차는 지난달 26일 차세대 SUV KR10(프로젝트명) 디자인 스케치를 공개했다. 

그동안 쌍용차는 고유의 색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쌍용차가 이번 발표를 통해 정통 SUV 브랜드로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또 쌍용차는 KR10에 앞서 자사 첫 번째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돌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 코란도와 차이는 없지만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KR10, J100은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차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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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