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만들어 낸 잉글리시의 상승세

함께할 땐 두려울 게 없다

해리스 잉글리시가 치열한 접전 끝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여덟 차례에 걸친 연장전 끝에 거둔 갚진 수확이다. 잉글리시가 우승하자, 그의 캐디인 에릭 라슨도 주목받고 있다.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양상이다.

 

해리스 잉글리시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 8차례 연장 접전 끝에 크레이머 히콕(미국)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 1월 시즌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이후 6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보탠 잉글리시는 개인 통산 4승째를 챙겼다. 우승 상금은 133만2000  달러.

상승세

3라운드 선두 히콕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잉글리시는 5언더파 65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히콕을 따라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8번 홀(파4)과 17번 홀(파4)을 오가며 치른 연장전에서 둘은 위기를 만나면 기가 막히게 벗어나고, 버디 기회는 아깝게 놓치면서 승부를 끝없이 이어갔다.

5차 연장에서는 히콕의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나왔고, 6차 연장에서는 잉글리시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 갔다. 6차 연장에서 히콕은 잉글리시의 버디 퍼트보다 더 먼 거리 파퍼트를 집어넣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8차 연장에서 잉글리시는 4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PGA 투어에서 8차 연장은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벌어진 11차 연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긴 연장 승부다. 당시 로이드 맹그럼과 캐리 미들코프는 11차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공동 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숨 막혔던 8번 연장 끝 승리
올 시즌 2승…상금 133만달러

1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 선두에 올라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쥘 기대에 부풀었던 히콕은 4라운드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올랐지만, 잉글리시를 뛰어넘지 못했다. 히콕은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텍사스대학 골프부에서 뛰면서 방을 같이 쓴 친구다. 스피스가 2017년 이 대회 연장전에서 이겨 우승한 장면이 중계방송 도중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샘 번스(미국) 역시 히콕의 가장 가까운 친구. 번스는 이날 연장전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친구를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6타를 줄인 마크 리슈먼(호주)이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나가지 못하고 3위(12언더파 268타)에 올랐다.

선두에 2타 차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 역전 우승도 기대했던 이경훈은 10오버파 80타를 쳐 공동 73위(2오버파 282타)로 추락했다. 이경훈은 버디는 단 2개 밖에 잡아내지 못하고 보기 7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적어내는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경훈은 2018년 PGA 2부 투어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클래식 1라운드에서 80타를 친 적이 있지만, PGA 투어에 진출해서는 처음 80대 타수를 제출했다.

잉글리시가 8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자, 그의 캐디인 에릭 라슨도 주목받고 있다. 라슨은 마크 캘커베키아, 제프 오버턴, 재미교포 앤서니 김 등의 골프백을 멨던 PGA 투어의 베테랑 캐디다.

‘교도소 10년’ 캐디와 합작승
 술술 풀리는 찰떡 콤비 인증

그는 특이하게도 10년 동안 미국 연방 교도소에 복역한 이력을 지녔다. 라슨은 코카인을 판매하다가 적발돼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복역했다. 그는 복역을 마치고 곧바로 PGA 투어 캐디로 복귀했다. 은인은 캘커베키아였다.


1995년 벨사우스 클래식 우승 때 호흡을 맞췄던 캘커베키아는 복역 중인 그를 찾아가 “교도소에서도 똑바로 살라. 출소하면 내가 선수로 뛰는 한 너한테 캐디를 맡기겠다.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너를 고용할 선수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10년 뒤 캘커베키아는 약속을 지켰고, 둘은 2007년 PODS 챔피언십 우승을 합작했다. 캘커베키아가 더 젊은 선수를 보좌하도록 주선한 덕분에 라슨은 에버턴, 앤서니 김과 인연이 닿았다.

캘커베키아의 보증으로 마약 전과자라는 허물을 벗은 그는 예스퍼 파네빅(스웨덴), 팀 헤런(미국), 그리고 잠시나마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의 캐디로 일하는 등 1급 캐디로 자리 잡았다. 선수의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리지 않는 성실함과 착한 심성,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은 그를 누구나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캐디로 만들었다.

비결은?

라슨은 “죄를 지은 건 맞지만, 코카인을 복용한 적도 없고 PGA 투어에 코카인을 들이지도 않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도 캐디 일을 다시 할 날을 꿈꿨다”고 말했다.

라슨이 잉글리시의 캐디를 맡은 건 2018년. 둘은 올해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처음 우승을 합작했다. 당시 7년 동안 우승이 없어 애를 태웠던 잉글리시는 라슨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잉글리시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라슨 역시 올 시즌 투어 2승 캐디가 됐다.

잉글리시는 “라슨은 나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거고 나도 그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어쩌면 부부 사이보다 더하다. 라슨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와 함께 경기하는 게 즐겁다”고 무한한 신뢰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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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