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외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변수 셋

‘혹독한 신고식’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대권 링에 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은 외길만 걸은 정치 신인이다. 제1야당의 ‘뒷배’ 없이 지지율만 믿고 버티긴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정계 데뷔전을 치렀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됐음을 감히 말씀드린다.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켰다. 

정시 출발론
조기 입당설

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지 118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상당 부분을 문재인정부 비판에 썼다. ‘정권교체’라는 단어가 선언문에서만 7차례 들어갔다. 반문(반 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그의 입지를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책에서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차후 관건은 윤 전 총장의 행선지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의 후보들과 경쟁할 것인지,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운 이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도모할 것인지에 따라 그의 흥망도 갈릴 전망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해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며 “필요하면 입당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남긴 상태다.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과의 연대가 필요할 때 입당하겠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다. 대권 유력주자다운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이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중도층을 공략한다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현재 윤 전 총장 캠프 내에서도 입당파와 유보파가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당파는 국민의힘에 개혁보수 세력인 30대 대표가 선출된 만큼 중도 확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당내 세력을 더 빠르게 포섭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입당 유보파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중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입당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들과 링 위에 오르면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공존한다.

외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입당에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118일 만에 잠행 깨고 대권 시동
악재에 거품 빠지면서 발등에 불

첫째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다. 지지율에 따라 그의 입당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이대로 지지율 1위를 지킨다면, 8월 국민의힘 경선을 건너뛰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지지율이 주춤한다면 그의 입당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리스크가 큰 정치 신인이다. 대권주자로서 경제·외교·복지 등을 총망라한 정치력을 검증받을 난제가 남았다.

게다가 다소 꺼림칙한 처가 관련 의혹이 담긴 이른바 ‘윤석열 X파일’까지 돌고 있다. 철저한 대비 없이는 작은 타격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윤 전 총장에게 제1야당의 뒷배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간 윤 전 총장은 ‘전언 정치’ 논란, X파일 논란, 이동훈 전 대변인 금품 수수 의혹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지지율 32.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대비 5.6%포인트 급락한 지수다(자세한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의 등판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등판 이후 그는 여러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한 상태다. 특히 X파일을 두고서는 “괴문서”라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해당 논란을 ‘마타도어’로 규정하고 위기 돌파의 자신감을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대권주자로서는 정치적 자질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윤 전 총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원론적인 대답만을 내놓으며 정부 비판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년 동안 공직에 몸담은 공직자일 뿐”이라는 혹평이 따랐다.

정계 데뷔
하락세로

이대로 윤 전 총장의 ‘몸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야권 지지자들이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조금 곤란해진다.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하락세를 걸을 때 야권 지지자들이 마냥 그를 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야권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따라 윤 전 총장 입당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플랜B’로 평가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출사표를 내면서 윤 전 총장과 경쟁구도가 생기는 양상이다.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의에 “어려운 질문”이라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최 전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감사원장직을 사임하고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히고 등판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계에선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조기입당설이 힘을 받고 있다. 최 전 원장의 경쟁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법관으로 재직하다 현 정부 출범 후 감사원장에 발탁돼 이렇다 할 세력 기반이 없다. 지지율 역시 미미하다.

정치 신인
경선 버스?

이 때문에 그가 7월 중순쯤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고 8월 초쯤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8월 말 경선 돌입’을 공언한 상황이라 최 원장이 늦지 않은 시기에 입당을 포함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입당 후 의미있는 수치를 나타낸다면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입당시 제1야당의 인력과 조직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가 크지만, 차후 당내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당에서도 최 전 원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보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현실은 윤석열이지만, 자격은 최재형”이라는 평도 나온다. 처가 문제 등 각종 검증대가 기다리고 있는 윤 전 총장보다는 최 전 원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최 전 원장은 보수 야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 수사에서 자유롭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주도한 정권 수사에 여전히 반감을 가진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최 원장을 대안 후보로 주목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당내 주자들의 견제 역시 윤 전 총장 입당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들의 압박이 더 심해질수록 윤 전 총장이 밖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는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몸풀기에 나선 상태다.

후보들은 굵직한 정치 경험을 살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으로 다시 돌아온 홍 의원은 ‘윤석열 저격수’로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지금 모호한 선택 스탠스(태도)를 취하고 있으니까 지금 국민의힘에 입당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하면 지지율이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B’ 최재형 합류
윤 압박 카드 활용?

유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당선 이후 연일 상승세다. 바른정당계가 약진하면서 유 전 의원의 ‘몸값’ 역시 올라가는 양상.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4.4% 지지율로,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이다. 부동산 문제가 대권을 가를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 전 의원의 경쟁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전언 정치는 소통 방법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야권 주자 1위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원 지사 역시 ‘나라의 대혁신’을 대권 도전 키워드로 내세우며 출사표를 낸 상태다. 그는 당내 원조 소장파로 꼽힌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지만, 보수정당 내 젊은 개혁주자인 만큼 청년층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원 지사 역시 윤 전 총장을 향해 “(시간끌기는) 갈등이 많고 격변과 서로 다른 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정치 지도자라는 대통령으로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공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접점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그의 대선 출마장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24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당 소속 의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사실상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것으로, 향후 윤 전 총장과 당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등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어찌 됐든, 윤 전 총장이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몰린 것도 ‘윤석열 현상’에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제든지 환영할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다”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정시 출발론은 확고하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공식적인 만남 이후에도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당 밖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항상 열고 있지만 우리는 공당으로서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기에 특정 주자를 위해 일정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경선 버스는 무조건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당내 견제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를 두고선 구체적인 전망 시기도 나온다. 당초 총장 임기 만료일이었던 오는 24일을 기점으로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7월 한 달 정도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른 후 정치적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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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