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용감한 남매의 민낯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버지 얼굴에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웅제약 오너 일가 구성원이 또 한 번 구설에 휘말렸다. 창업주가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자식 세대에서 연이어 잡음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수년 전에는 후계자가, 이번에는 딸이 문제였다.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는 채무자 A씨 측이 채권자 윤영 전 대웅제약 부사장 등을 공동 공갈과 공동 강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월 윤영 전 부사장 등은 A씨의 딸 결혼식장에 나타나 빚을 갚으라며 축의금을 가져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의 집
잔치서…

A씨는 윤영 전 부사장 등이 채무변제 명목으로 축의금을 강탈했으며, 축의금을 주지 않으면 식장에서 난동을 피우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윤영 전 부사장이 건장한 남성 6명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채무로 인한 것이다. A씨는 보험 실적 등을 유지하기 위해 초등학교 동창인 윤영 전 부사장으로부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다. 이 기간 동안 윤영 전 부사장이 빌려준 돈은 7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A씨는 해당 금액 중 일부를 갚지 않았고, 지난해 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기에 이른다. 결국 A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A씨는 빚을 변제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딸의 결혼식장에 난입해 축의금을 강제로 가져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는 채권추심 행위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주목도는 단순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윤영 전 부사장이 유명 제약사 오너 일가 구성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윤영환 대웅제약 창업주는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을 전격 인수하면서 32세의 나이에 경영인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대한비타민은 윤 창업주의 휘하에서 급격히 외형을 키웠다. 간판 품목으로 자리 잡은 ‘우루사’의 선전에 힘입은 바가 컸다. 여세를 몰아 대한비타민은 1978년 2월 대웅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창업주 장녀 축의금 갈취 소동
돈 갚으라며 결혼식장서 행패

대웅제약 성공신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윤 창업주의 자식들이 넘겨받았다. 윤영 전 부사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도 이 무렵이다.

윤 창업주의 장녀인 윤영 전 부사장은 2009년 6월 전무이사 직함을 달면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대웅경영개발원장을 맡았던 윤영 전 부사장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이듬해 6월에는 부사장으로 또 한 번 명함을 바꿔달았다.

이 무렵 윤 창업주의 3남1녀는 각자의 영역에서 후계구도의 축으로 부상한 상태였다. 당시 장남 재용씨는 대웅생명과학 사장, 차남 재훈씨는 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삼남 재승씨는 ㈜대웅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영 전 부사장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자, 잠시나마 윤영 전 부사장은 승계 후보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상식 밖
일탈 행위

그러나 윤영 전 부사장은 2013년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계구도에서 멀어졌고, 이후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차남·삼남 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 휘말린 윤영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윤영 전 부사장은 대웅제약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윤영 전 부사장은 ㈜대웅 지분 5.42%를 보유 중이다.

삼남(11.61%), 대웅재단(9.98%), 장남(6.97%)에 이은 4대주주다. 그리고 ㈜대웅은 올해 1분기 기준 대웅제약의 지분 47.71%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웅제약은 2002년 10월1일자로 투자는 ㈜대웅이, 제조 및 사업 대웅제약이 맡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교롭게도 윤영 전 부사장의 축의금 강탈 사건을 계기로 윤 창업주의 삼남인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욕설 논란도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그 나물에
그 밥

윤재승 전 회장은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로 재직하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이후 둘째 형인 재훈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가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다시 복귀했고, 2014년 9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2018년 8월 대웅제약을 이끌던 윤재승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한 거친 언행으로 인해 커다란 논란을 야기했다. 욕설이 담긴 한 녹음 파일이 적나라하게 보도되면서 윤재승 전 회장의 일상화된 언어폭력이 부각됐다.

이 사건 직후 윤재승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당시 윤재승 전 부회장은 “저는 오늘 대웅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대웅제약의 등기임원 직위를 모두 사임했다”며 “대웅제약과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자숙하겠다.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상처 받으신 분들과 회사 발전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제약 이사 지위와 지주회사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놨지만,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윤재승 전 회장의 영향력은 공고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고·구설들
로열패밀리 때문에…악화된 여론

영향력의 원천은 보유지분율이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 지분을 11.61% 가진 최대주주다. 얼핏 경영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윤 창업주의 삼남과 장녀가 연이어 구설을 양산한 것과 달리 정작 회사에서 떨어져 나온 차남은 피붙이들과 대비되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윤재훈 알피코프 대표이사 회장은 윤재승 전 회장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립했던 인물이다.

그는 1992년 대웅제약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윤재승 전 회장보다 먼저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1995년 윤재승 전 회장이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윤재훈 회장은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는 듯 했다. 사장 승진, 부회장 승진 역시 삼남이 형보다 빨랐다.

2009년에는 차남이 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승계구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윤재승 전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부회장 직함만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윤재훈 회장이 대웅제약 대표를 맡았던 무렵은 제약업계가 약가 인하 시행 등으로 혼란을 겪던 시기였다. 업계에 불어닥친 변화를 목격한 윤 창업주는 윤재승 전 회장을 다시 불러들였고, 윤재훈 회장은 비주력 계열사였던 알피코리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잇따른
악재들

이후 윤재훈 회장은 독립을 선택했다. 2016년 윤재훈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알피코프 지분을 전량 매수해 대웅제약과의 관계를 끊었다. 또 윤재훈 회장은 알피코프를 바이오 사업과 문화 사업을 인적분할해 알피바이오와 알피스페이스를 설립하고 알피그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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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